음, 페이퍼를 쓰려고 하는데 페이퍼를 쓰기 전 부담이 되는 책들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책에 포스트 잇이 많이 붙어져 있기 때문이다! 좋았던 구절에 표시를 하나하나 하다보니 다 모아놓고 보니 양이 꽤 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하나씩 소개해보자. 


 파리드 자카리아와의 두번째 만남이었다. 파리드 자카리아의 단독 책은 처음이었다. 만족스럽다. 이 분의 책 더 읽고 싶다. 차세대 헨리 키신저로 불리는 분이다. 헨리 키신저가 뭐하는 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계 정세에 대단히 밝은 분이었던 거 같다. 파리드 자카리아 이 분 역시 국제정치에 대한 탁월한 안목이 있는 분이다. 현재 CNN의 간판 국제정세 프로그램인 <파리드 자카리아 GPS>를 진행하고 있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엘리트다. 저서로는 <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흔들리는 세계의 축>, <자유의 미래> 등이 있다. 다 읽어보고 싶다.


 

 















 파리드 자카리아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 처음 만났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말콤 글래드웰 외 8인이 등장하는 대담집이다. 9인 모두 대단한 인물들이었다. 그 중에서 파리드 자카이라를 맨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하버드 학생들은 더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라는 책은 어떤 책인가 궁금해서 찾아봤다. 제목을 보고 '아니 하버드 학생들은 이제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고 컴퓨터 공학 등 다른 학문들을 공부하는 건가? 인문학을 부르짓던 유행은 지나간 건가?' 했는데, 그 반대였다. 하버드 학생들이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 풍토를 비판하는 책이었다. 그럼 그렇지. 인문학은 중요하지.



 서론이 길었다.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에서 좋았던 내용들을 소개해보겠다. 


 일단 이 분은 팬데믹을 경고한 분으로도 유명하다. 빌게이츠 등 많은 인물들이 대규모 전염병에 대한 경고를 예측 했었다. 어쩌면 이 분들이 유명한 분들이라 이런 예측도 유명한듯 하다. 아마 전염병에 대한 수많은 연구 종사자들이 팬데믹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래도 그의 선견지명을 들어보자. 


그 때 즈음에는 하나의 팬더믹을 상상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좀 더 많은 시간과 자원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그다지 큰 선견지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 보건과 질병을 관리하는 핵심 관청의 예산 삭감을 제안했을 때, 나는 CNN에서 내가 맡은 프로그램의 일부를 그 주제에 할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미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커다란 위협 가운데 하나는 전혀 커다란 것이 아닙니다. 사실 그것은 아주 작아서 현미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시침 핀 머리의 몇천분의 일밖에 안 되는 녀석입니다. 인간이 만들었건 자연이 만들었건 치명적인 병원균은 전 지구적인 보건 위기를 촉발할 수 있고, 미국은 그것과 맞설 수 있는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 ...... 스페인 독감이 지구 전역에서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것으로 추정되는, 지금으로부터 100녀 전인 1918년을 되돌아보기만 해도 우리는 알 수 있지요. 오늘날의 우리는 그때보다 여러 면에서 훨씬 더 취약합니다. 인간들이 꽉꽉 들어찬 도시들, 끊임없는 전쟁, 자연재해, 나라와 나라 사이의 항공 여행 등은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도 스물 네 시간 안에 미국을 포함한 세계 어떤 지역에라도 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생물보안과 글로벌 팬데믹은 모든 국경선을 가차 없이 자르고 지나갑니다. 병원균, 바이러스, 질병은 모두에게 똑같이 가혹한 킬러입니다. 위기가 닥치면 우리는 자금도 좀 더 풍부하고 지구촌의 협력도 좀 더 끈끈하면 얼마나 좋을까, 탄식하겠지요. 하지만 그때 이미 너무 늦은 겁니다. -p18~19 


 그렇다. 항상 그렇듯이 우리는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충격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헤쳐나가고 있다. 위험은 병원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위험도 고려하고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오버드라이브(과속) 상태에 있는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어떤 의미에서건 인류의 발전은 지난 200년에 걸쳐 극적으로 속도를 높여 왔고, 최근 몇십 년 동안은 그 페이스가 한층 더 빨라졌다. 사람들은 더 오래 살고, 더 많이 만들어 소비하며, 더큰 공간에서 살고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쓰레기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딱 하나만 예를 들어 보자. 50개 국가에서 뽑은 전문가 145명이 작성한 2019년의 유엔 보고서는 우리의 자연이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속도로 피폐해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보고서는 육지 전체의 75%가 인간의 행위로 인해 "그심하게 변형" 되었으며, 해양의 66%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생물의 다양성도 사라지고 있다. 동식물을 합친 총 800만 가지의 종 가운데 무려 100만 종이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더러는 몇십 년 안에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 모든 긴장과 불균형이 여러 가지 위험을 낳고 있는데, 개중에는 예견되는 위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p29



 아래는 재밌는 글이라 소개해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기 몇 달 전인 2019년 10월, 존스 홉킨스 대학은 첫 번째 세계보건보안지수를 발표했다. 이 지수는 유행병이나 팬데믹에 대처할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국가들에 대한 폭넓은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미국은 전체 평균에서 1위를 차지했고, 6개 범주 가운데 예방, 조기 탐지 및 보고, 충분하고 튼튼한 의료 체계, 국제 규범 준수라는 4개 범주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중략) 그러나 2020년 3월에 이르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을 찢어발기는데도 연방 정부는 나약하고 변덕스러운 대응으로 뒷북이나 치게 되면서, 이러한 미국의 우위는 마치 잔인한 농담처럼 보였다. 7월 즈음에는 전 세계 인구의 5%가 사는 미국이 세계 총 누적 확진자의 25%를 보유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 당시 미국의 인구 대비 1일 사망률은 유럽의 10배 정도로 높았다. 맙소사, 이것이 '미국 예외주의' 의 새로운 모습이었던가?"


 (중략) (탁월한 고급 의료 능력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미국처럼 글로벌 어젠다를 좌우하는 또 다른 나라인 영국이 존스 홉킨스의 리스트 2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처럼 영국도 세계 최고 수준의 사망률을 기록하면서 이번 팬데믹에 대한 방역 성과가 참담할 정도였다.) -p48~49, 51

   

 참 재밌다. 파리드 자카리아는 중요한 건 정부의 크기가 아니라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 책을 통해서 미국의 문제점에 대해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비판에 그치지 않고 개선점을 이야기하고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의 훌륭한 점은 칭찬한다. 가뭄에 콩나듯 미국에 대한 칭찬도 한다. 참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이다. 그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래는 그런 자카리아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글이다. 참고로 자카리아는 트럼프를 많이 싫어한다. 


  요즈음 사람들이 왜 초조해지는 걸까? 그 점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숨 가쁘게 움직이는 시장과 기술의 변화로 이루어진 활짝 열린 세상은 무섭다. 한 가지 해결책은 그런 세상을 닫아 버리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같은 포퓰리스트들은 이민자의 입국을 막고, 재화와 용역의 흐름을 제한하며, 자국의 기존 문화를 어떻게든 지키고 싶어 한다. 그들은 과거의 몇 가지 방식으로, 주로는 자신들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위대한 시절로 돌아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에덴동산은 전혀 없었다. 단 한 번도. 우리가 향수에 젖어 회상하는 그 시절은 기실 우리 기억 속의 모습보다 훨씬 더 어렵고 팍팍했다. 만약 당신이 여자이거나 소수 인종이거나 동성애자라면, 1950년대에 살아가는 것이 과연 어떠했을가? 생각해 보라. (심지어는 제철소나 탄광에서 일하는 백인 노동자에게도 그 시대의 삶은 결코 소풍이 아니었잖은가.) 미국을 (아니, 그 어떤 나라든) 다시금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여정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 절대 뒷걸음치는 것이 아니다. -p101

 

 위에 빨간색 강조는 제가 한 것입니다. 이는 나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개인이나 기업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정신이 번쩍드는 글이었습니다. 



 대만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응은 부총통의 작품이었는데, 그는 존스 홉킨스 출신의 감염학자로서 사스가 확산하고 있을 때 위생복리부 장관을 맡아 대만을 이끌었던 경력의 소유자다. -p105


 최근에 뉴스를 봤는데 대만은 현재 확진자수가 100명 내외라고 합니다. 확진자 수는 총1만6759명에 그친다고 합니다. 대만인구는 2300만명입니다. 최근 30여일간 코로나 사망자수가 0명이라고 합니다. 초기에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응을 잘한 나라들이 있는 반면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트럼프 같은) 나라들도 있었습니다. 그 차이는 큽니다. 


 


 

 














  인간의 심리를 가장 깊이 연구한 이들 중에 이런 과정을 정말 굉장한 문학적 기교로 묘사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셰익스피어다. 그의 <맥베스>는 권력을 획득하면서 공감 능력을 잃게 되어 극의 막바지에는 끝내 아내가 죽어도 슬픔을 느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마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p127


  권력을 가지게 되면 연김과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왠지 고개가 끄떡여집니다. 



 이언 매큐언의 2019년 소설 <나와 같은 기계들>은 자동화가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아 가는 세상을 묘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읽어보고 싶은데 같은 제목의 책은 없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도 읽어보고 싶은 고전 중 하나입니다. 470쪽이네요? 생각보다 벽돌책은 아니라서 도전해볼만 할 거 같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유명한 선언이 등장하는 책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옳았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된 <아라비아 로런스>라는 영화 보고싶습니다. 상당히 고전영화인데 명작인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맺음말을 소개하며 이 페이퍼를 마치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전사한 군인들은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세계, 더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할 기회를 선사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 흉측한 팬데믹은 변화와 개혁의 가능성을 마련해 주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낭비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미 쓰여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p305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1-12-16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라비아 로렌스.ㅠㅠ 중딩때 주말의 명화? 로 본 영화입니다. 듄 하고 결을 같이 한다고 해서 요즘 찾아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들었어요 ~ 저도 코로나 이후가 어떨지 걱정도 되고 궁금도 하고 그러네요.

고양이라디오 2021-12-17 10:19   좋아요 1 | URL
저도 배경이 사막이라서 <듄> 생각했었어요ㅎ 그래서 더 보고 싶더라고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