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7
감독 클로이 자오
출연 안젤리나 졸리, 마동석, 리차드 매든, 젬마 찬
장르 액션, 드라마, 판타지
어제 늦은 밤 홀로 <이터널스>를 봤습니다. 평이 좋지 않은 거 같아서 큰 기대없이 봤습니다. 망작은 아니지만 크게 재밌진 않았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영화임은 분명했습니다.
저는 현실적이고 담백한 영화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주성치 영화나 마블 영화처럼 과장되고 재밌고 신나는 영화도 좋아합니다. <이터널스>는 살펴볼 게 많은 영화입니다. 할 이야기도 많습니다.
일단 감독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클로이 자오는 <노매드랜드>로 제78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하고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노매드랜드>는 어떨까 궁금합니다. 그녀는 젊은 아시아계 여성감독입니다. 히어로 영화, 오락 영화는 처음입니다.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입니다.
클로이 자오 감독에게도 <이터널스> 어려운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일단 새롭게 등장하는 수많은 이터널스 영웅들 각각에 개성과 서사를 부여해야 합니다. 기존 세계관과 연결하면서 앞으로 펼쳐질 방대한 세계관도 전달해야 합니다. 그 수많은 인물들에게 갈등과 거기에 로맨스까지 부여해야 합니다!!! 방대한 자연과 인류의 역사, 다양한 문화도 보여줍니다. 거기에 교훈적인 내용과 PC주의까지!!!
사실 이정도면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균형을 잃지 않고 서사에 개연성과 설정 오류없이 영화를 잘 끌고가서 마무리합니다. 자 칭찬은 이정도 하고 이제 단점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일단 크게 재미가 없습니다. 괜찮긴 한데 재미가 없는. 이 집 음식 나쁘지 않은데 다시 찾아오진 않을 거 같은 느낌. 남들한테 추천하긴 어려운. 뭐 이건 개인 취향차이겠지만 암튼 저는 큰 재미를 못 느꼈습니다. 모든 게 뻔해 보였고 예상대로 였고 감정의 동요가 없었습니다. 기존 마블 영화의 유쾌함도 없고 액션의 색다른 점도 없었습니다. 액션은 오히려 일보 전진을 위해 이보 후퇴한 듯 했습니다.
마블 영화 팬들에게 이 영화는 기존 마블영화와 달랐습니다. 기대했던 영화와는 달랐습니다. 조미료를 확 빼버렸습니다. 담백한 건 좋은데 이건 왜 들어갔지 싶은 재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PC주의입니다. 지나치면 오히려 눈쌀을 찌뿌리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조언도 시도때도 없이 하면 잔소리가 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음미하고 있는데 갑자기 '자 이제 생브로콜리 먹을 시간입니다.' 라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어 진짜? 이 타이밍에 굳이? 설마?' 목소리를 들은 후부터 긴장하게 됩니다. '아니 브로콜리 좋은 건 아닌데 지금 꼭 먹어야 돼?' 이런 반발심리가 생깁니다.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고 있는데 목에 파프리카가 걸립니다. '켁!, 뭐야 맥주에 파프리카가 왜 있어!!!'
뭐든지 적당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적당히!!! PC주의의 칼로 사정없이 찔러댑니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저는 다양성 존중하고 모든 차별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놀이동산에서까지 그런 구호를 듣고 싶진 않습니다. 마틴 스콜세이지는 마블 영화를 놀이동산같다고 비유하며 비판했습니다. 이제는 그 놀이동산도 없어졌습니다.
나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단점보다 좋은 점이 많았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글쎄요. 크게 재미도 감동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조금 색다르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새로운 마블 시리즈를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참 이렇게 주연, 조연 배우들의 매력이 떨어지는 마블영화는 또 처음인 거 같습니다. 아니 갈수록 영웅들의 매력이 떨어집니다. 새로운 블랙위도우와 상치부터 새로운 이터널스 영웅들까지 매력이 갈수록 떨어집니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헐크, 블랙위도우(스칼렛 요하슨)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립습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마동석과 안젤리나 졸리도 지금껏 본 모습 중에 가장 매력이 없었습니다. 주연이 아니어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하... 이토록 매력적인 배우들이 이토록 매력없게 나오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마동석과 졸리의 매력이 예상보다 덜했다는 것이지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절제된 연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세르시 역의 젬마 찬 배우는 이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