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타이거 - 2008년 부커상 수상작
아라빈드 아디가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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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이트 타이거>를 봤습니다. 이웃 분의 서재에서 이 책의 리뷰를 봤는데 재밌어 보여서 읽었습니다. 2008년 부커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작가의 처녀작이라고 합니다. 인도 소설입니다. 책을 읽고 다른 분들의 리뷰를 찾아보니 넥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영화도 보고 싶습니다. 조승연씨의 유튜브에 <화이트 타이거> 영화리뷰도 있다고 하니 영화를 감상하고 보고 싶습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위험한 책입니다. 인도의 모든 것을 까발리는 작품입니다. 저자는 사회를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자아성찰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재밌지만 불편한 느낌, 찝찝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의 살인과 일가족의 목숨을 희생으로 한 그의 탈출을 어떻게 바라봐야할 지 찝찝한 느낌입니다. 작품의 말미에 보여주는 주인공의 모습 또한 긍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업을 위해 부정과 부패를 저지릅니다. 그의 행동과 선택에 공감하기 힘듭니다. 


 살인자가 주인공인 작품은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 나쁜 놈들을 죽이는 살인자들은 말고요. 생각해보면 나쁜 놈들을 죽이는 인물들은 영웅으로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별 생각없이 어렵지 않게 이를 받아들이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악한이라면? 왠지 모를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살인자가 주인공인 몇몇 작품이 떠오릅니다. 그 작품들과 <화이트 타이거>의 주인공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첫번째로 <죄와 벌>이 떠오릅니다. <죄와 벌>의 주인공에게는 공감이 갑니다. 그는 한 노파를 살인했지만 그에게는 명분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그는 착한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가 떠오릅니다. 주인공의 살인은 충동적, 우발적이었습니다. 그의 자아실현 과정이 흥미롭고 공감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화이트 타이거>의 주인공의 살인은 너무 이기적입니다. 자신의 가족이 보복으로 몰살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행했다는 사실이 더욱 그랬습니다.


 뭐, 이 소설에서 이게 크게 중요치 않을 수 있는 데 저는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닭장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주인의 목을 따고 닭장에 불을 지르는 방법 밖에 없다니요? 


 

 소설을 읽으면서 인도 여행의 추억들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인도여행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행이 더 좋았을까? 나빴을까? 이 소설을 통해 몰랐던 인도의 뒷골목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뉴스에서 인도의 끔찍한 사건들이 보도됩니다. 특히 말도 안되는 강간사건들이 보도됩니다. 과연 우리나라도 6-70년 전에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 여행 도중에 인도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과 잠시 동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인도인에 대한 험담을 끊임없이 늘어놨습니다. 당시에 그가 이야기했던 강간 사건들을 들었을 때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게 말이돼? 그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어?' 그의 말들을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저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기사를 보니 그가 말했던 사건들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게 말이 된다는 것을 알 게 되었습니다. 더한 일도 일어나는 세상이니까요.


 인도에는 거의 14억에 달하는 인구가 있습니다. 그 중에는 간디같은 인물도 있을 것이고 여러 다양한 인물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도 선하리라 생각합니다. 말도 안되는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분명 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성급한 일반화도 고정관념과 편견도 옳지 않습니다. 인도의 인구는 우리나라의 28배 가까이됩니다. 단순 계산으로 조두순 같은 인물이 27명 더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요. 


 

 한 편으로 우리나라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분명 한국전쟁 후에 인도보다 가난한 나라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10위 권 안의 경제, 문화, 군사, 외교력 등을 갖춘 나라가 되었습니다. 인도에도 변화가 일어날까요? 싱가포르의 전 총리 리콴유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도에는 카스트라는 닭장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재밌게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설사 저의 샹들리에가 모조리 무너져 바닥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설사 그들이 절 감옥에 처넣어 죄수란 죄수가 모두 절 덮친다 하더라도, 설사 제가 교수형을 받으러 나무 계단을 걸어 오르게 될지라도, 저는 결코 그날 밤 델리에서 주인의 목을 따버린 게 실수였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 저는 말할 것입니다. 단 하루라도, 단 한 시간이라도, 단 일 분 이라도, 하인으로 살지 않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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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0-21 12: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국여성이 남편과 함께 인도 여행중 버스에 탔다가 윤간을 당했다는 뉴스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반면에 유럽여행 다녀온 후 한달을 여행이야길 한다면 인도여행 뒤에는 1년을 이야기한다는 말도요. 너무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곳. 그래서
저도 이 책 놀라웠고 무척 재밌게 읽었어요!😄

고양이라디오 2021-10-21 16:34   좋아요 3 | URL
최근에도 인도인 신혼부부가 기차 여행 중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가 윤간 당했다는 기사가 뜨더라고요. 정말 이런 뉴스보면 인도인, 인도가 싫어진다는...

인도의 어두운 면을 블랙유머로 잘 보여주는 소설이었습니다ㅎ

2021-10-23 17: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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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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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3 1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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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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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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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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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7: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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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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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8: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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