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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마음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많은 알라디너 분들이 <초조한 마음> 재밌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읽고 싶어졌습니다. 사실 큰 기대는 안했습니다.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초조한 마음>이 어떤 내용인지 배경지식도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비문학과 문학을 번갈아가면서 읽는 편입니다. 문학을 여러 권 읽다보면 비문학이 읽고 싶어집니다. 그 반대도 그렇고요. <초조한 마음>을 읽기 전에 여러 권의 문학을 읽은 상태였습니다. 소설이 전혀 땡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도서관에서 호기심에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조금 읽어보고 재미없으면 다른 비문학을 빌리려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습니다.
가끔, 아주 가끔 책이나 영화를 볼 때 처음부터 느낌이 올 때가 있습니다. '어라? 졸라 재밌는데?'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그냥 머리 속에 전구가 번쩍이고 자리를 고쳐 앉게 됩니다.
<초조한 마음> 첫 페이지부터 재밌었습니다. 참 재밌는 소설이더군요. 오랜만에 즐독했습니다. 오랜만에 멋진 문장들을 음미하면서 봤습니다.
내용이 재밌는 소설은 많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재밌으면서 문장도 좋은 소설은 극히 드뭅니다. 여기에 철학까지 담긴 소설은 고전이 됩니다.
내용이 재밌지만 읽고나면 남는 게 없고 허무한 느낌이 드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런 책들은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어볼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즐거웠다 안녕 끝. 하지만 내용, 문장, 철학 삼박자를 갖춘 작가의 책을 만나면 그 작가의 책들을 더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초조한 마음> 강추합니다.
나는 이 세상에 나쁜 일이 발생하는 까닭은 사악함이나 잔인함이 아닌 나약함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p246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몰입하고 감정이입하면서 봤습니다. 소설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는 '여주인공이 자살하면 츠바이크 앞으로 당신 책 안 볼꺼야. 절대 안돼!' 라고 속으로 협박도 했습니다.
저는 해피엔딩을 좋아합니다. 그게 설령 뻔하고 진부하더라도요. 작가라면 비극으로 끝맺고 싶은 욕심이 생길 거 같습니다. 비극이 더 강렬하니까요. 결말을 알고 보니 어쩌면 여주인공의 자살이 당연한 귀결인 거 같더군요. 애써 비극을 외면하고 해피엔딩을 바라는 심리로 감상했던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