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원일지를 자주 쓰면 좋을텐데. 앞으로 퇴근 전에 쓰고 가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면서요.
#2
오늘은 크게 2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점심시간이 가까워 올 무렵에 갑자기 한의원 문을 열고 평소 치료받으시던 환자 분이 다급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이고, 원장님. 저희 주방장님이 갑자기 코피를 쏟으시는데 멈추지가 않아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예전 한의원에서 이런 경험이 있어서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구급차를 부르셨는지 여쭤보고 간단히 침을 챙겨서 식당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구급차는 이미 불렀다고 하셨습니다.
가보니 다들 주방장님 근처에 모여계셨습니다. 주방장님은 코를 막고 계셨습니다. 앞에 큰 쓰레기통에는 피 묻은 화장지가 가득했습니다. 얼마나 피를 흘리셨는지 여쭤보고 두통이나 어지럼증은 없는지 여쭤보았습니다. 다행히 두통, 어지럼증은 없으셨습니다. 일단 손에 침을 하나 놓고 환자 분과 주위 분들을 안심시켜드렸습니다. 침맞고 기적처럼 피가 멎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맞는 보험약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저희 한의원에 비치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기력이 많이 딸려서 흐르는 피를 멈추게 하는 힘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라고 설명해드렸습니다. 주방장님께서는 "요새 일이 힘들고 못 쉬어서 그런거다. 안 그래도 최근에 병원에서 기운이 많이 없다고 들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행히 구급차가 오고 상황이 정리되었습니다. 다들 많이 놀라신 거 같았습니다. 큰 도움은 안되었지만 직원 분들이 원장님이 와주셔서 많이 안심이 됐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3
두 번째 일은 노인 세 분이 멀리서 한의원에 찾아오신 일입니다. 그저께 노인 한 분이 한의원에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예전에 서울에서 근무하던 한의원에서 뵌 환자 분이었습니다. 오늘 친구 두 분이나 데리고 함께 오셨습니다. 그 분들은 원래 인천 사시는 데 서울 쪽 한의원을 다니다가 제가 인천에 개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근무했던 한의원은 95%이상이 65세 이상 노인 분들이었습니다. 지금은 한의원은 아이러니하게도 95% 이상이 65세 미만의 젊은 분들이십니다. 제가 극과 극을 좋아하는 데 한의원도 그렇게 됐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노인 분들이 뵈니 반갑웠습니다. 어머님들이셨는데 어찌나 귀여우시던지. 사람은 나이가 들면 아이처럼 변하는 거 같습니다. 노인 분들을 보면 꼭 아이들을 보는 것처럼 귀엽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찰도 하고 치료도 하고 한 분이 다이어트 상담을 하셔서 세 분 다 인바디검사도 하고 상당도 해드렸습니다. 특히 다이어트 상담을 하신 환자 분은 많이 통통하셨습니다. 저는 통통한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 부터 왠지 통통한 사람들이 푹신푹신하기도 하고 성격도 푸근하고 해서 좋아했습니다. 어머님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4
오늘 아침에 한의원을 와보니 100매 짜리 물티슈가 한의원 앞에 100상자가 쌓여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게 한의원에 다 들어갔습니다. 물티슈 사장님이 걱정이 되셨는지 몸소 오셔서 물티슈 옮기는 것을 도와주셨습니다. 덕분에 훨씬 편하게 정리가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 환자 분들께 물티슈를 선물해드리고 주위 상가에도 나눠드렸더니 다들 좋아하셨습니다. 아직은 열심히 홍보를 해야할 때입니다.
#5
퇴근은 안하고 한의원에서 글 쓰면서 놀고 있습니다. 집에 가서 <주먹왕 랄프 2>를 보고 책이나 봐야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감기 기운이 있고 피곤했습니다. 오늘은 따뜻하게 일찍 푹 자야겠습니다. 다들 일교차가 크니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