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벌써 4년 전이다. 4년 전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올 초에 연락이 왔다.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기특하고 자랑스럽고 기뻤다. 최근에 내가 연락을 해서 어제 만났다. 반가웠다. 4년이 한 순간인 거 같다. 서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변한 부분도 있겠지만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고맙게도 책 선물을 해줬다. 경남 진주에 소소책방 사장님이 쓰신 책이다. <책 정리하는 법>. 요즘은 책도 많이 못 읽고 책 구입도 안하고 있지만 그래도 읽고 싶은 책이다. 추억이 담긴 책이다. 아마 그 친구와 사귀고 첫 데이트를 소소책방에서 한 거 같다. 둘 다 책을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둘 다 하루키를 좋아한다. 하루키에게 위로받고 힘을 얻는다.
글쎄 머랄까. 예전에는 여자친구와 헤어지면 서로 연락도 끊고(강제로 끊기거나) 그게 당연한 건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은 여자친구와 헤어져도 연락하고 지내는 게 좋지 않은가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여자친구는 이런 부분을 이해해주지 않겠지만. 어쨌든 사귈 때는 서로가 서로의 베프이고 수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관계가 아닌가. 헤어지면 남남이라는 사실은 너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나는 솔로라 더 당당하다.)
인간관계는 어쨌든 소중하다. 특히나 나처럼 점점 인간관계가 좁아지는 사람에게는 그렇다. 베프를 잃는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4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슬픈 일도 있었다. 힘든 일도 있었다. 아마 나도 그랬고 전 여자친구도 그랬고 당신도 그랬을 것이다. 나와 전 여자친구는 그래도 그 속을 무사히 헤쳐나와 웃으며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금 힘든 시기라도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나중이 되면 웃으며 지금의 힘든 시기를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키 소설 속 글귀처럼 음악이 계속되는한 춤을 췄으면 좋겠다. 발을 멈추지 않고 계속 스탭을 밟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