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북광장 재개발을 한다는 곳에서 사람들이 천막을 치고 권리찾기 싸움을 하는데, 이분들이 헐린 집터에 텃밭을 일군다. 텃밭 앞에는 빨랫줄에 바지랑대를 대고 빨래를 널어 놓는다. 아, 예쁘고 사랑스러워라.

 - 2010.11.10. 인천 동구 송현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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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0.12.5.
 : 모자 안 쓰려면 내려



- 찬바람 씽씽 부는 날 수레에 아이를 태우고 마실을 하면서 생각한다. 애 아빠는 왜 찬바람 불 무렵부터 자전거에 수레 붙일 생각을 해서 스스로 몸을 힘들게 한담. 진작에 따순 날씨일 때부터 자전거에 수레를 붙이며 아이랑 마실을 다니지, 원.

- 날이 찬데, 수레에 가만히 앉아야 할 아이가 모자를 안 쓰겠다며 버틴다. 쳇, 네가 그렇게 굴면서 마실을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래, 모자 안 쓰니? 그러면 아빠 안 갈래.” “아냐, 모자 써, 쓰잖아.” 아이는 모자를 쓴다. 그러나 막상 자전거를 달리면서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벗었다. 요 깜찍한 놈.

- 장갑을 끼고 달릴 생각이었는데, 한창 달리고 보니 손이 시렵다. 어, 장갑 안 꼈네. 그러나 자전거를 멈추지 못한다. 낑낑대며 오르막을 오르던 길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르막을 다 오르고 나서는 이내 내리막. 이야, 이제 숨을 좀 돌리는구나 하는 생각만 할 뿐, 살짝 자전거를 멈추어 겉옷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어 낄 생각을 깜빡 잊는다.

- 마을길을 달려 큰길로 나오는데, 큰길을 코앞에 두고 길에 하얀 가루가 잔뜩 뿌려진 모습을 본다. 뭘까 하고 생각해 보니, 이곳에도 무슨 구제역인가 해서 뿌린 약가루가 아닌가 싶다. 겨울이라 우리 마을 닭공장은 쉬는데 무슨 약가루를 뿌린담, 하고 헤아리지만, 글쎄, 여기에만 이렇게 뿌린다고 무슨 병균이 안 퍼질까 궁금하지만, 이렇게라도 뿌려야 하겠지.

- 마을 어귀 보리밥집에 들러 아이 까까랑 아빠 보리술을 산다. 보리밥집 할머니가 아이한테 바나나 하나를 내어준다. 아이는 좋아서 방방 뛴다. 수레에 앉히니 좋아하는 몸짓이면서 퍽 졸린 얼굴이다. 그래, 좀 자 주련? 아이는 잘 듯 말 듯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논둑길로 잡는다. 아이는 곯아떨어질 듯 말 듯하더니, 끝내 안 잔다. 조금 더 멀리 돌아다니는 마실이었으면 수레에서 곱게 잠들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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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0.12.2.
 : 버스 타고 가요?



- 아빠랑 엄마 모두 집에 콕 박힌 채 바깥으로 좀처럼 나다니지 못하다 보니 아이는 좀이 쑤시겠구나 싶다. 산에 올라 이오덕자유학교 언니 오빠들이랑 놀도록 하면 가장 나을 텐데, 학교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때에 맞추어 산에 가지 못한다면 읍내 마실이라도 해야겠다 생각한다. 시골버스 때에 맞추어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 아이를 안고 헐레벌떡 버스 타는 데로 나가려는 때, 옆지기가 문득 묻는다. “버스 타고 가요?” 응? 뭔 소리인가, 그럼 버스 타고 가야지. 버스 탈 때에 놓칠까 걱정스러워 땀 뻘뻘 흘리면서 달린다. 아이는 내려서 함께 걷고 싶단다. 버스 놓칠까 봐 “안 돼, 이렇게 가자.” 하고 말하지만 내리고 싶다며 자꾸 말하기에 내린다. 아이도 아빠랑 함께 달린다. 막 웃으면서 달린다. 그래, 너도 이렇게 신나게 달음박질을 해 보고 싶었구나. 그러나 이내 지쳤는지, 또는 졸린지 안아 달라 한다. 아이 눈을 살핀다. 눈가가 바알갛다. 졸립구나. 졸린데 읍내 마실이 괜찮을까? 아무렴, 자도 돼. 아니, 자 주면 더 좋지. 네가 요새 거의 낮잠을 안 잤잖니. 버스 타는 데에 닿는다. 버스는 아직 안 왔다. 히유, 한숨을 돌린다. 사 분쯤 있자니 버스가 온다. 버스를 타고 표를 낸다. 자리에 앉는다. 아이는 신이 나서 방방 뛴다. 이제 비로소 느긋하게 생각을 가다듬는다. 버스 탈 때를 놓치면 그냥 시골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와도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굳이 읍내를 다녀와야 할 일은 없다. 오늘이 음성읍 장날이기는 하지만, 장날이라 해서 딱히 무언가를 더 사지는 않는다. 다만, 오늘은 쥐끈끈이를 더 사야 하기는 했지. 그런데 나한테는 자전거가 있고 아이를 태울 수레가 있다. 음성읍 갈 때보다 고단한 길인 금왕읍으로 가는 길도 아이를 태우고 신나게 오갔는데, 음성읍이야 거뜬한 길 아닌가? 집을 나설 때 옆지기가 문득 물은 말이 떠오른다. 그래, 버스 아닌 자전거를 타도 되었지. 아니, 진작에 자전거로 올 생각이었으면 한결 느긋하게 집에서 길을 나서지 않았을까. 애써 바쁜 걸음을 하기보다 찬찬히 너그러운 마음과 몸으로 가붓하게 마실을 나올 때에 나도 좋고 엄마도 좋고 아이도 좋을 텐데, 참말 늘 잊는다. 어쩌면 늘 생각을 안 하며 산달지 모르겠다. 입으로는 느긋하게 살자 외면서, 정작 몸과 마음은 느긋하게 못 사는 바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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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금과 글쓰기


 하루 내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칭얼거리는 아이한테 주려고 능금 두 알 껍질을 깎아 작은 접시에 담는다. 부디 차분해지기를 바라면서 아이한테 들고 가 보니, 아이는 어느새 엄마 무릎에 누워 잠이 들었다. 칭얼거릴 때에는 그토록 끔찍히 얄밉더니, 잠들고 나서는 참으로 아늑하며 고요하구나.

 생각해 보면, 아이는 제 어버이가 저랑 제대로 놀아 주지 않으니 칭얼거린다. 아비 된 몸으로서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아이가 칭얼거린다 할 때에는 아비가 아비 노릇을 못했으니 칭얼거리지 않겠는가. 아비는 아이가 새근새근 잠든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푹 숙이다가도 살며시 웃는데, 아이는 제 아비를 바라보며 어느 때에 방그레 하고 웃을까.

 어깻죽지를 꾹 잡고는 얍 하고 들어올릴 때? 온몸으로 꼬옥 껴안아 줄 때? 맛난 밥을 차려 줄 때?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을 때? 팔베개를 해 주며 함께 잠들 때? 자전거 수레에 태워 함께 마실을 다닐 때? 엄마랑 아빠랑 함께 손을 한쪽씩 잡고 멧길을 거닐 때? 얼음과자나 사탕을 사 줄 때? 씻는방에서 함께 씻을 때? 텃밭에서 맨발로 함께 뒹굴며 흙을 만질 때? (4343.12.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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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섬 골목이니까 이런 귤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마당에 있구나.

 - 2010.11.14.제주시 이도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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