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3.
《YAWARA!(야와라) 9》
우리사와 나오키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0.3.25.
볕이 가득하다. 깡똥소매에 깡똥바지를 입어도 될 만하다. 그렇지만 몸살이 아직 안 가셨다. 조금 더운 한낮에 가볍게 갈아입고서 처마밑 짐더미를 치운다. 땀을 빼면서 먼지를 먹는다. 등허리가 결려 천천히 일한다. 어느 만큼 치우고서 씻는다. 드러누워 등허리를 펴다가 눈을 뜨니 한밤. 와락 쏟아지는 별하늘을 본다. 갓 깨어난 개구리 셋이 이쪽 저쪽 그쪽에 한 마리씩 있다. 《YAWARA!(야와라)》가 다시 나온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닌데 싶다. 《야와라》는 온통 ‘일뽕(일본 만세)’에 젖은 줄거리에 얼거리이다. 우라사와 나오키 다른 그림꽃도 이런 틀이다. 이이도 미야자카 하야오도 ‘일뽕 + 제로센 찬양’에 사로잡혔다. 이 둘은 일본 발자취를 뉘우칠 마음이 안 보이고, 돌아보는 눈이 없어 보이고, 새길을 열려는 뜻도 아니라고 느낀다. ‘붓’하고 ‘불’은 말밑이 같다. 활활 사르거나 태우며 불바다나 불굿으로 몰아대는 붓이 될 수 있다. 이와 달리 붙이고 불어나는 ‘물’을 머금으면서 맑게 풀어내는 길이 될 수 있다. 붓을 불로 삼겠는지, 아니면 풀로 삼겠는지, 또는 물로 이끌겠는지, 여러 갈래 가운데 하나를 볼 노릇이다. 한밤에 띄엄띄엄 듣는 멧개구리 울음소리를 품으면서 다시 잠자리에 든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