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9.


《벌꿀 이야기》

 후지와라 유미코 글·이세 히데코 그림/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2003.10.20.



앵두꽃이 지고 앵두잎이 팔랑거리듯 돋는 자리마다 푸릇붉은 알이 작게 맺는다. 이제부터 슬슬 굵으며 붉은빛으로 바뀌리라. 앵두나무를 마당 한켠에 놓은 지 열 해가 넘는데, 앵두꽃이 지고서 맺는 앵두알을 보며 으레 떠오르는 말이 ‘푸릇붉은’이다. 앵두뿐 아니라 능금도 복숭아도 오얏도 비슷하다. 흰수선화 한 송이가 그저께부터 꽃송이를 내미는가 싶더니 한 송이가 더 내밀고, 이윽고 한 송이 더 내민다. 우리 책숲으로 가서 손으로 벼리(도서목록)를 옮겨적는다. 《벌꿀 이야기》를 읽었다. ‘이세 히데코 그림책’ 가운데 뜻밖에 안 알려지고 안 읽힌 판 같다. 이세 히데코 그림책을 얘기하는 분은 많으나, 막상 이 그림책을 얘기한 분은 드문 듯싶다. 우리가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을는지 모르고, 어느 지음이를 좋아하더라도 빠뜨리거나 놓치는 책이 있을 만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난스럽다 싶도록 ‘어느 지음이 어느 책’이 쉽게 판이 끊기거나 사라지곤 한다. 덜 아름답거나 안 아름답다 싶은 책은 좋아하는데, 아름답거나 빛나는 책은 사랑하지 못 하는 엉뚱한 나라인 셈이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서울살이’보다는 ‘숲살이·바다살이·별살이’를 쓰고 그리고 나눌 줄 알아야지 싶다. 우리가 참말로 어른이라면.


#いせひでこ #伊勢英子 #はちみつ #ふじわら ゆみこ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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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8.


《시간여행》

 조세희 글, 문학과지성사, 1983.11.25.



해가 나되 바람이 오지게 부는 하루이다. 모과꽃내음이 훨훨 날리고, 멧딸기꽃이 하얗게 번진다. 감잎이 나오고, 석류잎이 돋으려고 한다. 정호승이 《월간 조선》에서 조갑제랑 일하면서 써낸 책이 있고, 이 책을 놓고서 느낌글을 썼는데, 정호승 이분이 ‘네이버 블로그’로 명예훼손을 걸었다고 한다. 심드렁하다. 요새는 이런 글을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걸더라. ‘그들이 한 짓을 뉘우칠 마음’이 터럭조차 없기 때문일 텐데, 김훈처럼 ‘전두환 딴따라’를 했다고 스스럼없이 밝히기라도 한다면, 정호승은 스스로 달라질 수 있을 테지만, 그릇이 얕구나. 지난 1998년 11월에 ‘최장집 교수 논문 짜깁기’가 있었다. 잊거나 모르는 분이 많을 테지만, 숲노래 씨는 그즈음 그 《월간조선》을 어렵게 사놓은 적 있다. ‘판매금지가처분’을 받은 《월간조선》인 터라 헌책집을 뒤져서 찾아냈다. 그무렵에도 멀뚱히 실린 ‘정호승 서정시’를 되새겨 본다. ‘조선일보·월간조선’하고 소꿉놀이를 한대서 ‘나쁜놈·죽일놈’일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뒷걸음을 하려면 ‘치유·희망을 노래하는 시’를 쓴다는 허울은 벗어야 하지 않을까? 《시간여행》을 되읽었다. 앞서간 글빛이되, 글결을 ‘쉬운 우리말’로 가다듬었으면 더욱 빛났으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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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7.


《토성 맨션 7》

 이와오카 히사에 글·그림/송치민 옮김, 세미콜론, 2015.4.15.



쑥잎을 쓰다듬으면 손바닥으로 푸른빛이 너울너울 올라온다. 모싯잎도 돌나물잎도 매한가지이다. 모든 풀포기는 저마다 다른 풀빛을 우리한테 나누어 준다. 뭇풀을 쓰다듬다 보면, 복숭아뼈를 건드릴 만큼 씩씩하게 올라온 풀포기를 슥슥 스치면서 풀밭을 거닐다 보면, 살림풀(약초)·죽임풀(독초)이란 따로 없는 줄 느낀다. 모든 풀은 그저 풀이다. 풀어주는 숨결이 다를 뿐이다. 고비(편지함)에 말벌이 집을 짓는다. 이곳 말고도 집지을 데는 많을 텐데. 시끌벅적 말밥에 오르는 진중권 씨 이야기를 듣는다. 때로는 바르게 말하다가도 때로는 뜬금없는 말을 할 만하다. 숱한 글꾼은 서울에 눌러앉기에 ‘시골 모르쇠’이다. 먹튀를 했다는 권경애 씨는 우리한테 웃음을 베푼다. 조선일보랑 사귀는 서민 씨나, 중앙일보·신동아랑 짝짜꿍하는 김규항 씨도 똑같다. 이들은 하나같이 ‘서울뜨기’이다. 짐짓 ‘다르다’ 싶은 말을 읊는 듯하지만 ‘서울 울타리(in Seoul)’를 굳힐 뿐이다. 이들이 쇳덩이(자동차)랑 잿더미(아파트)를 버리고, 호미 쥐는 시골살림을 짓지 않으면, 내도록 쳇바퀴이리라. 《토성 맨션 7》을 새삼스레 읽었다. 아이들이 이제는 이 그림꽃을 알아보며 반긴다. 이 그림꽃을 읽어낼 수 있다면 비로소 ‘어른’이리라.


#岩岡ヒサエ #土星マンショ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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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6.


《도도가 있었다》

 이자벨 핀/전진만 옮김, 시금치, 2023.3.20.



비가 그친다. 제비가 날갯짓하며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바람소리를 듣는다. 구름이 빠르게 사라지는 소리를 듣는다. 이슬하고 빗물이 섞이는 소리를 듣는다. 이슬을 빨아들이는 풀잎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빗물로 먼지를 씻어낸 나무가 가볍게 춤추는 노래를 듣는다. 누구나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아이들을 ‘학습(영어·문해력 교육)’이란 굴레를 제발 씌우지 말고, 아이들한테 “오늘은 개미가 뭐라고 하니?”라든지 “오늘은 해가 어떤 말을 하니?”라든지 “오늘은 별님이 무슨 노래를 들려주니?” 하고 묻기 바란다. 아이는 누구나 다 들을 줄 아는데, 어버이·어른이 아이들 귀를 틀어막을 뿐이다. 우리 어른도 다 아이로 살아왔으니, 나이를 아무리 먹었어도 마음을 빗물로 씻고서 귀를 열면 이제부터 들을 수 있다. 《도도가 있었다》를 읽었다. 매우 뜻깊은 책이다. 알차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을 다룬 대목도 돋보인다. 그런데 몇 가지는 아쉽다. 한글판은 어린이뿐 아니라 푸름이한테도 어렵다. 왜 이렇게 어려운 일본 한자말을 자꾸 쓸까? 순이(여성 과학자) 이야기에 치우치면서 길을 꽤 잃기도 한다. ‘순이돌이(여남)’를 가르지 말고, ‘아름빛’을 밝힌 사람을 다루려는 눈길이라면 참으로 빛나는 책이었을 텐데.


#IsabelPi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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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5.


《살아남는다는 것》

 구드룬 파우제방 글/박종대 옮김, 봄볕, 2022.1.7.



엊저녁부터 빗줄기가 듣는가 싶더니, 바야흐로 시원스레 빗줄기가 듣는다. 바람도 싱싱 분다. 쏟아지는 비는 콸콸콸 씻고, 퍼붓는 비는 촤르르 털고, 들이붓는 비는 털털털 닦는다. 모든 소리를 잠재울 뿐 아니라, 이 두멧시골에 아무도 돌아다니지 말라면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듣고 맞는다. 함박비도 그때그때 빗살이며 빗소리가 다르다. 늦은낮에 접어들자 멧새노래가 퍼진다. 아하, 빗줄기가 멎으려는구나. 비가 더 오는지 안 오는지는 새가 알려준다. 오늘 하루는 빗소리가 우렁차다 보니 마을알림이 하나도 없다. 이 빗소리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늘 “군수 당선에 이바지하지 않은 사람은 명단을 다 작성해 놓고서 모든 사업에서 배제합니다.” 같은 말을 들었다. 군수 곁에 있는 사람이 들려준 말이다. 그런 줄 익히 알았다. 예전 고흥군수도 다 똑같았다. 《살아남는다는 것》을 읽었다. 우리말로 옮긴 펴냄터가 고맙다. 작은아이부터 읽고, 큰아이도 읽고, 숲노래 씨도 읽었다. 셋이 다 읽은 뒤에 두런두런 책수다를 편다. 저마다 무엇을 느끼고 새기고 생각했는가를 펴고, 서로 미처 못 짚거나 놓친 대목을 보탠다. 스물하나∼스물셋 나이에 싸움터(전쟁)에 끌려가서 겪은 바가 있기에 아이들한테 철든 어버이로 얘기할 수 있구나.


#GudrunPausewang #Uberlebe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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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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