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16.)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묵음 짐꾸러미를 끌러서 버릴 것은 버리고, 둘 것은 두다가 묵은 명함책을 봅니다. 그동안 모은 헌책방 명함에다가 예전에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 명함이 담깁니다. 이 가운데에는 소설가이기 앞서 잡지사 편집장이던 박민규 님 명함이 있습니다. 작은아이가 갓 태어날 무렵 찍은 사진들이 담긴 상자를 봅니다. 큰아이가 동생 곁에 누워서 그림책을 읽어 주는 사진이며 어느새 거의 잊었구나 싶은 아스라한 예전 모습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놀면서 자라고, 우리는 나날이 새롭게 일하면서 크지 싶어요. 오늘 나는 어떤 일손을 붙잡으면서 스스로 새로운 마음으로 거듭나는 하루를 보내는가 하고 가만히 되새깁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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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다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13.)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2011년에 고흥에 뿌리를 내렸으나 아직 풀지 않고 상자에 쟁인 살림이 제법 있습니다. 도서관 한켠에 이런 상자나 꾸러미가 있습니다. 언젠가 풀어서 제자리를 찾아서 놓겠지 하고 여기지만, 막상 이렇게 안 한 지 여러 해가 흘렀어요. 여러 해가 흐르도록 따로 돌아보지 않기까지 합니다. 이럴 때마다 생각에 잠겨요. 이처럼 여러 해가 흐르도록 한 번도 안 들추는 살림이라면 나한테 굳이 없어도 되는 짐덩이인 셈은 아닌가 하고요. 버려야 한다면 버리자는 생각으로 묵은 짐꾸러미를 끌르는데 곁님이 인천에서 한창 종이접기를 하면서 보던 작은 책이 여러 권 나옵니다. 곁님을 만나기 앞서 헌책방을 다니며 모은 ‘일본 오리가미 책’입니다. 종이접기를 할 생각이 딱히 없었어도 ‘일본 오리가미 책’이 퍽 야무지고 알차다고 여겨서 장만해 둔 적이 있고, 곁님하고 살며 이 책을 보라고 건네었는데, 몇 차례 살림집을 옮기면서 그만 짐꾸러미에 박혔구나 싶어요. 마침 큰아이가 종이접기를 몹시 좋아하고 즐기니 이 책을 새롭게 건넬 만합니다. 큰아이는 일본말을 모릅니다만, 종이접기는 ‘말을 몰라’도 그림으로 생각을 밝혀서 익힐 수 있습니다. 두 시간 남짓 묵은 짐을 치우고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작은아이가 도서관 자물쇠를 채웁니다. 마을 논둑에서 펑퍼짐하게 잎을 내놓은 유채를 만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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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물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6.)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도서관학교 둘째 칸 책꽂이 자리를 바꿉니다. 며칠에 걸쳐 조금씩 일합니다. 이동안 두 아이는 저희 나름대로 불을 쬐며 책을 읽거나 온 골마루를 달리면서 놉니다. 한창 책꽂이를 옮기고 책을 빼어 새로 꽂다가 묵은 짐 사이에서 사마귀 허물을 봅니다. 웬 사마귀 허물이 이런 곳에? 허물을 벗은 사마귀라면 설마 사마귀가 우리 도석관학교에서 함께 살았다는 뜻? 풀밭이 아닌 책밭에서도 사마귀가 먹이를 찾으면서 지낸다는 뜻? 가만히 돌아보면 여름 내내 도서관학교 둘째 칸이나 셋째 칸에서 제법 큰 풀사마귀를 으레 보았기에 그때마다 풀밭으로 내놓아 주었는데, 내놓고 또 내놓아도 다른 풀사마귀가 있었구나 싶기도 합니다. 오늘은 책꽂이 자리를 제법 잡았고, 책도 꽤 새로 꽂았습니다. 며칠 더 품을 들이면 마무리를 지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앞서 묵은 시집을 한동안 서서 읽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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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길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3.)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서울에서 먼 길을 달려서 도서관학교로 찾아온 손님한테 여러 가지 사진책을 펼쳐서 보여줍니다. 어느 사진책은 오래도록 손길을 타면서 겉종이가 떨어지기도 하고, 어느 사진책은 빳빳한 기운이 어느새 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 도서관학교로 찾아와서 사진책이나 그림책이나 여러 갈래 책을 살피시는 분들은 책 한 권마다 이녁 손길을 남기면서 다른 책손한테 이녁 기운을 살며시 이어 준다고 느낍니다. 여럿이 돌려 읽으면서 여럿이 생각을 키우고, 저도 책손 곁에 서거나 앉아서 함께 그 사진책 하나를 되읽으면서 새삼스러운 숨결을 물려받습니다. 책으로 가는 길은 사람들 손길이 묻어나는 마음이 흐르는 길이지 싶어요. 작은아이는 폭신걸상에 작은 그림책을 하나하나 펼치면서 놉니다. 앞마당에서 돌을 주워서 놀기도 하고, 돌로 시멘트 바닥에 그림을 그리면서 놀기도 합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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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11.)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사흘에 걸친 서울마실을 마치고 고흥에 돌아왔습니다. 사흘 동안 서울에서 거의 쉬지 않고 돌아다녔으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릎을 쉬어 줍니다. 해가 떨어지고 달이 밝은 저녁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아이들하고 도서관에 갑니다. 겉옷을 잘 챙기고 천천히 노래하면서 어두운 길을 걷습니다. 자동차도 사람들 발길도 없는 시골길을 조용히 걷습니다. 큰아이는 만화책을 무릎에 얹고, 작은아이는 작은 자전거를 끌면서 이 골마루 저 골마루 누빕니다. 작은아이는 자전거를 끌며 놀다가 작은 그림책을 누나처럼 무릎에 펴서 읽습니다. 나는 월요일이 밝으면 우체국에 가서 부칠 책을 꾸립니다. 월요일에 열 곳에 책을 부치려 하니 미리 챙깁니다. 이주에는 도서관 이야기책도 하나 엮을 생각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작은아이한테 얘기합니다. “어두운 길을 걷기가 무섭니?” “아니.” “왜 안 무서울까?” “다 보여서?” “어두운 곳에서는 어두운 빛을 볼 수 있어. 밝은 데에 있다가 어두운 곳에 가면 그냥 어두움이 있을 뿐이야. 10초만 가만히 있어도 어두움을 잘 볼 수 있어.” 반달이지만 무척 밝습니다. 달 둘레로 하얗게 빛띠가 보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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