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28.)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읍내마실을 합니다. 자전거를 몰아서 우체국에 갈까 하다가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갑니다. 마침 깍두기가 거의 다 떨어졌으니 무를 장만하자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감을 거의 다 먹었기에 감도 한 자루 장만할 생각입니다. 11시 15분에 마을 앞을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탑니다. 읍내에는 11시 40분쯤 닿을 테니, 12시 30분에 돌아올 버스를 타자면 서둘러야 합니다. 좀 빠듯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통통 달려서 우체국에 가서 도서관학교 소식지 서른다섯 통을 부칩니다. 이튿날 더 봉투질을 해서 부쳐야지요. 자루감(자루에 쉰 알씩 담아서 파는 감)을 내놓은 과일집이 있는가 하고 살피는데 한 군데도 없습니다. 이제 단감은 막철이로구나 싶네요. 그러나 무는 가방 가득 장만했고, 굵은소금도 한 봉지 장만합니다. 후다닥 볼일을 마쳤습니다. 이제 집에서 밥을 지어 아이들을 먹이고 등허리를 쉽니다. 해 떨어진 저녁에 느긋하게 별바라기를 하면서 아이들하고 도서관에 갑니다. 전기난로를 켜고 호젓한 밤을 누리고는 다시 천천히 별바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학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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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룸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27.)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도서관 소식지 〈삶말〉 25호를 부치려고 하다가 하루 미루기로 합니다. 봉투에 주소를 적고 소식지를 넣고 종이테이프로 마감을 한 뒤,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갈는지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 우체국으로 갈는지 십 분 동안 망설이다가 드러눕기로 합니다. 막상 짐을 다 챙기고 길을 나서려 하다가 머리가 매우 지끈거리고 등허리가 결리기에 ‘이런 머리랑 몸으로 움직이다’가는 큰일이 날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우체국 마실을 하고 싶은 아이들더러 “오늘 안 갈래. 오늘 말고 내일 가자.” 하고 말하니 몹시 서운해 합니다. 그러나 어쩌겠니. 너희도 낮잠을 자렴. 꿈을 꾸고 가장 느긋하면서 튼튼하며 맑은 몸으로 이튿날 아침에 일찍 읍내로 군내버스를 타고 우체국에 다녀오자.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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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실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2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12월 25일이 아니어도 크리스마스라고 하는 날을 생각해 보려고 몇 가지 그림책을 장만해서 찬찬히 읽었습니다. 핀두스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를 장만했고, 마녀 위니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마녀 위니의 크리스마스 대소동》을 장만했어요. 이 그림책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철에만 읽는 이야기라고 느끼지 않아요. 우리한테 ‘생일’이 한 해 가운데 하루뿐이지 않듯이, 크리스마스나 ‘새해’도 하루뿐일 수 없다고 느껴요. 삼백예순닷새가 모두 ‘생일’이요 ‘크리스마스’요 ‘새해’라고 할까요. 유투브에서 ‘마샤와 곰’을 러시아말로 아이들하고 보았어요.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다루는데, 아주 멋지게 잘 보여주어요. 선물은 남이 나한테 주지 않고, 늘 내가 스스로 준다고 하는 대목을 헤아릴 노릇이에요. 아무튼 12월 24일 낮에 읍내로 가서 ‘도서관학교 소식지 삶말 25호’를 복사합니다. 읍내 가게에 들러 포도술을 석 병 장만합니다. 석 병이면 석 주에 걸쳐서 조금씩 누릴 만하지 싶습니다. 다른 고장은 모르지만, 고흥은 포근하며 겨울비가 싱그럽고, 갓풀 냄새나 봄맞이풀 냄새가 산뜻한 나날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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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22.)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우리가 부르기에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하고 겨울이 온다고 느낍니다. 여름에 더위로 펄펄 끓으며 시원한 바람을 바라니 어느새 겨울이요, 겨우내 추위로 꽁꽁 얼며 따스한 바람을 꿈꾸니 어느덧 여름이지 싶어요. 해마다 겨울에서 봄 사이에 유채꽃하고 갓꽃을 만납니다. 경관사업으로 논에 뿌리는 유채씨는 봄에 한꺼번에 꽃이 터지지만,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유채하고 갓은 십일월 끝자락부터 꽃이 터집니다. 들에 피는 들갓꽃을 보면서 올해에도 곧 갓김치를 담글 철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들바람을 쐬며 들노래를 배우고, 들꽃을 보며 들살림을 배웁니다. 아마 지난날에는 여느 사람들한테 종이책이 없었어도 우리를 둘러싼 모든 들하고 숲하고 바람하고 하늘하고 풀이 사랑스러운 삶책이 되어 즐거이 배울 이야기를 베풀었으리라 생각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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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발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21.)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오늘은 비가 안 오겠거니 여겼으나 비가 옵니다. 어쩌면 비를 생각하면서 마음에 비를 그렸으니 비가 올는지 몰라요. 맑은 하늘과 밝은 구름과 환한 햇살을 생각하면서 마음에 이런 날씨를 그렸으면 맑고 밝으며 환한 하루였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집에 여러 달째 쌓아 두고서 거의 안 들춘 책을 치우기로 합니다. 천바구니로 세 꾸러미를 골라냅니다. 곧 느낌글을 써서 도서관으로 옮기자고 생각했지만 정작 여러 달 동안 제대로 안 들추고 자리만 차지한 책입니다. 이런 책은 아직 집에 많습니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있으리라 여기며 장만한 책인데 꽤 오래 손을 못 타는 책인 셈입니다. 책한테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속삭이면서 도서관으로 옵니다. 다 읽었되 느낌글까지는 안 써도 되리라 여기는 책은 제자리를 찾아 꽂힙니다. 곧 마저 읽고 느낌글까지 쓰려는 책은 도서관 책상맡에 놓습니다. 설마 도서관에서 미처 못 치우는 책이 또 쌓이려나요. 낮에 사진꾸러미가 택배로 옵니다. 곁님 일산 식구가 예전에 다 같이 모여 찍은 사진을 크게 여러 장 뽑았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도서관학교랑 마을이랑 집에서 노니는 사진은 작은 사진책으로 묶었습니다.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앞으로 아이들 사진책을 상자에 담아서 부치기로 합니다. 가늘게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달려서 면소재지 우체국에 다녀옵니다. 겨울비이지만 등에서 후끈후끈 땀이 납니다. 차갑지 않고 시원한 겨울 빗발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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