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병풍 그림책)
이서지 그림, 이윤진 글 / 한솔수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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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28


《장날》

 이서지 그림

 이윤진 글

 한솔수북

 2008.9.29.



  지난날 임금붙이하고 벼슬아치는 손수 지을 줄 아는 살림이 없었지 싶어요. 사람을 부려 남한테 시키기는 했겠지만, 스스로 움직이면서 짓거나 나누지는 않았다고 느낍니다. 아기한테 젖을 물리거나 기저귀를 갈거나 살림을 가르치는 일도 없었을 테고요. 풀꽃을 읽거나 벌나비 마음을 알거나 구름결을 헤아리지도 않았다고 느껴요. 지난날 흙을 가꾸고 숲을 돌보던 수수한 사람은 모든 살림을 손수 짓고 나누었을 뿐 아니라, 풀꽃을 읽고 벌나비 마음을 알며 구름결을 헤아렸어요. 오늘날을 돌아보면 나라지기에 벼슬아치에 먹물을 비롯해, 수수한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까지 손수 짓는 살림하고 꽤 멉니다. 이제는 다같이 공장 흐름에 몸을 맡겨요. 옛날에는 저잣날 저잣거리에 갖은 사람들이 갖은 솜씨를 뽐낸 살림이며 세간을 갖고 나와서 사고팔거나 나눴어요. 이 모습이 《장날》에 고스란히 흐릅니다. 그림책으로 남은 옛자취예요. 잊거나 잃었으나 그림으로 살려낸 살림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숲을 그리는 마음으로 아이를 돌본다면, 옛날하고 다르면서 새롭게 손살림을 짓고, 새로운 저잣판을 꾸리겠지요. 아득한 손빛을 돌아보면서 짙푸를 꿈을 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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