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도 지지 않고 뚝딱뚝딱 누리책 4
미야자와 겐지 시, 야마무라 코지 그림, 엄혜숙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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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61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글

 야마무라 코지 그림

 엄혜숙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5.11.3.



  어제는 새벽에 비가 쏟아졌습니다. 아침나절에는 이럭저럭 내리다가 낮을 지나 저녁에 이르니 가늘어요. 작은아이하고 자전거를 달려 바람쐬기를 하는데 는개가 옵니다. 작은아이가 “비가 오나 봐요?” 하고 묻기에 “응, 그럼 비를 맞으면 되지.” 하고 말합니다. 비가 오니 비를 맞아요. 해가 나오니 해를 쬡니다. 바람이 부니 바람을 먹어요. 꽃이 피니 꽃내음을 맡고, 풀이 돋으니 풀빛을 머금습니다. 《비에도 지지 않고》는 일본이란 나라가 아름길도 살림길도 사랑길도 아닌 어둠길에 총칼길에 바보길을 걷던 무렵 스스로 앞길을 다짐하며 쓴 글자락에 그림을 붙입니다. 숱한 일본사람은 총칼을 드는 나라를 치켜세웠고 따라갔습니다. 살아남거나 살아가려면 나라님 말씀을 섬겨야 한다고 여겼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애국·충성’을 달달 외우며 종노릇으로 치달았어요. 꽃이 집니다. 얼룩이 집니다. 피멍울이 집니다. 이리하여 비를 달게 받는 길을, 기꺼이 거름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길을, 바람을 타고 온누리를 따사로이 어루만지는 길을 노래합니다. 나라님 꽁무니를 안 좇고 벼슬살이를 안 바라는 몸짓을 멍청하다고 놀린다면 기꺼이 멍청이가 되어 풀꽃나무를 사랑하는 길을 갑니다. 비를 노래하고, 하늘땅을 춤추기에 사람입니다. ㅅㄴㄹ


#みやざわけんじ #MiyazawaKenji #宮沢賢治 #山村浩二 #雨ニモマケズ #RainW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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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돼지의 불끄기 대작전 29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9
아서 가이서트 지음, 길미향 옮김 / 보림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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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360


《꼬마 돼지의 불끄기 대작전 29》

 아서 가이스트

 길미향 옮김

 보림

 2007.5.20.



  어두운 곳에 혼자 있기란 무척 오랫동안 힘들었지만, 이제는 어디에 혼자 있어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었기에 어둠을 이겨냈다고 여기지 않아요. 어둠하고 빛이 무엇인가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타고나기를 ‘눈을 감고서 어둠을 본 적 없는’ 터라, 아무리 캄캄하다 싶은 데에서도 눈을 감으면 둘레가 외려 환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왜 그러한가를 일깨우거나 짚거나 알려주는 목소리가 없었어요. 헛것을 본다느니 거짓말이라느니 여겼지요. 이제는 ‘눈을 감으면 둘레가 되레 환한 까닭’을 압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숨결인 터라, 우리 곁에 있는 모든 것한테서 흘러나오는 빛을 ‘감은 눈’으로 보거든요. 어떤 이는 ‘뜬 눈’으로 이 숨빛줄기를 보겠지요. 《꼬마 돼지의 불끄기 대작전 29》는 밤에 혼자 불을 끄고 자는 길을 요모조모 생각한 어린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뭘 그렇게 어지럽고 길게 뭔가 뚝딱거려야 하느냐 여기는 분이 있겠지만, 느긋하게 잠들어 꿈나라에 가고 싶기에 ‘틈’이 있어야 합니다. 그 틈에는 밝게 있다가, 이 틈이 지나면 어두워도 돼요. 그나저나 아이가 ‘밤에 무섭다’고 할 적에는 똑바로 짚어 줄 노릇입니다. 우리 마음이 무섬것을 부르고, 우리 마음이 모든 길을 말끔히 털어낸다고 말예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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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 살 이야기
안나 회그룬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우리학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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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345


《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 살 이야기》

 안나 회그룬드

 이유진 옮김

 우리학교

 2018.4.25.



  열네 살에 접어든 나무는 얼마나 푸를까 생각해 봅니다. 열네 해쯤 풀숲에서 살아온 개구리는 얼마나 듬직할까 생각해 보고, 열네 해 동안 바다를 가른 고래는 얼마나 슬기로울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고장을 이루며, 나라를 이룬 열네 해라면 어떤 그림일까요? 나무마을이나 개구리마을이나 바다마을은 나날이 아름다이 거듭나지만, 막상 사람마을은 아름다운 길하고 동떨어지지는 않나요? 《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 살 이야기》는 열넷이라는 나이를 살아오기까지 어둡고 갑갑했던 나날을 들려줍니다. 그림책에서는 그냥그냥 나오는 한 줄일는지 모르나, 참말로 ‘다른 사람은 못 듣는 소리’나 ‘다른 사람은 못 보는 모습’을 혼자 떠안고 지냈다고 한다면, 앞으로도 캄캄하고 괴로울밖에 없어요. 2020년 뒤부터 이 나라·사회·학교·마을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 학교를 마치고 졸업장을 따고 회사원이 되어야 하나요, 아니면 학교나 졸업장이 아닌 스스로 아름다이 빛날 길을 스스로 찾아나서면서 배우고 나누고 가다듬는 살림길로 가려나요? 사회 흐름만 본다면 캄캄하기 마련입니다. 사회를 떠나 숲·들·바다로 가요. 나무·개구리·고래랑 동무가 되어 봐요. 이렇게 해야 바뀝니다. ㅅㄴㄹ


#AnnaHogl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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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 그림책은 내 친구 3
사토 사토루 지음,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 이선아 옮김 / 논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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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324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

 사토 사토루 글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

 이선아 옮김

 논장

 2003.8.5.



  나무는 장갑을 낀 손을 달갑잖게 여깁니다. 왜 굳이 천조각으로 손에 감싸서 저랑 만나려 하지 않느냐고 투덜대요. 나무는 신을 꿴 발도 곱잖게 여겨요. 뭣 하러 플라스틱덩이를 발에 감싸서 저까지 아프게 하느냐고 따집니다. 가만 보면, 나무를 잘 타는 짐승은 모두 맨몸입니다. 나무를 잘 오르는 사람도 맨몸이지요. 나무한테 삐죽삐죽 가시가 있다면 스스로 지키고 싶기 때문인데, 부드러이 다가오는 숨결이 있다면 가시가 흐물흐물 사라져요.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를 되읽을 적마다 이 그림책이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나 하고 헤아리곤 합니다. 일본에서 1971년에 처음 나온 이 그림책은 아이가 나무랑 어떻게 사귀는지, 나무는 아이한테 무엇을 가르치는지, 아이는 나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무는 아이한테 어떤 동무를 알려주는지, 이모저모 따스하면서 너그러이 밝힙니다. 아이는 “큰나무가 갖고 싶다”고 말한다는데, “큰나무에 보금자리를 틀고서 살고 싶다”는 뜻입니다. 학교나 사회나 회사가 아닌 나무입니다. 학원이나 놀이터나 관광지가 아닌 나무예요. 어버이라면,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나무를 물려주어야지 싶습니다. 나무가 우람하게 자랄 만한 숲에서 아이하고 살림을 지을 노릇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村上勉 #佐藤さとる #おおきなきがほし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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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여보세요 - 이와사키 치히로 아기 그림책
마쓰타니 미요코 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임은정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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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359


《따르릉 여보세요》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마쓰타니 미요코 글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2007.4.30.



  뜨겁던 볕이 가라앉으면서 해가 질 무렵 물가나 논마다 개구리가 왁왁 부릅니다. 이 시원한 저녁에 같이 놀지 않겠니? 해가 고개 너머로 사라지고 별이 하나둘 초롱초롱할 즈음 하늘 곳곳에서 별님이 부릅니다. 이 고즈넉한 밤에 함께 노래하지 않겠니? 새벽이 흐르는 사이 멧새가 속닥거립니다. 자, 슬슬 동이 트는데 꿈을 추스르지 않겠니? 아침이 밝아 꽃망울이 열리고 나무가 촤라락 춤을 춥니다. 얘야, 얼른 이리 나와서 나비하고 나란히 날지 않겠니? 《따르릉 여보세요》는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면서 누리는 아이 곁에 어떠한 숨결이 흐르고, 아이는 무엇을 받아먹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나는가 하는 이야기를 상냥하게 들려줍니다. 어느 이웃이며 동무도 아이를 닦달하지 않아요. 부드럽게 부르지요. 가만가만 속삭입니다. 따르릉 하고 가볍게 울리는 말소리입니다. 또르릉 구슬처럼 빛나는 목소리입니다. 따라랑 이 땅을 박차면서 내닫는 웃음소리입니다. 이 소리는 우리한테 어떤 빛이 될까요? 저 소리는 우리한테 어떤 소꿉이며 살림이 될까요? 그 소리는 우리한테 어떤 마음자리에 깃들어 다시금 기운내어 하루를 맞이하는 이야기가 될까요? 놀면서 자라려고 태어난 아이입니다. 얘기하고 노래하고 춤추려고 이곳에 찾아온 아이입니다. ㅅㄴㄹ


#いわさきちひ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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