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개 할망
오미경 지음, 이명애 그림 / 모래알(키다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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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85


《물개 할망》

 오미경 글

 이명애 그림

 모래알

 2020.1.30.



  비가 오는 날 비를 흠뻑 맞으면 어쩐지 훨씬 시원하면서 몸이 가볍습니다. 더위를 식힐 뿐 아니라 마음에 깃든 때를 달래 준달까요. 비를 한참 맞고 보면 코를 큼큼하면서 비에 섞인 비릿한 내음을 맡아요. 어느 머나먼 바다에서 구름이 되어 빗물로 바뀌어 찾아온 물방울일까요. 아니면 가까운 바다에서 살그마니 구름송이로 피어서 빗물송이로 영글어 찾아든 물님일까요. 들이며 숲은 사람이 주는 민물보다는 구름으로 흩뿌리는 빗물을 먹어야 싱그러이 올라요. 바다를 이룬 물은 짭짤한데, 아지랑이가 되면서 짭조름을 내려놓고 바람을 타며 구름으로 흐르는 동안 새로운 기운을 담아 촉촉히 적시기에 푸나무를 살찌울까요? 사람은 이 빗물로 자란 나물이며 열매를 먹으며 튼튼할 테고요. 《물개 할망》은 바다라는 터에서 물질을 하는 할망하고 얽힌 아이가 바다를 품으려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그래그래 그렇구나 하고 읽다가 좀 아쉽습니다. 바다는 왜 하늘빛을 담아서 파랄까요? 바다라는 보금자리는 이 푸른별에서 어떤 빛일까요? ‘물옷’ 하나를 다룬 대목으로도 도두볼 만하지만, 물빛을, 물노래를, 물아이를, 물놀이를 더 엮을 수 있었을 텐데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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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공주님 크레용 그림책 29
나카가와 치히로 글 그림,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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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03


《내가 진짜 공주님》

 나카가와 치히로

 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9.1.



  ‘멋지다’는 말은 그리 와닿지 않습니다. ‘맛있다’는 말도 썩 와닿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름답다’는 말은 가슴으로 찌릿찌릿 울려요. ‘사랑스럽다’는 말도 온마음을 환하게 일깨웁니다. 2001년에 한국말로 《내가 진짜 공주님》이란 그림책이 나왔고, 우리 집 아이들한테 즐겁게 읽혔는데, 어느 날 이 그림책 일본판을 헌책집에서 만났어요. 일본판은 1995년에 《のはらひめ》로 나왔더군요. 일본말을 살피니 “들공주”예요. 일본글로 적힌 일본 그림책을 읽다가 처음에는 부아가 났고, 나중에는 눈물이 났습니다. “들꽃아이·들빛순이”로 지내고픈 아이는 그 어떤 놀이보다 “들놀이”를 사랑합니다. 풀밭에서 맨발로 들꽃이랑 소곤소곤 이야기하면서 들동무하고 소꿉을 할 적에 싱그럽게 웃고 노래하는 얼굴이지요. 한국에서는 왜 “들꽃아이·들빛순이”가 아닌 “내가 진짜 공주님”으로 옮겨야 했을까요? 이 그림책은 온통 들꽃잔치입니다. 들빛을 먹고 들숨을 마시며 들노래로 나긋나긋한 아이가 걸어가는 푸른 꿈을 들려주어요. 아무래도 한국은 학교도 사회도 마을도 ‘겉멋투성이’라서 수수하며 투박한 들빛을 그림책에 담기 어려운 듯싶습니다. ㅅㄴㄹ


#なかがわちひろ #中川千尋 #のはらひめ #おひめさま城のひみつ








아이는...

"우리 집 공주님"이 아닌 "들공주"라고

똑똑히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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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와 체리 씨
베라 B. 윌리엄스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느림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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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78


《체리와 체리 씨》

 베라 B.윌리엄스

 최순희 옮김

 느림보

 2004.1.19.



  저더러 “그대는 너무 앞서가네. 그렇게 앞서가지 말고, 반걸음만 나아가면 어떻겠나?” 하고 말씀하는 분이 있어, “같이 가자는 뜻은 좋습니다만, 저는 이슬떨이처럼 살아가는 터라, 언제나 길잡이로 쭉쭉 뻗을 뿐입니다. 제 마음에는 날개가 있으니 홀가분히 날아올라 저 앞길에 무엇이 있는가를 즐겁게 바라보려고 하늘빛을 먹을 뿐입니다.” 하고 대꾸하곤 합니다. 앞서가는 사람은 앞만 보고 가지 않아요. 앞서 씽씽 달려갔다가 어느새 이쪽으로 쌩쌩 달려오지요. 아이들을 보셔요. 아이들은 쉬잖고 뛰고 달립니다. 할매 할배는 아이들 발걸음을 못 맞춥니다. 아이들은 먼저 저 앞으로 신나게 달려가고는 “할머니, 저 앞에 얼른 가자. 재미난 것이 있어요!” 하고 노래합니다. 생각해 봐요. 아이들더러 ‘앞서 달리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한테는 ‘더 신나게 달히렴’ 하고 말해야겠지요. 《체리와 체리 씨》는 꿈으로 달리는 아이를 지켜보고 아끼는 어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꿈으로 달리고, 사랑으로 달리며, 노래로 달립니다. 아이는 하늘빛 바다빛 풀빛 물빛 바람빛으로 달려요. 이 아이 꿈그림을 마음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VeraBWilliams #VeraWilliams

#체리와체리씨 #베라윌리엄스 #숲노래아름책 #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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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릭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8
토미 웅게러 글, 그림 | 장미란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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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94


《크릭터》

 토미 웅거러

 장미란 옮김

 시공주니어

 1996.6.7.



  겉모습을 따지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만, 누가 언제 어디에서 겉모습을 따지려 들었나 하고 돌아보면, 우두머리가 선 때부터였지 싶어요. 우두머리가 선 뒤에는 우두머리를 따라 옷차림이며 몸짓이며 모두 틀에 맞추기 마련입니다. 이른바 ‘나라·사회·학교’를 봐요. 하나같이 틀에 맞춘 차림새에 몸짓에 말씨입니다. 저마다 다른 숨빛에 맞게 서로 다른 차림새로 홀가분하게 어우러지거나 일하는 모습은 도무지 찾아보기 어려워요. 민소매에 반바지로 일하는 대통령이나 공무원이 있을까요? 남학생도 치마를 두르고 긴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려도 되는 학교가 있을까요? 속마음으로 사귀거나 어울리지 않기에 겉치레나 허울로 흐릅니다. 참사랑으로 만나거나 어깨동무하지 않으니 겉모습을 따집니다. 너랑 내가 동무라면 얼굴이나 몸매를 안 따져요. 나랑 네가 삶지기라면 오직 마음빛만 바라봅니다. 《크릭터》는 마음빛으로 하루를 짓고 열고 누리면서 살아가는 둘 이야기를 그립니다. 둘은 동무이자 한집지기입니다. 둘은 즐거운 벗이자 따사로운 사이입니다. 둘레에서 뭐라 하든 안 대수로워요. 마음으로 보고 듣고 나누고 읽고 만나면 고스란히 사랑인걸요. ㅅㄴㄹ


#TomiUngerer #Cri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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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느티나무
하야시 기린 글, 히로노 다카코 그림, 이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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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96


《커다란 느티나무》

 하야시 기린 글

 히로노 다카코 그림

 이영미 옮김

 나무생각

 2011.4.20.



  나무를 살살 쓰다듬으면 나무가 자라며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가 손끝에 묻으면서 온몸으로 퍼지는구나 싶습니다. 나무를 타고 오르면 나무가 씨앗으로 움터서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해바라기를 하며 살아온 길자취가 발바닥을 거쳐 온마음으로 스미는구나 싶어요. 나뭇잎을 어루만지면 나무마음을 읽어요. 나무꽃에 코를 대면 나무빛을 느껴요. 나무가 맺는 열매를 하나둘 훑으면 나무사랑을 맞아들입니다. 《커다란 느티나무》는 몸집으로 커다랗던 느티나무가 어느 날 우직우직 쓰러져 땅바닥에 눕고 나서 맞이한 나날을 들려줍니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쓰러진 곁에 조그마한 다른 나무싹이 올랐대요. 커다란 느티나무는 이제 해바라기를 하던 삶을 내려놓는데, 그늘자리에서 숲을 새삼스레 바라보면서 ‘하늘하고 땅을 이루고 이으며 이야기하는 빛’을 처음으로 마주했다고 합니다. 제아무리 커다란 나무라 해도 처음에는 대단히 작은 씨톨입니다. 더없이 작은 씨톨은 그냥 흙에 녹아버리기도 하지만 작은 몸뚱이를 내려놓고서 뿌리를 뻗고 줄기를 올리며 잎을 내놓기도 합니다. 어른은 몸만 큰 사람이기보다는, 아이라는 숨빛을 품고서 사랑을 보여주는 넋이에요. ㅅㄴㄹ


#おおきなけやき #林木林 #広野多珂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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