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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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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아이요 어른이다. 처음 어버이 곁으로 태어나서 엄마아빠 품에서 자랄 적에는 아이라는 몸이라면, 차츰 철들고 눈이 밝으면서 둘레를 하나하나 알아보는 동안에 새롭게 어른으로 선다. 어느 나이에 이르러야 어른이지 않다. 철들면 어른이고, 철이 안 들면 일흔 나이여도 ‘철바보’이다. 《즐거운 어른》은 배를 곯지 않으면서 그냥그냥 조금 넉넉하게 살림을 꾸리며 살다가 할머니 나이에 이르러 글도 쓰고 책도 내고 책수다에 나들이도 다니는 하루를 들려준다. 글을 쓰는 할머니는 요사이도 부릉부릉 몰면서 홀가분히 돌아다닐 뿐 아니라, 나라밖마실도 심심찮게 다녀올 만하구나 싶다. 요새 나라밖마실을 못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나, 나라밖은커녕 옆고을이나 옆고장으로조차 나들이를 못 하는 할매할배도 수두룩하다. 내가 사는 두멧시골 할매할배는 걷기도 버거우나 지팡이나 아기수레로 어쩌저찌 집과 마을쉼터 사이를 한참 걸려서 겨우겨우 오간다. 읍내 저잣마실조차 드문 마을할매를 지켜보노라면,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일거리를 잡는다든지, 짝꿍이 살림돈을 넉넉히 벌어오는 집안에서 지내면서 예순이나 일흔이나 여든을 맞이한 할매는 참 다르구나 싶다. 이옥선 할머니가 쓴 글을 읽노라면 “즐거워 보인다”고도 할 수 있되, 이보다는 “힘있는 어른”이나 “돈있는 어른”이 좀더 어울리지 싶다. 힘과 돈이 있어서 나쁠 까닭이란 없다. 그저 힘도 돈도 이름도 없이 두멧시골에서 지팡이나 아기수레로 100미터를 1시간에 걸려서 엉금엉금 기듯 나아가는 마을 할매할배를 날마다 지켜보면서, 마을 할매할배가 문득 들려주는 토막말에 깃든 숨결을 헤아리면서, “즐거운 어른”이란 더 천천히 걷는 사람이며, 더 나긋이 멧새소리와 철바람을 읽는 사람이지 않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다.
《즐거운 어른》(이옥선, 이야기장수, 2024.8.26.)
ㅍㄹㄴ
50대 초반에 집안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질 때쯤 동네 문화센터에서
→ 쉰 언저리에 집안일이 조금씩 줄어들 때쯤 마을 너른마당에서
→ 쉰을 지나 집안일이 조금씩 사라질 때쯤 마을 배움마당에서
5쪽
결과부좌를 하고 앉아서 단전호흡을 했다
→ 반듯하게 앉아서 배꼽숨을 했다
→ 틀어앉아서 배꼽밑숨을 했다
5쪽
누군가 말했듯이 가족이라 다 좋아 사는 건 아니고, 타인은 어차피 견디어주는 거라고 했다
→ 누가 말하듯이 한집이라 다 즐거워 살지 않고, 남은 뭐 견딘다고 했다
→ 누가 그러듯이 집사람이라 다 반갑지 않고, 놈은 그냥 견딘다고 했다
8쪽
젖가슴이 큰 게 그리 좋은가
→ 젖가슴이 크면 그리 기쁜가
→ 젖가슴이 그리 커야 하나
→ 젖가슴이 왜 커야 하나
50쪽
나의 해외여행 분투기
→ 이웃마실로 애쓰다
→ 바깥마실로 구슬땀
→ 나라밖마실로 발품
21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