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나귀님님의 "한국 출판계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이 책 소식은 들었는데, <풀무질>에 주문해 놓고 한번 사서 읽어야겠군요. 그런데... `삐까삐까'는 일본말 ^^ => `비슷비슷'으로 써 주셔요. `삐까번쩍'에서 `삐까'도 일본말 ^^ => `번쩍번쩍'이나 `으리으리'로 써 주셔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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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나귀님님의 "박근혜와 본회퍼, 그리고 칼질..."

조금씩이지만, 요즘 <나를 따르라>(허혁 옮김)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종교를 안 믿고 사는 저이지만, 본 회퍼라는 사람이 품은 생각과 종교를 바라보는 몸가짐에서는 배울 대목이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 꼬리말 : `백주'보다는 `벌건 대낮'이라고 써 보면 어떨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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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의 순간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도약의 순간
- 글쓴이 : 사이토 다카시
- 옮긴이 : 이규원
- 펴낸곳 : 가문비(2006.4.24.)
- 책값 : 9000원


 자전거를 타고 제주섬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제주섬 한 바퀴를 도는 데에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으나 꼬불꼬불 바닷가길을 하나씩 찾아다니면서 도느라, 또 자전거 타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느라 좀 고단하기도 했습니다.


..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을 한 권 읽는다는 것은 때로는 고통스럽게 느껴질 만큼 힘든 일이다. 하지만 책을 1백 권쯤 읽은 사람치고 책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전거 타기에 비유하자면, 타는 요령을 익히고 나면 넘어질 일이 거의 없어진다는 것이다. 나아가 5백 권, 1천 권을 읽고 나면 한 손으로 아이스크림을 핥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  〈36쪽〉


 그렇게까지 힘든 자전거 나들이는 아니었으나 함부로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나들이를 마친 뒤, 자전거 나들이가 한결 수월하고 가벼워졌습니다.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로 오갈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좀더 붙었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자전거를 오랫동안 타는 일도 그렇게까지 힘들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이번 나들이에서는 ‘빨리 달릴 수 없어 아쉬운’ 한편으로,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진 채로 하루에 여덟∼열 시간을 달렸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힘이 더 늘었지 싶습니다.


.. 또 만화 세계에서 확고한 지위를 쌓고 있던 데즈카 오사무는 만화상 심사위원을 의뢰받는 일이 많았는데, 어느 때부턴가 심사위원 의뢰를 받으면 거절하기 시작했다. 후배 만화가의 작품을 평가하기보다는 후배들과 같은 자리에 서서 평가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  〈44쪽〉


 제주섬 나들이를 하기 이틀 앞서 《도약의 순간》이란 책을 선물받았습니다. 자전거 나들이를 할 때면 짐은 되도록 줄여야 하는데, 꼭 이때 맞추어 책을 선물한 선배가 얄궂다고 느낍니다. 더욱이 책겉을 보면 ‘천재처럼 열망하고 도약하라!’는 글월이 적혀 있습니다. 책이름 “도약의 순간”이란 말도 썩 달갑지 않습니다. “뛰어오르는 때”, “펄쩍 뛰는 그때”쯤으로도 붙일 수 있을 텐데, 일본책이라서 일본사람이 쓰는 한자말 그대로 붙였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애써 선사해 준 책인데 어느 만큼 읽어야지요.

 “단순한 공상으로는 리얼리티가 나오지 않는 법이다. 자신이 예전에 맛본 적이 있는 현실이어야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29쪽)”는 대목을 읽으며, ‘그저 가볍게 성공학을 말하는 책은 아니구나’ 하고 느낍니다. 지금 우리들이 느끼기에는 천재처럼 보이는 이들이지만, 이들이 자기가 바라는 일을 찾고 즐기고 애써 밀고나갈 때에는 어느 누구도 천재라고 쉬 말하지 않았던 이들, 그러나 누가 천재라 하건 말건, 바보라 하건 말건 꿋꿋하게 자기 세계를 열고 가꾸어 나간 이들 이야기를 다룬 책이구나 느낍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데즈카 오사무, 빌 게이츠, 미켈란젤로, 니체, 기타노 다케시, 톨스토이, 로뎅, 고흐, 괴테와 고갱, 미야자키 하야오, 이렇게 열두 사람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본사람이 쓴 책이라 그렇겠지만 ‘우리가 돌아볼 만한 사람’으로 일본사람이 넷이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한국사람이 이런 책을 쓴다고 할 때에도 1/3쯤을 한국사람 이야기로 채울 수 있을까요?

 잠깐 책을 덮습니다. 바깥에는 바람이 세게 붑니다. 여름을 앞둔 날 부는 센 바람이라, 햇볕을 쬐면서 밖에 서 있으면 참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방에 앉아 창문으로 나뭇잎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나무마다 헐벗고 있던 때가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떠오르는데, 어느덧 나무마다 푸른 잎사귀가 가득합니다. 어제는 길거리 은행나무에 은행잎이 가득 달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 잎이 언제 저렇게 달렸는가 하고요.

 그래, 저 나무들은 잎을 한꺼번에 틔우려고 겨우내 숨을 죽이고 힘을 모으고 있다가 봄이 되어 조금씩 눈을 틔우다가 날이 확 풀린 그날부터 ‘이제 때는 왔다!’ 하고서 한껏 잎사귀를 터뜨렸겠지요. 《도약의 순간》에서 말하는 사람들도 고단하고 어려운 동안을 거치면서도 자기 담금질을 잊지 않았겠구나 싶고, 다른 사람들이 느끼거나 눈치채지 못하는 일을 꿋꿋하고 다부지게 이어왔겠다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이 알아주느냐 마느냐가 아니거든요. 자기 스스로 느끼기에 얼마나 알뜰하느냐, 올바르느냐, 고웁냐, 속이 꽉 찼느냐이지 싶어요. 자기 스스로 느끼기에 ‘이제 됐다’ 싶을 때까지, 또는 ‘아직 모자라니 더 하자’는 마음이 사라질 때까지 꾸준하게 자신을 지켜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선배가 저한테 이 책을 선물한 뜻을 어렴풋이 알겠습니다. (4339.5.1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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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나귀님님의 "난생 처음으로 적금을 깨던 기억..."

깨고 깨고 또 깨서... 이제는 더 깰 적금이 없을 때 그 느낌이란... 퍽 재미있습니다. 지금 바로 제가 그 형편이라서요. 흐흠. 이 책은 1990년에 반짝하고 나왔다가 사라졌는데, 그때는 초역이라서 번역이 엉성했지만, 이 책은 제대로 번역되었을지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한번 찾아서 둘을 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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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랄게 없는 삶
야마오 산세이 지음, 최성현 옮김 / 달팽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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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더 바랄 게 없는 삶
- 글쓴이 : 야마오 산세이
- 옮긴이 : 최성현
- 펴낸곳 : 달팽이(2003.10.9.)
- 책값 : 9000원


 비가 그쳤습니다. 해가 잠깐 났습니다. 세상이 아주 조용해진 듯합니다. 숨죽이던 새들은 다시 지저귀고 잔뜩 물을 품느라 힘겨웠던 땅들도 마음을 놓은 듯합니다. 논이고 밭이고 가득가득 넘칠 뻔하던 물도 조금씩 빠집니다. 나날이 뿌얘지는 하늘은 한결 깨끗해진 느낌입니다. 아쉽다면 무지개는 보이지 않고, 뭉개구름도 안 보인다는 대목.


.. 진짜로 존귀한 것은 물 그 자체로서, 이 지구 위에서 유일하게 자연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생물인 인간이 물을 존중하며 맑은 물 지키기에 노력한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즐길 수 있고, 나아가서는 천 년 이천 년 삼라만상의 일원으로 영원히 존속해 갈 수 있는 것이다 ..  〈69쪽〉


 서울에서 지낸다면 이런 여러 느낌은 못 느끼지 싶습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지저분하고 비가 그쳐도 그친 대로 지저분한 서울이거든요. 비가 오면 길이 막힌다고 아우성이고 비가 그치면 빗물이 질척거릴 뿐 아니라 빗물이 그대로 튀기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내달리는 자동차로 넘치는 서울이에요.

 서울사람들은, 아니 서울뿐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이 나라 사람들은 샘물을 마시지 못합니다. 아니 않습니다. 시골에서도 그럭저럭 물이 맑은 곳이 아니고는 죄다 정수기 물을 마신다고 해야 할 만큼 물이 더러워졌습니다. 먹는샘물을 사마실 돈이 없다면 수도물을 끓여서 마실 텐데, 수도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믿을 수가 없고 믿기가 어려우니까요.


.. 염소는 젖을 얻기 위해 기른다. 농협에서 사료용 보리를 사다가 먹이면 배 이상 젖이 나온다. 그것을 물론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돈을 주고 사는 사료로 키운 양의 젖을 마시는 것은 가게에서 젖을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  〈50쪽〉


 우리는 무엇 때문에 공업을 키우고 물건을 나라밖으로 내다 팔며 ‘아이티(IT) 강국’,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이루어야 할까요? 한동안 ‘에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세운다 뭐한다 말이 많았습니다. 영화 한 편 잘 팔면 자동차 몇 만 대를 파는 것만큼 돈을 번다고 법석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컴퓨터 기술과 많은 돈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래서 흐르는 냇물을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없다면 먹는샘물을 편의점이나 할인매장에서 사서 마시면 그만인가요? 우리 스스로 콩이고 팥이고 쌀이고 보리고 한 번도 스스로 씨 뿌려서 거두지 않으면서 ‘국산 유기농 곡식’만 ‘돈 주고 사서 먹으려’ 하고 있지 않나요? 그러면서 자유무역시장이다 뭐다 하여 이 나라 농촌이 끔찍하게 무너지고 죄다 빚더미에 올라앉아도 ‘그것은 우리 나라 농촌도 스스로 바뀌려 하지 않고 예전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라며 화살을 돌리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산 곡식이나 물고기 들은 더러워서 사람이 먹을 것이 못 된다고 말하면서, 이 나라에서 거두어들이는 곡식과 물고기가 ‘깨끗한 물과 바람과 햇볕’을 먹으면서 살 수 있는 터전이 되도록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는 두 손 놓고 있지 않는지요?

 예전에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읽은 적 있습니다. 일본 도쿄살이를 그만두고 외딴섬으로 들어가 조용하게 농사짓고 살아가면서 ‘이것 참 재미있구나’ 하고 느꼈던 야마오 산세이라고 하는 사람이 쓴 책입니다. 이이가 쓴 다른 책 《더 바랄 게 없는 삶》을 책방에서 얼결에 만났습니다. 책이 나온 때는 2003년. 어, 나온 지 벌써 세 해가 되었군요. 하지만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언론에 소개가 된 적이 없을까요? 소개된 적이 있어도 아주 조그맣게 실리고는 잊혀져 버렸을까요? 책방에서는 이 작은 책을 애써 보기 좋은 곳에 꽂아 두지 않았을는지 모르며, 우리들 책손도 이 책을 따로 끄집어내어 읽지 않았구나 싶습니다.

 뭐, 이 책 《더 바랄 게 없는 삶》이 대단히 깊거나 그윽한 생각이나 삶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더 바랄 것 없이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는 내(야마오 산세이) 모습’을 말할 뿐입니다. 꾸밈도 없고 가릴 것도 없습니다. 내(글쓴이)가 바라는 것이라면 맑은 물, 시원한 바람, 따뜻한 햇볕, 여기에 이 셋이 어우러진 이 땅과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목숨붙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그런데 술술 읽히고 즐겁게 책을 덮을 수 있군요. (4339.4.1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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