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바랄게 없는 삶
야마오 산세이 지음, 최성현 옮김 / 달팽이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더 바랄 게 없는 삶
- 글쓴이 : 야마오 산세이
- 옮긴이 : 최성현
- 펴낸곳 : 달팽이(2003.10.9.)
- 책값 : 9000원


 비가 그쳤습니다. 해가 잠깐 났습니다. 세상이 아주 조용해진 듯합니다. 숨죽이던 새들은 다시 지저귀고 잔뜩 물을 품느라 힘겨웠던 땅들도 마음을 놓은 듯합니다. 논이고 밭이고 가득가득 넘칠 뻔하던 물도 조금씩 빠집니다. 나날이 뿌얘지는 하늘은 한결 깨끗해진 느낌입니다. 아쉽다면 무지개는 보이지 않고, 뭉개구름도 안 보인다는 대목.


.. 진짜로 존귀한 것은 물 그 자체로서, 이 지구 위에서 유일하게 자연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생물인 인간이 물을 존중하며 맑은 물 지키기에 노력한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즐길 수 있고, 나아가서는 천 년 이천 년 삼라만상의 일원으로 영원히 존속해 갈 수 있는 것이다 ..  〈69쪽〉


 서울에서 지낸다면 이런 여러 느낌은 못 느끼지 싶습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지저분하고 비가 그쳐도 그친 대로 지저분한 서울이거든요. 비가 오면 길이 막힌다고 아우성이고 비가 그치면 빗물이 질척거릴 뿐 아니라 빗물이 그대로 튀기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내달리는 자동차로 넘치는 서울이에요.

 서울사람들은, 아니 서울뿐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이 나라 사람들은 샘물을 마시지 못합니다. 아니 않습니다. 시골에서도 그럭저럭 물이 맑은 곳이 아니고는 죄다 정수기 물을 마신다고 해야 할 만큼 물이 더러워졌습니다. 먹는샘물을 사마실 돈이 없다면 수도물을 끓여서 마실 텐데, 수도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믿을 수가 없고 믿기가 어려우니까요.


.. 염소는 젖을 얻기 위해 기른다. 농협에서 사료용 보리를 사다가 먹이면 배 이상 젖이 나온다. 그것을 물론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돈을 주고 사는 사료로 키운 양의 젖을 마시는 것은 가게에서 젖을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  〈50쪽〉


 우리는 무엇 때문에 공업을 키우고 물건을 나라밖으로 내다 팔며 ‘아이티(IT) 강국’,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이루어야 할까요? 한동안 ‘에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세운다 뭐한다 말이 많았습니다. 영화 한 편 잘 팔면 자동차 몇 만 대를 파는 것만큼 돈을 번다고 법석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컴퓨터 기술과 많은 돈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래서 흐르는 냇물을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없다면 먹는샘물을 편의점이나 할인매장에서 사서 마시면 그만인가요? 우리 스스로 콩이고 팥이고 쌀이고 보리고 한 번도 스스로 씨 뿌려서 거두지 않으면서 ‘국산 유기농 곡식’만 ‘돈 주고 사서 먹으려’ 하고 있지 않나요? 그러면서 자유무역시장이다 뭐다 하여 이 나라 농촌이 끔찍하게 무너지고 죄다 빚더미에 올라앉아도 ‘그것은 우리 나라 농촌도 스스로 바뀌려 하지 않고 예전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라며 화살을 돌리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산 곡식이나 물고기 들은 더러워서 사람이 먹을 것이 못 된다고 말하면서, 이 나라에서 거두어들이는 곡식과 물고기가 ‘깨끗한 물과 바람과 햇볕’을 먹으면서 살 수 있는 터전이 되도록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는 두 손 놓고 있지 않는지요?

 예전에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읽은 적 있습니다. 일본 도쿄살이를 그만두고 외딴섬으로 들어가 조용하게 농사짓고 살아가면서 ‘이것 참 재미있구나’ 하고 느꼈던 야마오 산세이라고 하는 사람이 쓴 책입니다. 이이가 쓴 다른 책 《더 바랄 게 없는 삶》을 책방에서 얼결에 만났습니다. 책이 나온 때는 2003년. 어, 나온 지 벌써 세 해가 되었군요. 하지만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언론에 소개가 된 적이 없을까요? 소개된 적이 있어도 아주 조그맣게 실리고는 잊혀져 버렸을까요? 책방에서는 이 작은 책을 애써 보기 좋은 곳에 꽂아 두지 않았을는지 모르며, 우리들 책손도 이 책을 따로 끄집어내어 읽지 않았구나 싶습니다.

 뭐, 이 책 《더 바랄 게 없는 삶》이 대단히 깊거나 그윽한 생각이나 삶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더 바랄 것 없이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는 내(야마오 산세이) 모습’을 말할 뿐입니다. 꾸밈도 없고 가릴 것도 없습니다. 내(글쓴이)가 바라는 것이라면 맑은 물, 시원한 바람, 따뜻한 햇볕, 여기에 이 셋이 어우러진 이 땅과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목숨붙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그런데 술술 읽히고 즐겁게 책을 덮을 수 있군요. (4339.4.1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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