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연장 年長


 다섯 살 연장이다 → 다섯 살 위이다

 일행 중에 가장 연장인 → 무리에서 가장 어른인

 연장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다 → 나리한테 굽히다

 수많은 연장자를 물리치고 → 숱한 윗내기를 물리치고


  ‘연장(年長)’은 “서로 비교하여 보아 나이가 많음.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키고, ‘연장자(年長者)’는 “나이가 많은 사람 ≒ 연상자·전배(前輩)”를 가리킨다지요. ‘위·손위·손윗사람·웃나이’나 ‘윗사람·윗내기·윗님·윗분·윗놈’으로 고쳐씁니다. ‘어른·어르신·얼찬이’나 ‘꼭두자리·꼭두벼슬·으뜸자리’로 고쳐써요. ‘나리·높다·높끝·높꽃·높은곳·높곳·높은분’이나 ‘높은자리·높자리·높은별·높별·높은벼슬·높님’으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늘그막·늙마·늙바탕’이나 ‘늙다·늙네·늙님·늙은네·늙으신네’로도 고쳐쓰지요. ‘늙다리·늙둥이·늙은이·늙사람·늙은사람·늙은내기’로 고쳐쓰고, ‘지는길·지는꽃·지는 나이·지는이·지는님’이나 ‘하얀날·흰머리날·흰머리·흰바구니’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연장자를 존경하는 마음은 항상 잊지 않도록

→ 어른을 섬기는 마음은 늘 잊지 않도록

→ 윗사람을 우러르는 마음은 늘 잊지 않도록

《일상 2》(아라이 케이이치/금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8) 92쪽


네가 제일 연장자잖아

→ 네가 가장 위잖아

→ 네가 가장 손위잖아

《별의 노래》(아메노 사야카/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9)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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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연장 延長


 연장 근무 → 덧일 / 덤일

 생명의 연장 → 목숨 잇기

 평균 수명의 연장에 따라 → 삶나이가 늘며

 버스 노선이 연장되다 → 버스길을 늘리다

 더 연장되겠지 → 더 하겠지

 벚꽃 놀이를 연장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 벚꽃 놀이를 더한다고 알렸으며

 연장 100km의 → 길이 100km인

 소풍도 수업의 연장이다 → 나들이도 배움길이다

 사회생활에서도 계속 연장됐다 → 바깥살이에서도 그대로 이었다

 밖에서 있었던 일이 집에까지 연장되는 것은 → 밖일을 집에까지 이으면


  ‘연장(延長)’은 “1. 시간이나 거리 따위를 본래보다 길게 늘림 2. 물건의 길이나 걸어간 거리 따위를 일괄하였을 때의 전체 길이 3. 어떤 일의 계속. 또는 하나로 이어지는 것 4. [수학] 주어진 선분을 한쪽 방향 또는 양쪽 방향으로 늘이는 일 5. [철학] 공간 속에 위치하고, 그것의 일정한 부분을 차지하는 물체의 성질. 데카르트는 정신을 사유하는 실체로, 물체를 연장성을 지닌 실체로 보아 이원론적으로 규정하였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연장선(延長線)’은 “어떤 일이나 현상, 행위 따위가 계속하여 이어지는 것”을 가리킨다는군요. ‘길·길이·너비·볼’이나 ‘끈·줄·줄거리·실타래’로 손봅니다. ‘줄줄이·줄잇다·줄짓다·줄달음’이나 ‘줄줄·주르르·줄기차다·쪼르르·쭉·철철’로 손보고, ‘잇다·이어가다·이어지다·잇닿다·잇대다’로 손볼 만합니다. ‘흐르다·흘러가다·흐름’에 ‘한결같다·한달음길’이나 ‘늘다·늘리다·늦추다·늦추잡다’로 손보지요. ‘물리다·미루다’나 ‘더·더하다·덤’으로 손보고, ‘닿다·맞닿다·맞물리다·맞붙다·만나다’나 ‘붙다·높다·자라다’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연장’을 열 가지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연장(年壯) : 나이가 젊고 원기가 왕성함. 보통 30세 전후를 이른다

연장(年長) : 서로 비교하여 보아 나이가 많음. 또는 그런 사람

연장(姸粧) : 곱게 단장함

연장(連狀) : = 연판장

연장(連將) : [운동] = 연장군

연장(連章) : [역사] = 교장(交章)

연장(連?) : 병풍을 두른 것처럼 잇따라 서 있는 험준한 산봉우리

연장(連牆/連墻) : 담이 서로 잇대어 닿음

연장(煙?) : 열대 지방의 풍토병

연장(鍊匠) : [역사] 쇠를 불리는 일을 맡아 하던 사람



문자문화의 연장선상에 그림책을 두고

→ 글살림과 잇는 곳에 그림책을 두고

→ 글살이 하나로 그림책을 두고

→ 글길과 잇닿는 데에 그림책을 두고

《어린이와 그림책》(마쯔이 다다시/이상금 옮김, 샘터, 1990) 158쪽


그러나 현재의 컴퓨터 발달속도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보면

→ 그러나 오늘날 셈틀이 발돋움하는 길을 이어 보면

→ 그러나 오늘날 셈틀이 거듭나는 결을 미루어 보면

《스티븐 호킹의 우주》(존 보슬로우/홍동선 옮김, 책세상, 1990) 196쪽


북두칠성 끝에 있는 두 개의 별을 직선으로 잇고, 그 직선을 곧장 위로 연장하면

→ 일곱별 끝에 있는 두 별을 죽 잇고, 다시 곧장 위로 이으면

→ 바가지별 끝에 있는 두 별을 곧게 잇고, 또 곧장 위로 이으면

《꼬마 정원》(크리스티나 비외르크·레나 안데르손/김석희 옮김, 미래사, 1994) 46쪽


그 연장선상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 그 흐름에서 잡는다

→ 그 흐름을 바탕으로 고른다

→ 그 흐름을 따라서 고른다

《소농》(쓰노 유킨도/성삼경 옮김, 녹색평론사, 2003) 45쪽


언니와 동생 사이의 연장 같은 느낌으로

→ 언니와 동생 사이를 잇는 느낌으로

→ 언니와 동생 사이를 이은 느낌으로

《푸른 꽃 2》(시무라 타카코/오주원 옮김, 중앙북스, 2010) 116쪽


어쩌면 1948년에 김구와 김규식 두 분이 평화적으로 통일민족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평양에 갔던 남북협상의 재생이요 연장선상이라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 어쩌면 1948년에 김구와 김규식 두 분이 어깨동무로 한나라를 세우려고 온갖 가시밭을 무릅쓰고 평양에 갔던 어울만남을 되살리거나 이었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역사가의 시간》(강만길, 창비, 2010) 350쪽


위험한 참견도 그 연장인 것 같아

→ 아슬한 끼어들기도 이어간 듯해

→ 아찔한 끼어들기도 잇닿은 듯해

《나만이 없는 거리 1》(산베 케이/강동욱 옮김, 소미미디어, 2015) 94쪽


수명을 몇 년 더 연장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 몇 해 더 살다가 그칠 수도 있습니다

→ 목숨을 몇 해 이을 뿐일 수 있습니다

《스키엔티아》(도다 세이지/조은하 옮김, 애니북스, 2017) 199쪽


그 연장은 2150킬로미터에 이른다

→ 길이는 2150킬로미터에 이른다

→ 너비는 2150킬로미터에 이른다

《아나스타시아 10 아나스타》(블라지미르 메그레/한병석 옮김, 한글샘, 2018) 12쪽


먼동이 트자마자 연장이 되면서

→ 먼동이 트자마자 이어가면서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박라연, 창비, 2018)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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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2.5. 정의는 정의롭지 않다



  “정의는 정의롭지 않다”고 느낀다. ‘정의(正義)’를 외치는 이를 보면 “저놈은 글러먹었으니 우리 쪽에 있는 이분을 모셔야 해.” 하고 덧붙인다. 다른켠에서 ‘정의(正義)’를 외치는 이는 “아냐. 그놈은 안 돼. 우리 쪽에 있는 이분이야말로 알맞아.” 하고 맞선다. 그런데 그쪽도 저쪽도 똑같이 “안 정의로운 민낯”이기 일쑤이다. 두 쪽은 으레 누가 똥이 더 묻었는지 따지고 싸우고 겨룬다.


  참말로 올바른(정의로운) 사람은 스스로 올바르다고 안 외친다. 올바른 사람은 그저 이녁 보금자리에서 집안일을 하고 집살림을 꾸리면서 허물없이 도란도란 즐겁다. 참으로 올바른 사람은 너나없이 어울리고, 위아래를 안 가른다. 굳이 ‘성평등·페미니즘’을 소리높여 안 외치더라도, 올바른 사람이 걸어가는 길에는 누구나 아름답고 어깨동무를 한다.


  참으로 곧바른(정의로운) 사람은 스스로 안 내세운다. 곧바른 사람은 서울을 떠나 시골에서 호젓하게 흙을 만진다. 곧바른 사람은 나무를 돌보고 품으면서 집을 둘러싼다. 밖에서 보면 ‘집’이 아닌 ‘나무’만 보일 만큼 보금자리를 돌보기에 곧바른 사람이다. 곧바른 사람은 풀벌레를 동무하고 멧새를 이웃한다. 곧바르기에 풀씨를 손바닥에 얹고서 스스럼없이 노래한다.


  그야말로 바른(정의로운) 사람은 어린이 곁에 선다. 시골에서 살든 서울에서 지내든, 바른 사람은 어린이하고 눈높이를 맞추면서 함께 일하고 함께 쉬고 함께 놀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걷고 함께 잠든다. 바른 사람은 힘을 부리지 않는다. 바른 사람은 이름을 드날리지 않는다. 바른 사람은 돈을 뿌리지 않는다. 바른 사람은 올바른 사람하고 동무한다. 바른 사람은 곧바른 사람하고 이웃한다. 이리하여 바르고 곧바르고 올바른 사람은 덩실덩실 춤노래로 하루를 짓는다.


  이윽고 이 세 사람 곁으로 ‘꽃바른’ 사람이 찾아온다. 꽃처럼 바른 사람은 ‘바른길’이 제대로 밝게 빛나는 별로 피어나도록 ‘사랑’이라는 씨앗 한 톨을 건넨다. 사랑이라는 씨앗은 그저 수수한 말씨이다. 아주 흔하게 쓰는 ‘숲’이나 ‘사람’이나 ‘일’이나 ‘비’나 ‘밥’이나 ‘옷’ 같은 낱말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담는다.


  여러모로 보면, “정의롭다고 외치는 사람”이 쓰는 말은 대단히 허울스럽고 어렵고 딱딱할 뿐 아니라, ‘끼리질(제 담벼락 감싸기)’을 일삼는다. 올바르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돈을 움켜쥔 그들이지 않은가? 곧바르다고 외치지만 막상 그들끼리 이름을 거머쥔 얼거리 아닌가? 바르다고 외치는데 속낯을 보면 시키먼 꿍꿍이가 가득하지 않은가?


  그들도 이들도 저들도, 더구나 우리까지도, 하나도 안 올바르고 안 곧바르고 안 바르고 안 꽃바르기에, 무안나루에서 숱한 사람이 애꿎게 죽었어도 안 쳐다볼 뿐 아니라, 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안 가리고, 이 끔찍한 짓이 일어날 빌미가 된 벼슬아치를 나무라지도 않는다.


  우리말 ‘바르다’는 ‘밝다’를 밑뜻으로 품는다. ‘바른쪽(옳은쪽·오른쪽)’이 바르지 않다. 밝게 눈뜨기에 바르고, 별처럼 밤을 밝히기에 바르다. 겨우내 고이 잠든 눈을 새봄에 밝게 틔우는 꽃눈에 잎눈이기에 바르다. ‘입바른’ 말만 외치는 “정의로운 사람들”이라고 느낀다. 그렇다. 오늘날 ‘정의(正義)’를 외치는 이는 하나같이 ‘입바른(입만 바른 척하는)’ 허울이자 허깨비이자 허접하고 허름하며 허술한 허수아비로구나 싶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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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빈둥 투닉스 왕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2
미라 로베 지음, 수지 바이겔 그림, 조경수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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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5.2.6.

맑은책시렁 340


《빈둥빈둥 투닉스 왕》

 미라 로베 글

 수지 바이겔 그림

 조경수 옮김

 시공주니어

 2001.12.5.



  집에 기둥(가장)이 있어야 한다고 여깁니다만, 한집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르게 기둥입니다. 한 사람만 기둥이지 않습니다. 한집에서 한 사람이 사라지면 여러 기둥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기에 한쪽으로 기울어요. 그러나 무너지거나 쓰러지지 않습니다. 다른 여러 기둥이 새롭게 힘을 모아서 집을 꾸리거든요.


  나라에 기둥(대표)이 있어야 한다고 여깁니다만, 어느 나라에서든 이 나라를 이루는 모든 사람이 기둥입니다. 그래서 나라지기(대통령)를 비롯해 숱한 벼슬아치(국회의원)가 다 사라지더라도 나라는 안 무너지고 안 기울어요. 나라에는 워낙 ‘기둥(사람)’이 많은 터라, 사람들 스스로 잘 꾸려요.


  나라에서는 오히려 “내가 기둥이요!” 하고 뻐기는 무리가 득시글거리면서 기우뚱합니다. 사람들은 고르게 기둥 노릇을 하는데, 몇몇 우두머리에 벼슬아치가 혼자 뽐내려 하면서 껑충 오르려 하거든요. 오히려 나라나 마을에서는 ‘뽐내는 기둥’이 없을 적에 넉넉하고 아름답고 알찹니다.


  2024년 12월부터 2025년 2월 사이에 우리나라에는 ‘나라기둥(대통령)’이 없습니다. 석 달 동안 나라기둥이 없어도 나라는 멀쩡할 뿐 아니라, 도리어 ‘잘 굴러’갑니다. 나라기둥이 없이 어찌 이웃나라하고 사귀느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만, 여러 나라 우두머리가 만난다고 하더라도, “우두머리가 만날” 뿐입니다. 모든 나라일은 ‘우두머리’나 ‘나라기둥’이 아닌, 작은일꾼이 맡아요.


  《빈둥빈둥 투닉스 왕》은 여태까지 “허울스러운 임금(나라기둥)”이 뽐내면서 빈둥빈둥 “아무 일을 안 하는 나날”이 “오히려 임금으로서는 일하는 모습”으로 굳은 나라를 어떻게 아이들이 바꾸었는지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어린이책이 들려주는 줄거리가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 눈이 밝으면 다 알아챕니다. ‘그들(대통령·국회의원·장관·시도지사·군수·군의원·시의원·도의원)’은 아무 일을 안 해요. ‘그들’은 벼슬을 쥐고서 돈과 이름과 힘을 거느릴 뿐입니다. 모든 일은 우리가 스스로 합니다. ‘그들’은 기둥도 아닌 주제에 거들먹거리면서 떡을 날름날름 집어삼키면서 고물만 지저분하게 흩뿌릴 뿐입니다.


  나라기둥은 누구나 하면 됩니다. 나라기둥도 다른 벼슬자리도 ‘제비뽑기’로 판가름하면 됩니다. 나라기둥이나 벼슬자리는 그야말로 시늉이거든요. 이 땅에는 몸으로 일하고, 온마음으로 살림하고, 참사랑으로 집안을 돌보는 어른이 있을 노릇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다운 어른 곁에서 일과 살림을 배우면서 사랑을 새롭게 지피는 눈빛을 밝힐 적에 즐겁고 아름답습니다.


  지난 석 달뿐 아니라 앞으로 석 달도 똑같습니다. 앞으로 세 해나 서른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요? ‘대통령 선거’ 따위는 이 나라에 없어도 돼요. 어느 누구도 안 뽑으면 됩니다. 벼슬아치(국회의원)도 몽땅 도려내면 되어요. 시골에 ‘군의원·도의원’이 왜 있어야 할까요? 밥그릇잔치인 이들을 모조리 도려내고서 ‘일하는 사람’이 이따금 갈마들어 나라기둥과 벼슬자리를 맡아야 ‘돈 새는 구멍’이 다 사라집니다.


  일하지 않던 ‘그들’이라서, 그들은 일을 안 하면서 돈을 빼먹는 틀(법)만 세웁니다. 이 민낯을 배우는 2024∼25년이라고 느껴요. 눈금(지지율)은 허울입니다. 이쪽 머저리와 저쪽 멍청이와 그쪽 얼간이 모두 도려내고서 우리 손으로 이 땅과 들숲바다와 보금자리를 스스럼없이 도란도란 가꾸는 손짓을 북돋우면서 빛나는 하루입니다.


ㅍㄹㄴ


투닉스 왕은 그밖의 일들은 어찌 되든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333명의 신하들은 가장 중요한 일들이 척척 잘 이루어지도록 애썼다. 식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의자에 쿠션들이 놓여 있고, 가마가 준비되게 했다. (12쪽)


아무도 핌피와 함께 나무에 기어오르거나 연을 날리려고 하지 않았다. 벨벳 양복과 비단 드레스를 더럽힐까 봐 겁이 난 아이들은 숨바꼭질조차 하기 싫어했다. 그리고 핌피가 달리기 경주를 하자고 제안하자 아이들은 곱게 빗질한 머리카락이 헝클어질까 봐 두려워했다. (28쪽)


“하지만 아빠한테는 333명이나 되는 신하들이 있는걸요. 대체 어떻게 시중을 받지 않을 수 있단 말이에요!” 가우데오가 웃었다. “그렇다면 그 333명의 신하들을 쫓아내야겠네.” (60쪽)


“뭐라고? 네 생일은 겨울이잖아.”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번엔 여름에 생일을 할래요. 그것도 오늘로요!” 투닉스 왕이 말했다. “깜짝 놀랄 일이구나! 그렇다면 우선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네게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109쪽)


“전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보물을 파내는 왕은 많겠죠. 하지만 소젖을 짤 줄 아는 왕은 틀림없이 아주아주 드물 거예요.” (114쪽)


모자를 쓴 남자가 말했다. “무슨 일이냐고요? 화날 일이죠! 궁전에 채워진 자물쇠와 쪽지를 못 봤나요? 우리 국왕이 숲에 살면서 우리를 보살피지 않는답니다.” 곱슬머리 남자가 말했다. “그러니까 우린 새로운 국왕을 찾아야 합니다.” (120쪽)


#KonicTunix (1979년)

#MiraRobe #SusiWeigel


+


《빈둥빈둥 투닉스 왕》(미라 로베/조경수 옮김, 시공주니어, 2001)


빈둥빈둥이들로 이루어진 가문이었다

→ 빈둥빈둥이 집안이다

→ 빈둥빈둥이 뼈대이다

9쪽


왕은 날씬하고 기품 있는 몸매를 가졌습니다

→ 임금은 날씬하고 멋진 몸매입니다

27쪽


아버지한테로 돌아가 곧장 첫 번째 비밀을 알려 드려라

→ 아버지한테 돌아가 곧장 첫 수수께끼를 알려주어라

60쪽


우린 새로운 국왕을 찾아야 합니다

→ 우린 새 임금을 찾아야 합니다

12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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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903 : -의 ㅁ 육아 노동 튀어나오다


아이의 사랑스러움은 육아에 얽힌 온갖 노동 사이사이에서 불현듯 튀어나온다

→ 아이를 돌보는 사이사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불현듯 본다

→ 아이를 돌보는 사이에 사랑스럽구나 하고 불현듯 느낀다

《우리는 올록볼록해》(이지수, 마음산책, 2023) 7쪽


이 글월은 ‘사랑스러움은 + 튀어나온다’인 얼거리입니다. 옮김말씨예요. 아이를 돌보는 어른 눈으로 보는 이야기인 만큼, “(나는) + 아이를 돌보는 사이에 + 사랑스러운 모습을 + 불현듯 + 본다”처럼 통째로 고쳐씁니다. 아이를 돌보는 하루는 ‘노동’이 아닙니다. 그저 ‘돌보다’예요. 아이하고 어울리며 살림을 짓는 하루를 굳이 일본말씨인 ‘육아노동’으로 돌리지 않기를 바라요. 아이한테서 배우고 아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꽃을 바라보기로 해요. 우리는 서로 사랑하려고 아이어른 사이로 오늘 하루를 맞이합니다. ㅍㄹㄴ


육아(育兒) : 어린아이를 기름

노동(勞動) : 1. [경제]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2. 몸을 움직여 일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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