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34


 삶터


  우리 삶터를 돌아보면 어수룩하거나 모자란 대목을 어렵잖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날하고 견줄 수 없이 나아지거나 발돋움한 대목도 참 쉽게 찾아볼 만해요.


  어느 모로 보면 아직 아쉽지만, 어느 모로 보면 앞으로 새로운 길을 열 만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 봅니다. 우리가 즐겁게 나아갈 길이란 언제나 기쁨으로 새로 짓는 길이라고. 우리가 아름답게 걸어갈 길이란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웃음꽃을 터뜨리는 길이라고.


  저는 으레 말을 새로 짓습니다. 그러나 아예 없던 말을 감쪽같이 지어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을 이리 엮거나 저리 맞추면서 새로 지어요. 아주 낯선 새말은 짓지 못하고, 수수하거나 쉬운 말을 새로 짓습니다.


  제가 짓는 말은 제가 처음으로 짓기도 하지만, 둘레에서 예전에 일찌감치 지어서 더러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하고 이웃님하고 무엇이 다른가 하면, 저는 제가 새로 지었든 이웃님이 새로 지었든, 이 낱말이 알맞고 아름답구나 싶으면 신나게 써요. 손이며 입이며 눈이며 머리에 익도록 신바람을 내면서 씁니다.


  ‘삶터’라는 말을 진작에 지어서 쓴 이웃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뿐이었어요. 널리 퍼뜨리지 못했어요. 저는 ‘삶터’라는 낱말이 참 마음에 들면서도 한동안 쓰임새를 못 넓히다가 이즈막에 들어서 새 쓰임새를 찾아냅니다. 바로 ‘사회(社會)’라는 일본 한자말을 ‘삶터’로 담아낼 만하구나 싶더군요.


  일본 지식인은 영어를 일본말로 옮기면서 갖은 머리를 짜내고 온갖 슬기를 모두어 새 낱말을 지었습니다. 우리도 얼마든지 머리를 맞대어 슬기롭게 새말을 지을 만합니다. 굳이 ‘사회’라는 일본 한자말을 더 써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회’라는 한자말을 그냥 더 쓸 수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습니다. 어느 길을 가든 삶에 따라 말이 바뀌고 넋이 거듭나며 사랑이 새로 솟아요. ‘삶터’를 새삼스레 쓰며 ‘삶자리·살림터·삶마당·살림판’ 같은 낱말도 혀에 얹습니다. 2018.3.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