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강 - 우리어린이 자연그림책
김순한 지음, 정태련 그림 / 우리교육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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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물고기를 먹나?
 [그림책이 좋다 39]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강》

- 책이름 :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강
- 그린이 : 정태련
- 글 : 김순한
- 펴낸곳 : 우리교육(2005.9.20.)
- 책값 : 15000원

 〈1〉 참조기 먹으며

 전라도에 청산도가 있습니다. 청산도에서 나서 자란 뒤 서울로 와서 만화쟁이로 일하는 위씨 아저씨가 있습니다. 얼마 앞서 위씨 아저씨 일터로 찾아간 적이 있는데, 이때 위씨 아저씨가 고향 청산도에서 가져온 ‘참조기’를 반찬 삼은 낮밥 한 그릇 대접받았습니다. 위씨 아저씨는 예전부터 저를 한번 초대해서 대접하고 싶으셨다고, 저로서는 참 고마운 말씀이고 몸둘 바를 모르겠는데, 고향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살이 통통 찐 참조기도 여러 마리 들고 오셨다고 하네요. 요즈음 조기는 제삿상에 오를 때만 구경하는데, 제삿상에 오르는 조기와 견줄 수 없이 크고 잘생긴 녀석이더군요.

 저는 물고기 반찬을 잘 안 먹는 편입니다. 글쎄, 어릴 적에 워낙 많이 먹어서 그랬을는지, 익히거나 끓이거나 구운 물고기 머리를 보고 가엾다고 여겨서 그랬는지, 먹을 때는 머리와 등뼈만 남기고 다 먹지만(지느러미며 껍질이며 잔가시까지), 손수 장만해서 먹는 일은 드뭅니다.

 음, 다른 무엇보다 요즘 물고기값이 많이 오르기도 했기에, 또 요즘은 바다며 강이며 온통 더러워지고 있는 터라 물고기도 이런 영향을 많이 받아서 줄기도 많이 준 까닭에 멀리하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나고 자란 인천에는 예전부터 게며 갈치며 조기며 갖가지 물고기가 참 많았습니다. 많은 만큼 값도 쌌어요. 다만, 오징어는 값싸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들은 말로는 꽃게는 그물만 끊어 놓는다고 해서, 잡혀도 다 바다로 다시 던져 놓았다고 했고, 게장사 하는 분들은 조그마한 통에 받아 놓고 동네 골목길에서도 팔고, 시내 모퉁이에서도 팔았습니다. 지난해 언제였던가, 오랜만에 고향(인천)에 갔을 때 보니, 어느 아파트 들머리에서, 또 건널목 앞에서 게를 파는 분이 보였습니다. 그만큼 게가 흔하고 값이 싸서 가난한 사람들도 두루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게값이, 또 서울 같은 도심지 게집(게를 파는 밥집)에서는 꽃게 한 마리에 얼마나 비싼가요. 엄두도 못 낼 만큼 비싼데, 크기는 참 작아요. 그래서 요새는 게를 안 먹습니다.

겉그림입니다.
우리교육 

 〈2〉 우리 자연 삶터는 어떠한가

 산에 가도, 들에 가도, 바다에 가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어디든 갈 때면 맑은 바람과 물을 만날 수야 있지만, 맑다는 바람과 물도 예전 같지 않거든요. 또, 맑다고 해도 지금 사는 제 삶터로 돌아오면, 또 서울 나들이를 하노라면, 보통으로 살아가는 이 나라 많은 사람들이 복닥이는 곳 자연 삶터란 이루 말할 수 없이 망가져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 나이(1988∼1990)만 해도, 인천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만 나가도 물이 제법 맑았습니다. 한 시간 반이나 두 시간쯤 나가면 파란빛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예전에, 인천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 ‘굴업도’에 핵폐기물처리장을 놓는다고 할 때, 굴업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인천 앞바다에 있는 섬이니 핵폐기물처리장 들어선다고 얼마나 더 더러워질라고…’ 하는 따위로 말하곤 했습니다. 더욱이 환경운동을 한다는 이들조차도. 그때 굴업도는 인천에서 세 시간 반 남짓 나가야 하는 섬이었고, 바다도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한 작고 조용한 섬이었습니다. 뭍사람들이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면 그대로 깨끗하고 조용했겠지요. 그런데 핵폐기장이다 뭐다 하면서 섬사람들 마음을 두 조각으로 쪼개 놓았고 삶터를 망가뜨렸습니다. 요새는 섬에 골프장을 짓는다나 뭐라나 또다시 시끄럽게 하고.

 나라가, 이 나라 자연 삶터가 이렇게 뒤숭숭한데, 들은, 강은, 바다는 오롯이 제 모습을 간직할 수 있을까요. 어디든 아파트로 숲을 이루는데, 들과 강과 바다에서, 또 산에서 살아가는 목숨붙이들은 오롯이 보금자리를 틀며 자기 삶을 꾸릴 수 있을까요. 무슨무슨 새를, 물고기를, 멧짐승을, 풀과 꽃과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 뭐할까요. 정작 이 새며 물고기며 멧짐승이며 풀과 꽃과 나무며 살아갈 터전은 다 망가뜨리고 더럽히는걸요.

.. 강을 취재하여 책으로 엮어 보고자 맘먹었을 때, 마을 앞 작은 개울이 떠올랐고 어린애마냥 한껏 흥이 났다. 강원도 깊은 골짜기에 숨어 있는 물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보고, 작은 강줄기를 쫓아가다 사이사이 물줄기들을 다시 훑어보기도 하며 마침내 커다란 강에 다다를 때까지 놀이터를 찾아다니는 아이가 되었다. 수많은 강을 돌아보며 내내 안타깝던 것은 콘크리트 옹벽으로 말끔히 꾸민 하천이 뻔뻔하게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포클레인으로 하천 바닥을 긁어내 자연스러운 물길이 끊어지면 물고기들은 살 곳을 잃게 마련이다. 한국 특산종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르는 민물고기. 금강모치, 각시붕어, 감돌고기, 동사리, 새코미꾸리, 줄납자루, 쉬리……. 이 땅의 민물고기들이 점점 사라지기 전에 사람들 발길이 뜸한 물줄기를 찾아 겨우 책 한 권 얻었을 뿐이다 ..  〈그린이 말 : 정태련〉

 우리 자연 삶터를 담아내는 사진책과 그림책이 곧잘 나옵니다. 다른 누구보다 아이들이 읽을 책으로 곧잘 펴냅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자연 삶터와 뭇 목숨붙이를 가까이하고 잘 알아야 나중에 어른으로 자라면서도 깨끗하고 곧은 마음을 간직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럴 테고, 또 부모나 교사나 출판사사람도 이런 여러 가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진책이며 그림책이며 이야기책이며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까지만이며, 중학교에 들어갈 때부터는 읽히지 않아요. 출판사에서는 책도 안 냅니다. 학교에서는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어쩌다가 논술 문제로 환경 문제다 뭐다 하고 나오면 그때서야 머리만 딥다 굴리는 글쓰기 훈련을 시킬 뿐, 정작 아이들이 몸으로 느끼고 두 눈으로 지켜보는 자연 삶터를 보여주지 않고, 이런 자연 삶터 모습을 담은 책은 읽히지도 않습니다. 우리 형편이 이렇습니다. 이런 우리 형편을 먼저 제대로 살핀 뒤, 그림책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강》을 함께 보면 좋겠어요.

 〈3〉 그림책 이야기


 물총새가 눈깜짝할 사이에 각시붕어를 잡았어요.
 물속으로 뛰어들어 뾰족한 부리로 낚아챘겠지요.
 먹이를 찾는 중대백로도 물속을 노려보아요.
 강가에 사는 새에겐 물고기가 가장 좋은 먹이예요.
 어미새는 새끼에게 먹이를 주려고 바삐 날아다니죠.
 수달이나 물새는 물고기를 먹고, 물고기는 물속 곤충을 먹고,
 물속 곤충은 물풀이나 플랑크톤을 먹이며 먹이사슬을 이루어요. 〈27쪽〉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강》은 차근차근 강가 목숨붙이와 먹이사슬과 삶터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떤 지식을 건네는 그림책이 아닙니다. 우리 둘레에는 어떤 자연 삶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가만히 알려줄 뿐입니다. 우리 살아가는 세상은 사람만 사는 세상이 아님을, 우리가 아직 몰라서 그렇지 온갖 목숨붙이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세상임을 일러 줍니다.
 

두 쪽에 걸쳐 펼쳐놓은 그림들이 참 살갑고 구수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그림책들이 하나둘 나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교육/최종규 

두 쪽에 걸쳐 펼쳐놓은 그림들이 참 살갑고 구수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그림책들이 하나둘 나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작은 물줄기들이 흐르고 흘러 골짜기에서 만났어요.
 크고 모난 돌들이 세찬 물길 따라 구르며 땅을 깎아요.
 계곡가엔 버드나무, 물오리나무, 물푸레나무 들이 우거졌어요.
 나무가 햇빛을 가려 주어 물은 차고 깨끗해요.
 계곡물에 가라앉은 낙엽은
 물속 작은 생물들 먹이도되고, 집도 되어 주지요.
 물까마귀 한 마리 바위에 앉아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을 한참 바라봅니다. 〈6쪽〉


 강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강을 둘러싸고는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강 둘레에서 살아가는 목숨들은 무엇인지를 가만히 보여줍니다. 어떤 꾸밈이 없이, 치레나 부풀림이 없이, 있는 그대로 수수하게 보여줍니다. “꽃은 아름답다”가 아니라 “무슨 꽃이다” 하고만 이야기하는 목소리입니다. 그래서 그림 한 장을 그려도 ‘열목어’가 ‘버들치’ 한 마리를 냉큼 잡아서 먹는 그림을 그립니다. 꺽지는 돌고기를, 장구애비는 송사리를 잡아먹는 그림을 그립니다. ‘자연스러운’ 자연 삶터예요. 먹이사슬입니다. 물고기 먹이는 우리가 빵부스러기를 물에 띄우는 그런 먹이가 아니라, 서로 먹고 먹히는 사이임을,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태계 균형이 잡히며 모두 즐겁게 어울려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점점 넓어지고 점점 깊어져요.
 강물은 거침없이 도시로 흘러듭니다.
 우뚝 솟은 건물, 많고 많은 자동차.
 하수구에선 사람들이 쓰고 버린 더러운 물이 쏟아지기도 해요.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참붕어, 베스, 블루길, 누치 같은 물고기가
 소리없이 흐르는 강물을 누비며 살아요. 〈36∼37쪽〉


 그린이 정태련 님은 이 땅에서 거의 사라져 버린 물줄기를 가까스로 하나하나 찾아내면서, 생태 그림책 하나에 그림을 담습니다. 글쓴이 김순한 님은 눈여겨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물속 삶터와 목숨붙이들을 가만가만 헤아리면서, 우리들(사람)하고는 어떻게 이어져 있는가를 글로 담습니다. 그저 책꽂이에 꽂아 두고 생물도감처럼 찾아보는 그림책이 아니라, 한낱 강 지식 생태 지식만 건네는 골치아픈 그림책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 먹고 버리는 모든 것과 이어져 있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흐름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영향을 받기도 하는 강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이사이 석 장에 걸친 펼친그림이 있고, 앞쪽과 뒤쪽에 꼼꼼한 이야기를 붙인 대목이 있습니다. 엮음새도 참 훌륭합니다. 이런 그림책이 널리 사랑받고 두루 읽히며 아이들 마음에도, 또 어른들 마음에도 좋은 느낌을 듬뿍 선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교육/최종규 

사이사이 석 장에 걸친 펼친그림이 있고, 앞쪽과 뒤쪽에 꼼꼼한 이야기를 붙인 대목이 있습니다. 엮음새도 참 훌륭합니다. 이런 그림책이 널리 사랑받고 두루 읽히며 아이들 마음에도, 또 어른들 마음에도 좋은 느낌을 듬뿍 선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이 흐르고 흘러 땅 끝이에요.
 강물이 바닷물과 만나요.
 민물과 짠물이 섞여요.
 비릿한 바다 내음, 짭짤한 소금 내음 바람에 실려 와요.
 괭이갈매기 울음소리 하늘로 퍼져나가요.
 바닷물이 빠지면서 부드럽고 푹신한 갯벌이 드러나면
 말똥게 들락날락하고 갯지렁이 굴을 파고 다녀요.
 강에서 시작한 생명이 바다로 이어졌어요. 〈42쪽〉

 강에서 비롯한 목숨이 바다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이 강은 어디에서 비롯할까요. 강을 이루는 물줄기, 내며 시내며 개천이며는 어디에서 비롯할까요. 또, 내며 시내며 개천을 흐르는 물은 어디에서 솟을까요. 물은 어떻게 돌고 돌면서 강도 이루고 바다도 이룰까요. 또 이런 내며 강이며 바다며에 사는 목숨들은 저마다 어떻게 다른 터전에서 자기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우리들 사람은 강하고, 산하고, 바다하고, 또 온갖 물고기와 물속 벌레나 물가에 사는 짐승들하고는 어떻게 이어진 채로 살아갈까요. 강에서 비롯한 목숨이 바다로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자연 삶터를 잘 다스리고? 아니 잘 가꾸고? 아니 자연 삶터에 잘 깃들며 살고 있을까요?

 〈4〉 꼼꼼그림에 담는 뜻

 그림책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강》을 보면, 사이사이 펼친그림 석 장을 이어붙이며 좀더 꼼꼼하고 깊이있게 살펴볼 수 있도록 마음을 씁니다. 펼친그림 뒤쪽에는 펼친그림 앞쪽에 나온 목숨붙이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풀이해 보여줍니다. 그림책 맨끝에는 찾아보기와 낱말풀이도 달았군요. 작은 곳 하나하나 잘 살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쓴이 말 한 마디. ‘꼭 한번 생각해 봐요’ 하면서, “물을 더럽히고, 환경을 망치는 일”을 하는 우리들 앞날에 무엇이 있을지, 무슨 일이 다가올지 묻습니다.

 이 물음은, 이 그림책을 볼 초등학교 아이들한테만, 또 초등학교 아이를 둔 부모한테만 하는 물음이 아닙니다. 이 그림책을 본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도(또는 학교를 그만두고 자유로이 커 나가도), 나중에 대학교를 가든 사회에 나아가 어느 일자리를 잡든 그대로 이어가는 물음입니다. 부모한테도 마찬가지예요. 자기 딸아들이 몇 살 나이가 되더라도 똑같이 대답해야 할 물음이요 언제까지나 가슴에 새기며 살아야 할 물음이라고 느낍니다. 이 그림책 참 값어치는 바로 이 대목, ‘이 책을 보는 데에서 그치지 말기’ 바라는 마음에 있거든요.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강》과 같은, 또는 이와 비슷한 그림책과 그림도감은 요즘 들어 하나둘 세상에 나옵니다. 예전에도 퍽 나왔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이 나오리라 봅니다. 이른바 ‘세밀화’라고 하는 ‘꼼꼼그림’으로 담아낸 책들인데, 이렇게 꼼꼼그림으로 자연 삶터와 목숨붙이를 담아내는 뜻은 어디에 있을까요. 예술작품을 보라고? 이제는 사라져서 없어진 목숨들을 구경하라고? 학교에서 내어준 숙제를 하는 데 쓰라고? 어른들 옛 추억을 아련히 떠올리는 이야기로 삼으라고?

 그림을 그린 이, 글을 쓴 이, 또 책을 엮어낸 이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한테도 이야기를 건넵니다. 생각과 마음을 건넵니다. 어느 자연 삶터와 목숨붙이를 이처럼 꼼꼼그림으로 담아내는 까닭은, ‘잘 그린 그림 자랑’이나 ‘도감 자료로 쓰라는’ 데에 있지 않아요. 우리 둘레에 있는 모든 대상(사람이든 자연이든 물건이든 무엇이든)을 찬찬히 살피고 마음을 쓰라고, 그래서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느끼라고, 나 자신도 제대로 느끼고 내 이웃과 동무와 식구도 제대로 느끼라고, 사람은 사람대로 사람 아닌 모든 목숨붙이는 또 이런 목숨붙이대로 소중한 자기 목숨과 삶이 있음을 느끼라고, 누구나 저마다 자기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며 아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나 하나 욕심을 부려서 자기도 모르게 다른 이를 괴롭히거나 다른 이 삶터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느끼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니 글과 그림으로 차분히 들려주고 보여줍니다. 우리들이 앞으로 즐기면서 살아갈 일을 찾을 때, 우리들이 앞으로 즐기며 어울릴 놀이를 찾을 때, 어디에서 무슨 잣대로 어떻게 이끌어 나가면 좋을지, 어떻게 자기 자신과 우리 삶터를 가꾸면 좋을지, 어떻게 남들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살아가면 좋을지 스스로 길을 찾아보라고, 넌지시 우리 어깨에 손을 얹고 말을 겁니다.
 

꼼꼼하게 잘 그려낸 그림 가운데 하나. 저는 이 그림책에 실린 그림에 99점을 줍니다. 1점은 뺐는데, 그림에 싱싱한 느낌은 좀 얕기 때문입니다.
우리교육 
꼼꼼하게 잘 그려낸 그림 가운데 하나. 저는 이 그림책에 실린 그림에 99점을 줍니다. 1점은 뺐는데, 그림에 싱싱한 느낌은 좀 얕기 때문입니다.


 〈5〉 몇 가지 말 살피기

 마지막으로 몇 가지 아쉽다고 느낀 낱말을 짚어 보겠습니다.

 ┌ 강은 어디서 시작할까요
 └=> 강은 어디부터 흐를까요

 ┌ 낙엽 밑에서
 └=> 가랑잎 밑에서

 ┌ 계곡가 / 계곡물
 └=> 골짜기 가 / 골짜기물

 ┌ 나무가 햇빛을 가려 주어
 └=> 나무가 햇볕을 가려 주어

 ┌ 물속 곤충들이
 └=> 물속 벌레들이


 ‘시작(始作)’이라는 말은 되도록 안 써야 좋습니다. ‘낙엽(落葉)’이 아닌 ‘가랑잎’으로 써야 알맞아요. 책을 보면 ‘골짜기’라는 말을 알맞게 잘 써서 반가운데, 몇 군데에서 ‘계곡(溪谷)’이란 말을 쓰네요. 물이 차갑다고 하면서 나무가 ‘햇빛’을 가렸다고 했으나, ‘빛’이 아닌 ‘볕’으로 고쳐야겠지요. 햇빛은 ‘눈이 부시’고, 햇볕은 ‘따뜻합’니다. ‘젖먹이짐승’이라는 말을 잘 살려서 쓴 이 그림책이니만큼, ‘물속 벌레’라고 해 주면 더 어울립니다.

 ┌ 물푸레나무 들이 우거졌어요
 ├ 꺽지는 몸 빛깔을 잘도 바꿔요
 ├ 물깊이가 얕아
 ├ 물풀이 우거졌어요
 ├ 물 흐름이 느려 / 물살이 느려
 └ 강가에 기다란 모래밭이 드러나요


 여섯 가지만 들었는데, 이밖에도 알뜰히 살려서 쓴 좋은 말이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좋은 말’이라기보다 ‘누구나 다 아는 말’이고, 아이든 어른이든 읽는 그 자리에서, 듣는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입니다.

 여섯 가지로 든 대목에서는 ‘우거지다-몸 빛깔-물깊이-물풀-물 흐름-물살-강가-모래밭’ 같은 낱말이 반갑습니다. 학교에서만 해도 이런 낱말이 아닌 다른 한자말로 된 낱말을 흔히 쓰지요? (4339.11.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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