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31
그럴듯하다
그렇다고 여길 만할 적에 ‘그럴듯하다’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렇다고 여길 만하거나 저렇다고 여길 만할 적에는 어떻게 나타낼까요? 입으로 말할 적에는 ‘이럴듯하다·저럴듯하다’처럼 나타내겠지만, 손으로 적는 글에서는 ‘이럴 듯하다·저럴 듯하다’처럼 띄어야 맞춤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대목을 곰곰이 보아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입으로 말할 적에 띄어쓰기는 거의 안 따집니다. 느낌이나 결을 살필 뿐입니다. 그리고 새말을 하나 지었다면 그 낱말 하나만 새롭게 ‘붙여서 쓸’ 노릇이 아니라, 비슷한 얼거리인 다른 낱말을 함께 헤아릴 수 있어야지 싶어요.
국립국어원은 꽤 오랫동안 ‘신나다’를 한 낱말로 안 받아들여서 ‘신 나다’처럼 적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립국어원에서 ‘신나다’를 한 낱말로 받아들여 사전에 올렸습니다. 다만 ‘신나다’는 올림말이 되었습니다만, 비슷한 얼거리인 ‘신명·신바람’은 아직 ‘신명나다·신바람나다’처럼 쓰면 맞춤법에 어긋난다고 하더군요. ‘어깻바람’도 ‘어깻바람나다’처럼 쓰면 안 된다고 하고요.
오래지 않아 ‘신명나다·신바람나다·어깻바람나다’도 올림말이 되리라 여깁니다. 되어야지요. 그러나 국립국어원을 비롯한 학자는 으레 낱말 하나만 볼 뿐, 낱말 하나하고 비슷한 얼거리로 묶을 수 있는 여러 낱말을 살피지 못해요. 처음부터 비슷한말을 한묶음으로 슬기롭게 다루지 못한다고 할까요.
‘그럴듯하다’라는 낱말을 살피면 ‘-듯하다’를 붙여서 새롭게 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터질듯하다·미칠듯하다·죽을듯하다’는 새말이 될 만합니다. ‘알듯하다·볼듯하다·살듯하다’도 새말로 삼을 만하지요. 맞춤법으로는 ‘듯하다·듯싶다’를 앞말하고 띄도록 다루지만 ‘-듯하다·-듯싶다’로 다루면 온갖 자리에 한결 알맞게 새말을 지어서 우리 느낌이며 생각을 나타낼 만합니다. 2018.3.2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