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14.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태준 글, 문학동네, 2018.2.10.



  곁님이 나무란다. 우리가 이 터에서 스스로 지을 일이 수두룩한데 자꾸 바깥일에 눈을 돌린다고. 꾸중을 듣고서 하루 내내 생각한다. 밤 열두 시에 일어나 부산마실을 헤아리며 짐을 꾸렸고, 부엌일을 마무리해 놓았고, 빨래까지 마치고, 쌀은 새벽 세 시 무렵에 씻어서 불린다. 삼월로 접어든 뒤로는 읍내마실을 할 적에도 반바지차림이라 안개가 뿌연 오늘도 반바지로 나서려 하다가 긴바지 한 벌을 마저 챙긴다. 마루문을 열 즈음 두 아이가 잠에서 깬다. 너희는 아버지 배웅하는구나. 큰아이더러 빨래틀에서 옷가지를 꺼낼 만큼 꺼내서 널어 보라고 이르고는, 파란물병을 햇볕에 잘 내놓으라고 덧붙인다. 즐겁게 놀며 새 하루를 배우렴. 마을 할매는 이제 3월 14일이나 맨발에 반바지로 다니는 나를 흘깃거리시면서도 군말이 없으시다. 벌써 여덟 해나 보셨으니. 시외버스를 타고 나가며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를 읽는다. 문태준 님은 시에 영어를 안 섞으나 한자를 섞는다. 나이든 시인하고 젊은 시인은 이 대목이 다르다고 느끼다가 마지막 시까지 다 읽는데, 밑줄을 그은 시가 고작 셋. 어라, 이렇게 밋밋하게 끝까지 넘기다니. 다시 처음부터 훑지만, 시가 퍽 얇다. 이야기를 좀 읽나 싶더니 허전하게 끝난다. 어라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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