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21


 말하는 눈높이


  누리그물(인터넷)이 퍼지고, 셈틀을 퍽 눅은 값으로 장만해서 쓸 수 있으며, 손전화는 더 값싸게 사서 누구나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물결은 한국에서뿐 아니라 지구별 모든 나라를 둘러싸고 한꺼번에 일어납니다. 유튜브는 너른 놀이마당이 됩니다. 온누리 골골샅샅에서 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다 다른 말을 쓰면서 갖가지 이야기를 올리는데, 영국사람이 영국말로만 이야기를 올리지 않습니다. 영국사람이 한국말을 배워서 영국살림 이야기를 올립니다. 미국사람이 일본말을 익혀서 일본살림을 즐기는 이야기를 올립니다. 영어를 바탕으로 다 다른 이야기와 살림이 퍼지기도 하지만, 덩치가 큰 나라에서 덩치가 작은 나라에서 쓰는 말을 눈여겨보거나 귀여겨들으면서 새물결이 흘러요.


  우리는 이제 졸업장 따는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무엇이든 다 배울 수 있는 터전이 됩니다. 온누리 벗님은 나이·학력·지식을 떠나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가 됩니다. 이러면서 말을 놓고 한결 깊고 넓게 바라볼 틈이 생겨요. 예전에는 교과서 아니고는 새 지식을 얻기 어려웠고, 전문 지식인이 쓴 책이 아니라면 새 정보를 찾기 어려웠습지만,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갈고닦거나 깨닫거나 찾아낸 모든 지식·정보를 한눈에 살피면서 넉넉히 주고받을 만합니다.


  때로는 좀 어려운 말을 쓸 수 있습니다. 좀 어려운 말이란, ‘살림을 가꾸면서 쓸 일이 드문 말’입니다. 어렵기에 나쁘지 않아요. 어려운 말이란 ‘우리 삶에 아직 낯선 말’입니다. 자, 생각해 봐야지요. 우리는 서로 어떤 말을 하면서 사귀거나 만나거나 어울리거나 살아갈까요? 바로 ‘어버이하고 아이가 주고받는 말결’ 눈높이입니다. 다섯 살에서 열 살 사이쯤 되는 터울이 ‘살림말 눈높이’예요. 집에서 사랑받고 사랑하며 나누는 ‘열 살 눈높이 말’이 살림말(생활용어)이에요. 이를 헤아리는 눈이 있다면, 학문말·전문말·사회말·지식말도 이 살림말을 바탕으로 더 쉽고 부드러우면서도 깊고 넓게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2018.3.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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