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쓰다
내가 처음으로 해 본 강의는 신문배달을 하던 무렵이다. 신문배달로 먹고살면서 외국어대 도서관하고 서울 시내 헌책방을 배달자전거로 누비면서 책으로 혼자 배움길을 걷는 틈틈이 한국말을 새롭게 익혀서 글로 풀어내는 일을 했다. 이런 일을 귀엽게 봐주었는지 1998년에 한글학회에서 ‘우리 말 지킴이’로 뽑아서 상을 주었고, 이듬해 3월에는 한겨레신문에서 ‘한겨레신문 광고 모델’로 신문배달을 하는 젊은이를 사진으로 찍어 신문이며 잡지에 실었다. 이렇게 이름하고 얼굴이 이럭저럭 알려지면서 첫 강의가 들어왔고, 이백 사람 즈음 모인 자리에서 ‘미리 써 놓은 글을 읽는’ 강의를 진땀을 빼며 했다. 강의를 한 지 스무 해라는 나날을 살고 보니, 이 강의란 두 가지로 살필 만하다고 느낀다. 첫째, 강의를 하는 나로서는 내 책이나 글을 읽은 분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가를 코앞에서 지켜보면서 내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풀어내어 이야기하면 좋은가를 배우는 자리를 누린다. 둘째, 내 강의를 들으려는, 내가 들려주는 말을 들으러 오는 분은 책하고 글로만 배우던 이야기를 새롭게 헤아리려고 사람을 눈앞에서 마주하면서 숨결을 더 깊고 넓게 느끼며 배우는 자리를 누린다. 외곬로 흐른다면 강의가 아니라고 본다. 외곬이라면 제도권 주입식 입시교육하고 똑같다. 늘 주고받기를 하면서 서로배움을 누리기에 강의라고 본다. 2018.3.8.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