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써넣을 말을 살피기

[오락가락 국어사전 7] 제대로 가려서 쓸 말



  말을 제대로 가릴 줄 안다면 생각을 제대로 가릴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를 알맞게 가릴 줄 알기에 삶을 슬기롭게 가릴 수 있습니다. 우리 사전은 아직 말을 말답게 가리거나 따지는 구실을 잘 못 맡습니다. 앞으로는 슬기롭게 가다듬고 갈고닦아야지 싶습니다. 무엇을 살피고 어떻게 헤아릴 적에 아름답고 알찬 사전이 될는지 머리를 맞대어 생각을 모아야지 싶습니다.



시비(是非) : 1. 옳음과 그름 ≒ 이비(理非) 2.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말다툼

따지다 : 2. 옳고 그른 것을 밝혀 가리다

가리다 : 3. 잘잘못이나 좋은 것과 나쁜 것 따위를 따져서 분간하다

분간하다(分揀-) : 1. 사물이나 사람의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따위와 그 정체를 구별하거나 가려서 알다 2. 죄지은 형편을 보아서 용서하다 3.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다른 것과 구별하여 내다

구별하다(區別-) :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갈라놓다



  옳고 그름을 따진다고 할 적에 한자말 ‘시비’를 쓴다지만, ‘따지다’는 ‘가리다’로 풀이하고, ‘가리다’는 “따져서 분간하다”로 풀이하며, ‘분간하다’는 “구별하거나 가려서”로 풀이하는데, ‘구별하다’는 ‘가리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아주 뒤죽박죽입니다. 가만히 보면 사전은 ‘가리다·따지다’를 제대로 못 가립니다. ‘시비·분간·구별’은 ‘가리다’나 ‘따지다’로 손볼 만하겠지요. 이러한 결을 뜻풀이에 제대로 담아야지 싶어요.



애벌레 : [동물] 알에서 나온 후 아직 다 자라지 아니한 벌레 ≒ 새끼벌레·유충(幼蟲)·자충(仔蟲)

유충(幼蟲) : [동물] = 애벌레 ‘애벌레’로 순화

새끼벌레 : = 애벌레

자충(仔蟲) : [동물] = 애벌레



  ‘애벌레’가 있고 ‘새끼벌레’가 있습니다. ‘유충·자충’은 쓰지 않도록 “→ 애벌레·새끼벌레”로만 다루면 넉넉합니다.



자연(自然) : [어찌씨] 사람의 의도적인 행위 없이 저절로

저절로 : 다른 힘을 빌리지 아니하고 제 스스로. 또는 인공의 힘을 더하지 아니하고 자연적으로

절로 : ‘저절로’의 준말



  ‘저절로’를 뜻한다는 ‘자연·자연히’입니다. 두 낱말은 “→ 저절로·절로”로만 다루면 되겠지요. 그런데 ‘저절로’를 ‘자연적으로’로 풀이하니 얄궂습니다. 이런 풀이는 덜어내야겠습니다.



사찰(寺刹) : = 절

사원(寺院) : 1. 종교의 교당을 통틀어 이르는 말 2. = 절

절 : 승려가 불상을 모시고 불도(佛道)를 닦으며 교법을 펴는 집

절집 : ‘절’을 집으로 생각하여 이르는 말



  한국말 ‘절’하고 ‘절집’이 있습니다. ‘사찰·사원’은 “→ 절·절집”으로만 다루면 되어요.



총명(聰明) : 1. 보거나 들은 것을 오래 기억하는 힘이 있음. 또는 그 힘 2. 썩 영리하고 재주가 있음

영리하다(怜悧-) : 눈치가 빠르고 똑똑하다

똑똑하다 : 1. 또렷하고 분명하다 2. 사리에 밝고 총명하다 3. 셈 따위가 정확하다

분명하다(分明-) : 1. 모습이나 소리 따위가 흐릿함이 없이 똑똑하고 뚜렷하다



  ‘총명하다’는 ‘영리하다’로 풀이하고, ‘영리하다’는 ‘똑똑하다’로 풀이하는데, ‘똑똑하다’는 ‘총명하다’로 풀이하는 돌림풀이입니다. 영 엉뚱합니다. ‘총명·영리’는 “→ 똑똑하다”로 다루면서 ‘똑똑하다’ 뜻풀이를 가다듬어야겠습니다. 그런데 ‘똑똑하다’ 첫째 뜻풀이를 “또렷하고 분명하다”로 풀이하니 겹말풀이로군요. ‘분명하다’라는 한자말은 “→ 또렷하다·뚜렷하다·똑똑하다”로 손질할 노릇입니다.



아이디어(idea) : 어떤 일에 대한 구상. ‘고안’, ‘생각’, ‘착상’으로 순화

생각 : 1.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3.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짐 4.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음 6. 어떤 일에 대한 의견이나 느낌을 가짐

고안(考案) : 연구하여 새로운 안을 생각해 냄. 또는 그 안 ≒ 장심(匠心)

구상(構想) : 1. 앞으로 이루려는 일에 대하여 그 일의 내용이나 규모, 실현 방법 따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이리저리 생각함

착상(着想) : 어떤 일이나 창작의 실마리가 되는 생각이나 구상 따위를 잡음



  영어 ‘아이디어’를 ‘구상’으로 풀이하면서 ‘고안·생각·착상’으로 고쳐쓰라 하지만, ‘구상·고안·착상’은 모두 ‘생각’을 가리켜요. ‘아이디어’를 비롯해 ‘구상·고안·착상’을 ‘생각’으로 고쳐쓸 노릇이지 싶어요. ‘생각’ 뜻풀이를 더욱 꼼꼼하게 살피고 갈라서 다룰 수 있어야 할 테고요.



조합(組合) : 1. 여럿을 한데 모아 한 덩어리로 짬

뒤섞다 : 1. 물건 따위를 한데 그러모아 마구 섞다 2. 생각이나 말 따위를 마구 섞어 얼버무리다

섞다 : 1. 두 가지 이상의 것을 한데 합치다 2. 어떤 말이나 행동에 다른 말이나 행동을 함께 나타내다

합치다(合-) : ‘합하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

합하다(合-) : 1. 여럿이 한데 모이다. 또는 여럿을 한데 모으다

모으다 : 1. 한데 합치다



  한데 모으는 일은 ‘뒤섞다’나 ‘섞다’라 하면 됩니다. ‘조합’은 “→ 섞다·뒤섞다·엮다·묶다·모으다·뭉치다·짜다”로 다룰 만합니다. 그런데 ‘섞다’를 ‘합치다’로 풀이하고, ‘합치다’는 ‘합하다’를 거쳐 ‘모으다’가 되는데, ‘모으다’를 다시 ‘합치다’로 풀이하고 말아요. ‘합치다·합하다’는 “→ 모으다”로 다루고, ‘모으다’ 뜻풀이를 손질해야겠습니다.



외모(外貌) :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

겉모습 :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 ≒ 외용(外容)

겉보기 :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새

외용(外容) : = 겉모습

외양(外樣) : = 겉모양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겉모습’이라 하면 되지요. ‘외모·외용·외양’은 모두 “→ 겉모습”으로 다룰 만합니다. 손질할 낱말을 굳이 비슷한말이라고 달아 놓을 까닭이 없습니다.



모친(母親) : ‘어머니’를 정중히 이르는 말

어머니 : 1. 자기를 낳아 준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2. 자녀를 둔 여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로 이르거나 부르는 말 3. 자기를 낳아 준 여성처럼 삼은 이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4. 자기의 어머니와 나이가 비슷한 여자를 친근하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 5. 사랑으로써 뒷바라지하여 주고 걱정하여 주는 존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6. ‘시어머니’를 친근하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 7. 무엇이 배태되어 생겨나게 된 근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어머니’라는 오랜 한국말이 안 정중한 말일 수 없습니다. ‘모친’은 그저 ‘어머니’를 가리키는 한자말일 뿐이니 “→ 어머니”로 다루어야겠지요. 이러면서 ‘어머니·어머님’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쓰는가를 잘 밝혀야겠습니다.



기입(記入) : 수첩이나 문서 따위에 적어 넣음. ‘써넣음’으로 순화

써넣다 : 일정한 자리에 글씨를 써서 채우다



  ‘써넣다(써넣음)’으로 고쳐쓸 낱말인 ‘기입’은 “→ 써넣다”로만 다루면 됩니다. 고쳐쓸 낱말에 뜻풀이를 붙여놓으면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면서 그냥 쓰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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