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 병풍제본
고혜진 지음 / 달그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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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92


집을 떠났으니 집으로 돌아와요
― 집으로
 고혜진
 달그림, 2017.9.7.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응, 잘 다녀와.”


  설이나 한가위를 맞이하면 거의 모두라 할 만큼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집을 찾아서 길을 나섭니다. 나이든 어버이가 사는 집으로 가지요. 제금을 나서 새로 살림을 짓는 집을 한동안 떠난 뒤에, 어릴 적에 함께 복닥이며 살림을 꾸리던 집에서 지냅니다.

  새집을 떠나 옛집으로 돌아간다고 할 만한 마실길이라고 할까요. 어느덧 어버이 품을 떠나 새로 어버이가 되어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사람들이 옛 어버이 품으로 돌아가는 나들잇길이라 할 수 있을 테고요.

  아이가 아직 많이 어릴 적에는 집이 하나입니다. 어버이하고 사는 집이에요. 이러다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른 집에 사는 줄 깨닫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두 분씩 있으며, 할머니 할아버지 집도 두 군데 있는 줄 깨닫지요. 처음에는 이 대목이 아리송하지만, 어느새 둘씩 달리 있는 얼거리를 알아차리면서 ‘마실을 다닐 집’이 여럿 있다는 대목에서 즐거워합니다.

  이러면서 이모네라든지 고모네를 알아차리고, 큰아버지나 작은아버지네를 알아차리지요. 아이를 둘러싸고 이렇게 많은 살붙이가 있으며, 이 살붙이를 둘러싼, 또 우리 집을 둘러싼 집이 숱하게 많은 줄 시나브로 배웁니다.


“엄마! 봤어요?
멋진 하루였어요.”


  고혜진 님이 빚은 그림책 《집으로》(달그림, 2017)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두 가지 이야기를 앞뒤로 들려줍니다. 마치 병풍처럼 펼쳐서 줄줄이 읽는 그림책인데요, 아이는 어머니 배웅을 받으면서 집을 나서요. 아이는 어머니(랑 아버지가 있는) 집을 떠나서 골목을 구비구비 걷습니다. 우리 집을 둘러싼 이웃집 사이사이에서 새로운 놀이를 찾고 기쁨을 만나며 이야기를 누려요.

  여기까지는 낮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낮에 일어나는 일은 살짝 수수하달 수 있습니다. 이때 그림책 《집으로》를 뒤집어서 펼치지요. 그러면 어느덧 해가 져서 어두운 마을이 나타나요. 혼자 집을 떠나 골목놀이를 누리던 아이는 살짝 무섭습니다. 뭐가 튀어나올까 봐 무섭다기보다는 ‘우리 집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 싶어 무섭지요.

  이때에 아이 곁에 숱한 밤동무가 찾아와요. 이 밤동무는 ‘어른 눈에는 거의 안 뜨이는’ 넋입니다. 아이 눈길로만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어요. 아이는 밤동무가 이끄는 따사로운 손길을 받으면서 낮골목을 거슬러 밤골목을 가로지르며 즐겁습니다. 이제는 무서움 따위는 날려 버렸습니다. 하늘도 날고 달리기도 하면서 즐겁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저 멀리 우리 집이 보일 무렵 밤동무는 모두 사라집니다. 아마 다른 아이를 찾아서 떠났겠지요. 그림책 아이는 마중 나온 어머니를 만납니다. 아이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멋진 하루였어요” 하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잘 돌아왔구나 싶어 마음을 놓으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집이란, 떠나는 곳이면서 돌아오는 곳입니다. 집이란 길을 나서는 첫자리이면서 새 기쁨을 찾아낸 뒤에 씩씩하게 돌아올 수 있는 터전입니다. 2018.2.1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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