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시기 時期·時機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시기 →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때
편지를 벗에게 쓰는 시기란 → 편지를 벗에게 쓰는 때란
시기가 나쁘다 → 때가 나쁘다 / 철이 나쁘다
시기를 놓치다 → 때를 놓치다 / 철을 놓치다
그런 말을 할 시기가 아니다 →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씨 뿌릴 시기 → 씨 뿌릴 철 / 씨 뿌릴 때를 놓치면
다시 시기를 가려서 → 다시 날을 가려서 / 다시 때를 가려서
‘시기(時期)’는 “어떤 일이나 현상이 진행되는 시점. ‘때’로 순화”를 뜻한다 하고, ‘시기(時機)’는 “1. 적당한 때나 기회 2. [불교] 정법(正法), 상법(像法), 말법(末法) 따위의 시(時)와 각 시에 따른 자질(資質)의 중생”를 뜻한다 합니다. ‘기회(機會)’란 “1.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적절한 시기나 경우 2. 겨를이나 짬”이라 하니, 돌림·겹말풀이입니다. 두 한자말 ‘시기(時期·時機)’는 ‘때’로 고쳐쓸 노릇이지요. 그런데 한국말사전은 ‘때’를 “3. 좋은 기회나 알맞은 시기”로 풀이해요. 이 대목에서도 돌림·겹말풀이로군요. 이밖에 사전에 한자말 ‘시기’를 여섯 가지 더 싣는데 ‘시기(試技)’는 ‘해보기’로 손볼 만하고, 다른 다섯 가지는 모두 털어냅니다. 2018.2.9.쇠.ㅅㄴㄹ
시기(尸棄) : [불교] 1. = 시기불 2. ‘범천왕’의 다른 이름
시기(始期) : 1. 어떤 일이 시작되는 때 2. [법률] 법률 행위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
시기(時氣) : [한의학] = 시환(時患)
시기(試技) : [운동] 1. 역도 경기에서, 선수가 신청한 무게의 역기를 들어 올리는 일. 세 번 시도할 수 있다 2. 육상 경기의 뛰기와 던지기 종목에서, 뛰기나 던지기를 시도하는 일. 선수의 수와 종목에 따라 세 번에서 여덟 번까지 행한다 3. 뜀틀 경기에서, 뛰기를 두 번 시도하는 일
시기(詩紀) : [문학] 중국 명나라의 풍유눌(馮惟訥)이 편찬한 시집 ≒ 고시기(古詩紀)
시기(C機) : [군사] 미국 군용 화물 수송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
생명을 키워내는 중요한 시기
→ 생명을 키워내는 중요한 때
→ 목숨을 키워내는 뜻깊은 나날
《새, 풍경이 되다》(김성현·김진한·최순규, 자연과생태, 2013) 20쪽
밀양 주민들이 총력을 기울이던 시기가 있었다
→ 밀양 사람들이 온힘을 기울이던 때가 있었다
→ 밀양 사람들이 온힘을 기울이던 나날이 있었다
《고르게 가난한 사회》(이계삼, 한티재, 2016) 277쪽
털갈이 시기도 다르다
→ 털갈이 철도 다르다
→ 털갈이하는 때도 다르다
《고양이 그림일기》(이새벽, 책공장더불어, 2017) 32쪽
알 낳는 시기에는 너비가 넓어지고 색이 진해진다
→ 알 낳는 때에는 너비가 커지고 빛이 짙어진다
→ 알 낳는 철에는 넓어지고 빛깔이 짙어진다
→ 알 낳는 무렵에는 넓어지고 빛깔이 짙어진다
《화살표 민물고기 도감》(송호복, 자연과생태, 2017) 12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