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10.


《파란 만쥬의 숲 3》

이와오카 히사에 글·그림/오경화 옮김, 미우, 2017.11.30.



  출판사는 거의 모두 서울에 있고 우리 집은 시골이기에 서로 글월로 계약서를 주고받는다. 출판사에서 도장을 찍어서 보내면 내가 마저 도장을 찍어서 다시 글월로 띄운다. 우체국 일꾼이 아침에 글월을 가져다주어 낮에 읍내를 다녀오려 하는데 고흥에까지 눈이 제법 내린다. 비록 안 쌓이는 눈이지만 아이들은 혀를 내밀며 눈을 받아먹느라 부산하다. 버스를 내려 우체국에 닿기까지 눈사람이 된다. 저자마실을 하다가 버스를 놓쳐 택시를 잡는데 길바닥에 눈이 쌓인다. 군청 일꾼은 안 보이고 운전기사가 오르막에서 내려 길에 모래를 뿌린다. 아슬아슬한 모습이다. 공무원은 이제껏 뭘 하는가. 읍내와 달리 우리 마을은 눈이 안 쌓인다. 저녁을 차려서 먹은 뒤 만화책을 편다. 여러 해 만에 셋째 권이 나온 《파란 만쥬의 숲》. ‘바람님’을 둘러싼 ‘사람님’하고 ‘숲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데, 셋째 권에 이르니 모든 님은 하나이면서 다 다르다고 하는 수수께끼를 살짝 건드린다. 어쩌면 첫째 권부터 이 대목을 건드렸다고 하겠지. 사나운 바람은 모두 부술 수 있으나 아무것도 못 낳는데, 부수면 부술수록 바람님조차 스스로 부서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사람 스스로 사랑을 낳으면 언제나 사랑이 샘솟는 님이 되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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