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알이 되는 책읽기



  감 한 알이 되기까지 겨우내 찬바람을 머금으로 자랍니다. 새봄에 잎을 틔우고 꽃망울을 내놓습니다. 조금씩 굵는 감꽃은 감알 같은 달콤한 냄새를 퍼뜨리면서 조롱조롱 피다가 톡톡 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여름내 햇볕을 듬뿍 머금으며 푸릇푸릇 열매가 여물고, 가을에 산들바람 마시면서 바알갛게 익으니, 이제 우리는 감 한 알을 두 손이 고이 얹어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철을 살아낸 살뜰한 숨결을 받아먹을 수 있습니다. 책 하나는 어떤 길을 거쳐 태어났을까요? 책 하나를 두 손에 이쁘게 쥔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먹을까요? 무르익어 달콤한 감알을 하나 베어물면서 헤아립니다. 단단히 여물고 달콤한 냄새 가득한 책을 찬찬히 펼치면서 노래합니다. 2018.1.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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