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은 책 2017.12.26.


늘 밥을 지어서 차리지만 곁님한테서 곧잘 꾸중을 듣는다. 틀림없이 예전에 들은 꾸중인데 또 듣는다. 스스로 고쳐서 한결 나은 밥차림이 되려고 했으나, 어느새 잊거나 놓치곤 한다. 아무래도 뼛속까지 스미지 못했으니 때때로 엇나갈 수 있겠지. 또는 몸이 고단하다는 핑계로 슬그머니 건너뛰기도 했을 테고. 그러나 이런 말이나 저런 말은 모두 핑계이지 싶다. 조금 더 마음이며 힘을 기울이면서 지을 수 있는 밥이니까. 큰아이 통장이 찍히지 않아 읍내 우체국에 여러 차례 마실을 했는데, 통장을 바꾸는 데에도 온갖 서류를 챙겨 오라고 한다. 참 웃기다. 통장을 다 찍어서 바꾸어야 할 적에는 그냥 바꿔 준다. 통장 뒤쪽 마그네틱이 갑자기 안 읽혀서 바꾸어야 할 적에는 온갖 서류가 있어야 한단다. 통장 여럿 가운데 딱 하나만 갑자기 안 읽히는데, 누구 탓일까. 앞뒤가 안 맞는 행정을 하면서 이를 고칠 생각은 안 하고서 그저 서류 타령만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짓고서 자리에 눕는다. 《귀소본능》을 얼핏설핏 읽다가 까무룩 곯아떨어진다. 세 시간 남짓 꿈에서 헤매고 읽어난 뒤에 더 읽는다. 아이들을 재우고서 잠이 안 오기에 깊은 밤에 조용히 더 읽어 본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짐승이나 벌레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들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어떤 몸짓’이 있을까 하고 헤아려 본다. 우리는 슬기롭거나 참되거나 아름다운 집으로 돌아가려는 몸짓일까? 쳇바퀴질에 얽매인 채 쳇바퀴질을 쳇바퀴질로 못 느끼는 몸짓은 아닐까?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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