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책읽기
순천에서 어느 길손집에 묵는데 하룻밤에 2만 원을 받습니다. 퍽 눅은 값이네 하고 생각하는데, 막상 씻으려고 보니 이 겨울에 찬물만 나옵니다. 값을 만 원이든 이만 원이든 더 받고서 따순물이 나오도록 하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합니다. 어제 서울에서 어느 길손집에 묵을 적에 4만 원을 치렀는데요, 그곳은 그리 깨끗하거나 좋지는 않았어도 따순물이 나왔기에 고마이 여기면서 씻고 쉴 수 있었습니다. 엊저녁에 또 아침에 찬물로 몸을 씻고 머리를 감으며 생각해 보았어요. ‘모처럼 겨울에 오직 찬물로만 씻어 보는구나, 찬물로 몸을 더욱 튼튼하게 다스리라는 뜻이겠지’ 하고 혼잣말을 합니다. 순천에서 묵는 이 길손집은 바닥에는 불이 들어오지만 한 방에 침대를 여섯 놓았어요. 침대에서 잘 적에는 춥더군요. 아침에 이르러서야, 이불을 바닥에 깔고 덮으면서 잘걸 하고 뉘우칩니다. 침대방인데 바닥에만 불이 들어와서 방이 온통 찬바람이면서 김이 나온다면? 하하하 재미나게 웃으면서 짐을 꾸립니다. 이제 우리 집으로 돌아가려고요. 2017.12.23.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