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버스



  ‘고속버스’라는 이름으로 걸상이 퍽 크고 폭신한 버스가 처음 나온 때를 떠올립니다. 지난날 시외버스는 걸상이 꽤 작고 딱딱했어요. 이러다가 ‘고속버스’가 나오면서 찻삯이 올랐고, 오랜 시외버스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윽고 ‘우등버스’가 나옵니다. 걸상은 더 크고 자리가 널찍합니다. 우등버스가 나오면서 고속버스는 줄고 찻삯이 오릅니다. 얼마 앞서 ‘으뜸버스(프리미엄버스)’가 나옵니다. 저는 오늘 처음으로 이 으뜸버스를 탑니다. 서울서 순천으로 이야기꽃을 펴려 가는데 기차나 다른 시외버스가 잘 안 맞아 으뜸버스를 탈밖에 없습니다. 우등버스보다 1만 원을 더 치르는 으뜸버스인데, 한번 타 보자고 생각합니다. 으뜸버스는 우등버스보다 자리가 한결 넉넉합니다. 발을 매우 느긋하게 뻗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인터넷은 쓸 수 없군요. 인터넷을 못 쓴다면 새마을 기차를 탈 때가 한결 낫구나 싶습니다. 이러면서 한 가지를 생각했어요. 고흥 같은 시골에서 서울을 오가는 시외버스에는 손님이 매우 적어요. 몇 사람 안 탄 채 달리기 일쑤입니다. 고흥 같은 시골에서 서울을 오가는 길에는 으레 할머니 할아버지가 타기 마련인데, 값은 우등 그대로 하면서 자리를 널찍하게 두는 ‘시골으뜸버스’로 바꾸어 본다면 좋겠구나 싶어요. 시골 할매하고 할배가 한결 느긋하게 쉬면서 서울마실을 하실 수 있도록 말이지요. 2017.12.2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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