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20.
예스러운 책이 새롭게 나왔다. 양주동 님이 쓴 《문주반생기》가 오랜 말씨를 요즈음 옷으로 입혀서 태어났다. 한국말하고 한문하고 일본 한자말하고 영어하고 여러모로 뒤죽박죽인 말씨로 쓴 글인데, 어느 모로 본다면 일제강점기하고 해방을 아우르는 나날은 모두 뒤엉키고 뒤틀리고 흔들리면서 아픈 나날이었으니, 그무렵 지식인으로서 이렇게 뒤죽박죽 말씨를 쓸밖에 없구나 싶기도 하다. 이런 어정쩡한 말씨를 오늘날 새삼스레 읽을 수 있으니 고맙기도 하고, 이런 어정쩡한 말씨 사이사이에서도 ‘난짝’이라든지 ‘광’이라든지 ‘도하(좋아)’라든지 ‘어렵슈’라든지 ‘여린 코’라든지 ‘가로’ 같은 말마디는 요즈음 쓰는 분이 퍽 드물구나 싶어 새삼스레 반갑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1900년대 첫무렵에 살던 숱한 사람들 목소리와 낯빛과 몸짓과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마주할 수 있어 반갑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앞서 이장희, 일본에서 술벗으로 지낸 염상섭, 가난 끝에 숨을 거둔 나도향 같은 이름을 《문주반생기》에서 이녁하고 얽힌 이야기로 적바림한 글이란 참으로 애틋하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