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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 - 대량 소비가 만든 쓰레기 이야기 ㅣ 10대를 위한 인문학 특강 시리즈 2
최원형 지음 / 철수와영희 / 2017년 11월
평점 :
푸른책과 함께 살기 133
서울 쓰레기 160만 톤이 날마다 인천으로?
―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
최원형 글
철수와영희 펴냄, 2017.11.30. 13000원
우리 집 곁님이 ‘이불’을 손수 뜨개로 마련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느 이웃님은 뜨악하다는 얼굴을 했습니다. 그분은 왜? 뭣하러?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그냥 돈을 주고 사서 쓰면 되지 않느냐고 여기셨어요.
저희 식구는 플라스틱 잇솔을 안 쓰려고 여러 해에 걸쳐 생각하고 헤아리다가 드디어 알맞춤한 잇솔을 얻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잇솔을 손수 나무로 깎지 못했으나, 나무 손잡이에 돼지털을 정갈하게 박은 잇솔을 얻었어요. 우리 식구가 ‘돼지털 나무 잇솔’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느 이웃님도 매우 뜨악하다는 얼굴을 했습니다. 이 사람들 참 거석하다고 여기셨습니다.
오늘날은 왜 고쳐쓰는 일이 사라지고 새로 사는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얼마나 많은 자원을 우리가 쓰고 있는지 가늠이 되나요? 모든 물건은 지구에서 나오는 원료로 만들어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자원의 양이 점점 증가한 걸까요? (7쪽)
발전에 대해 생각해 볼게요. 우리는 숲이 우거져 있는 곳을 보고 발전했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숲이 있던 자리에 아파트나 빌딩이 들어서고 개발이 되면 많이 발전했다고 합니다. (25쪽)
어떤 살림이건 우리가 손수 지어서 누릴 수 있을 적에 가장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더디 걸리거나 투박하다 하더라도 아이하고 함께 짓는 살림은 오래 갈 뿐 아니라 마음이 따스하게 흐른다고 느껴요. 손수 지어서 누리는 살림이기에 꾸준히 손질해서 잘 건사할 수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있어요. 손수 지어서 누리는 살림은 나중에 다 닳거나 해질 적에 쓰레기가 안 돼요. 왜 그러한가 하면, 손수 살림을 지을 적에는 ‘다 써서 더는 쓸 수 없을 적에 흙으로 곱게 돌아갈 수 있을 만한 것’으로 지을 테니까요.
우리가 가게에서 돈을 치러서 사다 쓰는 살림을 찬찬히 돌아보면 좋겠어요. 어느 것에나 비닐자루가 깃들기 마련이고, 이래저래 ‘버려야 하는 겉싸개(포장지)’가 있습니다. 흔한 과자 한 자루나 빵 한 조각조차 비닐 껍데기입니다. 커피 한 잔을 커피집에서 마셔도 도자기나 유리나 스텐 같은 잔에 주지 않는다면 쓰레기가 생겨요.
197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부동산 개발 바람과 함께 콘크리트를 이용해서 대규모로 짓는 아파트가 유행이 되었지요. 이때부터 집은 스스로 짓는 게 아니라 돈을 지불하고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집에다 사람을 맞추기 시작한 거지요. (54쪽)
천연 섬유는 자연에서 거둔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자연스레 다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만 합성 섬유는 그렇지 못합니다. (100쪽)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철수와영희, 2017)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를 곰곰이 돌아봅니다. 첫째 ‘살림’을 돌아봅니다. 우리 스스로 어떤 살림을 지으면서 하루를 누리는지 돌아봅니다. 다음으로 ‘씀씀이(소비)’를 돌아봅니다. 손수 짓지 못하는 살림일 적에는 돈으로 사다가 쓰는데, 무엇을 돈으로 사서 쓰는지, 돈으로 사서 쓸 적에 품이나 겨를을 얼마나 들여야 하는가를 돌아봅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가게 물건 하나마다 달라붙는 자잘한 쓰레기가 무척 많습니다. 그리고 이 물건이 가게로 오기까지 생태발자국도 꽤 길어요.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이라는 책에서 지은이가 밝히기도 합니다만, 어쩌면 우리는 ‘살림짓기+씀씀이’를 집이나 학교나 마을에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구나 싶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우리를 학교에 보내기만 했을 뿐, 살림을 배우라고 이야기하는 어버이는 드물어요. 예나 이제나 비슷합니다.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학교에서 공부 잘해서 시험을 잘 치르라고는 말하지요?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밥을 잘 짓는 길’이나 ‘빨래를 슬기롭게 하는 길’이나 ‘청소를 비롯한 집안일을 즐겁게 하는 길’을 이야기하거나 알려주거나 물려주는 어버이는 보기 힘들지요? 그리고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지구를 더럽히지 않으면서 쓰는(소비하는) 살림’을 이야기하거나 가르치는 어버이도 보기 힘들다고 느껴요.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는 대략 6300톤가량 된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우주로 발사체를 날려 보내고 있어요. 2015년에 지구에서 발사된 위성 수는 263기나 된다고 합니다. 이 위성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121쪽)
서울시의 쓰레기를 인천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에 가져다 버리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윤리적인 행위는 아닌 것 같아요 … 서울시의 경우 쓰레기는 인천시에 있는 매립지로 가는데 그 양이 160만 톤이 넘어요. (133, 134쪽)
시골에서나 서울에서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을 매우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동차를 몰다가 창문 밖으로 쓰레기를 휙 던지기도 합니다. 시골에서는 골짜기나 밭둑에 쓰레기를 몰래 버려 놓고서 달아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길가에 빈 커피잔이나 깡통을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요.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보다가 생각에 잠깁니다. 왜 많은 사람들은 쓰레기를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릴까요? 어쩌면 우리는 ‘살림 교육’이나 ‘소비 교육’이나 ‘쓰레기 교육’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지는 않을까요? 우리가 누리거나 쓰는 모든 살림살이를 찬찬히 배우지 못한 나머지, 돈으로 가볍게 사다가 쓰고는 휙휙 버리는 버릇에 젖어들지는 않았을까요? 우리가 쉽게 버리는 쓰레기가 땅하고 바다를 더럽혀 끝내 우리 스스로한테 돌아오고 마는 줄 잊지는 않았을까요?
커피콩에서 우리가 커피로 추출하는 양은 1퍼센트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 에너지를 들여 키운 커피를 거의 대부분 버리는 셈이지요. (141쪽)
일본 생협의 경우는 80퍼센트의 빈 병이 재사용된다고 합니다. 국내 한 생협에서 실시하고 있는 빈 병 재사용률을 알아봤더니 2017년 6월 현재 25%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155쪽)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을 읽다가 몇 대목에서 흠칫 놀랍니다. 지은이는 소비하고 쓰레기를 나란히 이야기하면서 틈틈이 통계 자료를 보여주는데, 서울에서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 부피가 자그마치 160만 톤이라고 한대요. 게다가 서울 하루 쓰레기 160만 톤은 서울에 파묻을 곳이 없어 이웃인 인천에 갖다가 파묻는다고 해요.
이 책에서 더 다루지는 않습니다만, 부산이나 대구나 광주 같은 큰도시는 하루에 쓰레기가 얼마나 나올까요? 다른 큰도시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 그나저나 인천도 자그마한 도시는 아닐 텐데, 인천에서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는 또 어디로 가야 할까요?
아니, 무엇보다 왜 이렇게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날마다 나와야 할까요? 우리는 쓰레기를 줄이거나 없애는 길을 찾을 수 없을까요? 우리는 ‘쓰고 버리는 몸짓’을 좀 멈추고 ‘스스로 지어서 누리는 살림’으로 달라져야 하지는 않을까요?
생태적으로 사는 건 단지 불편한 것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위하는 일입니다. (203쪽)
학교에서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교과목만 배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학교에서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삶을 짓는 슬기로운 손길’을 함께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러면서 ‘살림을 가꾸는 즐거운 마음’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고요.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이웃을 사랑하는 넉넉한 품’이 되어 주기를 바라요.
숲을 곱게 돌보는 길이란 ‘자연 보호’만이 아닌 ‘우리를 스스로 아끼는 길’이면서 ‘우리가 스스로 즐거운 길’인 줄 느끼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알맞게 짓고, 즐겁게 나누면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보금자리와 마을과 나라가 되면 좋겠어요. 좋은 나라, 좋은 마을, 좋은 보금자리, 좋은 숲을 꿈꿉니다. 2017.12.6.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