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29.
서울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호된 몸살로 걷기조차 벅차지만 끝내 시외버스역에 닿았고, 시외버스를 탔으며 두 시간 반 즈음 신나게 곯아떨어진다. 살짝 눈을 뜨고서 넋을 차린 뒤에 《혀 내미는 촘마》를 읽는다. 처음에는 얼마나 대단한 어린이문학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막상 읽는 내내 눈물샘을 터뜨린다. 씩씩한 아이들이 나오고, 아픈 아이들이 나온다. 아름다운 아이들이 나오고, 다부진 아이들이 나온다. 요즘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이 만한 어린이문학을 쓰는 이가 있을까? 글쎄. 모르겠다. 가벼운 말재주하고 흔한 줄거리에 사로잡힌 문학은 넘치지만, 두고두고 아름다운 삶을 지피는 바탕이 되는 어린이문학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몽실 언니’ 같은 아이가 나오고, ‘삐삐’ 같은 아이가 나온다. ‘닐스’ 같은 아이가 나오고, ‘럼피우스’ 같은 아이가 나온다. 이 어린이문학은 일본에서 가난하거나 힘든 아이들한테 얼마나 큰힘이 되었을까. 어쩌면 오늘날 한국은 가난하거나 힘든 살림을 모르거나 등돌리는 흐름으로 치달으면서 이 놀라운 어린이문학을 눈여겨보지 못하거나 제값을 못 읽지 싶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민란을 일으킨 집안’은 끔찍하게 찢겨 죽였는데 이를 어린이문학에 제대로 또렷하게 담아낸 어린이문학가가 있을까? 있다면 딱 한 사람이 있다. 이원수 한 사람.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