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친구가 될 순 없나요? 달을 담은 책그릇 1
프랑크 비주 지음, 윤정임 옮김, 이혜진 그림 / 책그릇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180


할머니와 아이는 가장 오래된 동무
― 할머니와 친구가 될 순 없나요?
 프랑크 비주 글·이혜진 그림/윤정임 옮김
 책그릇, 2007.4.2.


“머리가 온통 까치집이잖아!” 리즈는 듣지 못해요. 아니 못 들은 척해요. 리즈는 책가방을 등에 메고 걸어갑니다. ‘예쁘지 않아도 상관없어!’라는 표정이에요. (11쪽)


  우리는 모두 할머니가 됩니다. 또는 할아버지가 됩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되는 일은 두렵지 않습니다. 그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될 뿐입니다. 젊어 보이기에 할머니가 아니라 하지 않습니다. 몸이 튼튼하대서 할아버지라 안 하지 않습니다. 어느 나이에 이르면 모두 할머니나 할아버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아이입니다. 갓 태어나서 뒤집고 기고 서고 하던 아기 때를 지나서, 씩씩하게 걷고 달리며 노는 아이로 살았어요. 그리고 우리를 낳은 어버이가 있으니 나이를 많이 먹어도 우리는 참말 모두 아이입니다.


책들, 이러저런 생각들, 각종 이론과 지리에 대해 얘기하고, 비와 물방울, 끝없이 흘러가는 구름, 영원한 달 그리고 우주에 대해서도 얘기합니다. 그렇게 위대하면서도 친근해 보이는 저 높은 곳의 우주는 고요하기만 해요. 그런 생각을 하노라니 아주 경이로운 느낌이 들어요. 두 사람은 입을 다물어요. 소리 없이. 긴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리즈는 자기 손을 리타의 손으로 가져갑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아요. 복숭앗빛 손과 검버섯이 난 손을 서로 마주 잡고 둘이서 미소를 지어요. (34쪽)


  프랑스 어린이문학 《할머니와 친구가 될 순 없나요?》(책그릇, 2007)는 아이하고 할머니 사이에 맺은 따사로운 마음을 건드립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프랑스라는 나라도 아이하고 할머니(또는 할아버지) 사이에 금을 죽 긋는 사람이 제법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이를 쉽게 기숙사에 넣고,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쉽게 양로원에 넣기도 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프랑스라는 나라도 아이가, 더욱이 가시내가 까치집 머리를 하고 다니면 이를 매우 못마땅해 하는 어버이가 있네 하고 느낍니다. 게다가 까치집 머리를 하는 아이를 놀리거나 괴롭히는 또래가 꽤 있구나 하고도 느낍니다.

  일본에서 ‘이지메’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한국말에도 ‘따돌리다·개밥도토리’처럼 이웃이나 동무를 괴롭히는 짓을 가리키는 말이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어떤 말을 쓸는지 모르지만 썩 아름답지 못한 일이 그 나라에도 똑같이 있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아름답다는 게 뭐야, 엄마?” “으음, 글쎄, 니나 아줌마에게 물어봐야 알겠는걸.” 리즈는 어깨를 으쓱합니다. “리타 할머니에게 물어보면 안 되나?” (39쪽)

그러는 동안 리즈와 리타는 서로의 삶을 이야기했지요. 아직은 아주 조금밖에 살지 않은 리즈의 삶과 아주 오래 살아온 리타의 삶을. (69쪽)

“슬플 때면 할머니 품에 안기고, 그러면 할머니가 ‘괜찮다, 얘야, 나도 그런 적이 있단다……’ 하면서 위로해 주는 꿈도 꾸어요. 할머니는 나랑 제일 친한 친구야. 할머니는 내 가장 오랜 친구야.” (72쪽)


  《할머니와 친구가 될 순 없나요?》를 이끄는 사람은 둘입니다. 하나는 또래보다 키가 매우 작은 가시내입니다. 다른 하나는 또래보다 키가 매우 큰 할머니입니다. 키가 작은 아이는 얼굴이나 몸 가꾸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키가 작은 아이네 어머니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하면 키가 자라도록 하고 얼굴이나 몸을 가꾸도록 이끌까 하고 머리를 싸맵니다.

  키가 큰 할머니네 아들은 어떻게 하면 이녁 어머니인 할머니를 양로원에 보낼 수 있을까 하고 머리를 싸맵니다. 두 아들은 젊은 어머니(이제는 할머니이지만)가 살뜰히 돌보아서 무럭무럭 클 수 있었는데, 다 크고 나서는 할머니를 돌보거나 모시는 일을 꽤 귀찮거나 성가시다고 여긴답니다. 이녁 어머니(할머니)하고 나눌 만한 이야기가 없다고 느끼며, 나이가 많아 ‘언제 쓰러질는지 모르’니 걱정이 없도록 양로원에 가야 한다고만 말한대요.


“바르댕 영감, 군인 일은 이제 끝났어요. 무기를 내려놓고 인생의 마지막은 좀 규칙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보내도록 하세요! 이 아이를 내버려 둬요. 우리랑 아주 잘 지내고 있잖아요.” (93쪽)


  아이하고 할머니가 어느 날 병원에서 처음으로 만납니다. 아이하고 할머니는 어머니랑 아들들이 못마땅합니다. 어머니랑 아들들도 아이하고 할머니가 못마땅하지요. 그런데 아이하고 할머니는 병원 의사가 못마땅하고, 두 사람은 문득 병원에서 마주쳤으며, 살며시 말을 섞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아이하고 할머니는 서로 이렇게 죽이 잘 맞고 마음이 잘 어울리는가 하고 놀랍니다.

  둘은 다른 사람, 그러니까 아이 어머니하고 할머니 아들들은 아랑곳하지 않기로 합니다. 낳은 어머니보다 마음이 맞는 할머니가 좋은 아이입니다. 낳은 아들들보다 죽이 맞는 아이가 좋은 할머니입니다. 두 사람은 나이가 매우 많이 벌어지지만, 나이를 넘어서는 동무가 됩니다. 아이는 궁금한 일을 할머니한테 여쭈고, 할머니는 새로 익히거나 깨달은 이야기를 아이한테 알려줍니다.

  그러나 둘 사이는 오래가지 못한대요. 아이네 어머니하고 할머니네 아들들은 둘이 가까이 지내는 일을 대단히 못마땅히 여겼고, 둘 사이를 가르려고 기숙학교하고 양로원으로 보냅니다.


리즈가 노인들 곁에서 사랑을 받고, 리타도 아이들 곁에서 잘 지내자, 리즈와 리타는 모두를 불러 회의를 열고 말했어요. “우리들이 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떨어져 살아야 되죠?” “그러게 말야, 왜 우리들이 아이들과 떨어져 사랑야 하지?” “그러네. 왜? 어째서? 어! 정말 그러네, 왜? 무슨 이야기로? 정말? 왜? 뭐하러?” “기숙사는…….” “양로원 바로 옆에 있어.” “그러니까 공동 정원을 만들 수 있을 거야.” (94쪽)


  아이는 할머니나 할아버지하고 동무가 될 수 없을까요?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아이하고 동무로 지낼 수 없을까요? 우리는 왜 기숙학교나 고아원 같은 시설을 따로 지어서 또래 아이들만 모아 놓아야 할까요? 그리고 왜 양로원이라는 시설을 외따로 지어서 또래 할머니 할아버지만 모아 놓아야 할까요?

  마을을 이루어 함께 어우러지고, 서로 돌보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쇠가시울타리로 금을 갈라서 못 넘어오게 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할머니랑 할아버지한테서 배우고,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그동안 익힌 아름다운 슬기를 고스란히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그마한 어린이문학 한 권은 프랑스라는 사회에서 쇠가시울타리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립니다. 이 마음은 어느 한 나라에서뿐 아니라, 나라하고 나라 사이에서도 사라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 다른 사람들이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즐거움을 나누고 기쁨을 주고받으면 좋겠습니다. 돈으로 쳐도 그래요. 쇠가시울타리를 세우거나 다스리는 데에 돈을 쓰기보다는, ‘나눔뜰’을 마련하여 누구나 스스럼없이 드나들며 이야기꽃을 피우도록 북돋우기를 바랍니다.

  할머니하고 아이는 오랜 동무입니다. 아마 가장 오래된 동무일 테지요. 아이하고 할아버지도 오랜 동무입니다. 참말 가장 오래된 동무라고 느낍니다. 2017.11.2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