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비옥 肥沃
토질의 비옥 여부에 따라 → 흙이 얼마나 건가에 따라
비옥한 농토 → 기름진 논밭 / 건 논밭
토양이 비옥하다 → 흙이 걸다 / 흙이 기름지다
어디나 토지는 비옥하여서 → 어디나 흙이 걸어서
‘비옥하다(肥沃-)’는 “땅이 걸고 기름지다. ‘걸다’, ‘기름지다’로 순화”로 풀이하면서 “≒ 비요(肥饒)·비유(肥?)” 같은 비슷한말이 있다고 하는데, ‘비요·비유’ 모두 ‘걸다’나 ‘기름지다’로 손질해야 할 테지요. 그런데 사전에서 ‘걸다’를 찾아보니 “1. 흙이나 거름 따위가 기름지고 양분이 많다”로 풀이하고, ‘기름지다’는 “4. 땅이 매우 걸다”로 풀이합니다. 그야말로 엉터리인 돌림풀이입니다. 이밖에 한자말 ‘비옥’이 두 가지 더 있다고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사전에서 털어야지 싶습니다. 2017.11.14.불.ㅅㄴㄹ
비옥(緋玉) : [역사] 비단옷과 옥관자라는 뜻으로, 당상관의 관복을 이르던 말
비옥(翡玉) : 붉은 점이 있는 비취옥
나뭇잎과 잔가지 그리고 벌레들이 타이가 흙을 비옥하게 하는 거야
→ 나뭇잎과 잔가지와 벌레가 타이가 흙을 기름지게 해
→ 나뭇잎과 잔가지와 벌레가 타이가 흙을 걸게 해
《아나스타시아 4 함께 짓기》(블라지미르 메그레/한병석 옮김, 한글샘, 2008) 239쪽
저건 비옥한 흙이고 메마른 흙이고 가리지 않아
→ 저건 기름진 흙이고 메마른 흙이고 가리지 않아
→ 저건 건 흙이고 메마른 흙이고 가리지 않아
《나츠코의 술 6》(오제 아키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1) 23쪽
무경운 농법을 활용하는 대신 해마다 밭을 갈아엎어서 비옥한 표토가 강으로 쓸려가게 만든다
→ 흙을 갈지 않는 길을 안 가고 해마다 밭을 갈아엎어서 기름진 겉흙이 냇물로 쓸려 가게 한다
→ 흙을 그대로 안 두고 해마다 밭을 갈아엎어서 걸고 좋은 겉흙이 냇물로 쓸려 가게 한다
《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 시금치, 2015) 66쪽
토양이 비옥하며 햇볕의 양이 충분한 환경에서는
→ 땅이 기름지며 햇볕이 따뜻한 곳에서는
→ 흙이 기름지며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는
→ 흙이 걸며 햇볕이 좋은 터전에서는
→ 땅하고 해가 좋은 자리에서는
《소나무 인문 사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휴먼앤북스, 2016) 1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