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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아, 돌아와! ㅣ 단짝 친구 오리와 곰 시리즈 3
조리 존 글, 벤지 데이비스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7년 9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70
너는 나한테, 나는 너한테, 서로 마음동무
― 곰아, 돌아와!
조리 존 글·벤지 데이비스 그림/이순영 옮김
북극곰, 2017.9.21. 15000원
시골에는 아이가 적습니다. 앞으로도 시골은 아이가 더 줄어들 수 있어요. 이와 달리 서울은 사람도 많고 아이도 많지요.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서울처럼 커다란 도시에는 아이가 대단히 많아요. 시골에서 아이가 줄어드는 흐름하고 다르게 서울에서는 아이가 늘어나는 흐름이 된다고 느껴요.
서울에는 놀이터도 많고 즐길거리가 많아요. 비록 서울이 건물로 빽빽하다지만 곳곳에 작은 숲이나 쉼터가 있어요. 이와 달리 시골에는 아이들 놀이터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시골에 사람이 줄면서 빈터나 숲에 커다란 발전소나 송전탑이나 공장이나 짐승우리가 들어서곤 합니다. 오늘날에는 오히려 시골 아이가 도시 아이보다 숲이나 들을 누리기 어려울는지 몰라요.
자, 그렇다면 생각해 볼 일이에요. 아이들이 또래 동무를 사귀려면 시골을 떠나서 서울로 가야 할까요? 시골에는 또래 동무가 드물거나 아예 없기 일쑤이니, 아이들은 시골에서 동무를 못 사귄다고 할 만할까요?
곰이 낚시를 갔다고?
다음 주에나 온다고?
곰이 낚시를 갔다니!
게다가 다음 주에나 온다니!
곰이 낚시를?
나 없이?
다음 주에나 온다고?
낚시라니!
그럼 난 뭐 하지? (5∼6쪽)
그림책 《곰아, 돌아와!》를 읽으면서 동무란 어떤 사이인가 하고 새롭게 돌아봅니다. 이 그림책에는 책이름에 나오듯이 ‘곰’이 나와요. 여기에 ‘오리’가 나오지요. 곰하고 동무로 지내는 오리입니다. 오리하고 동무로 지내는 곰이지요.
어찌 보면 뜬금없는 동무 사이일 수 있어요. 곰하고 오리가 동무라니, 하면서 버럭 소리를 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봐요. 그림책에서뿐 아니라 참말로 곰하고 오리는 동무로 지낼 수 있어요. 여우하고 오리도, 오리하고 두더지도, 참말 서로 아끼거나 좋아하는 사이로 지낼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본다면, 한국 아이하고 일본 아이가 어깨동무할 수 있어요. 러시아 아이하고 미국 아이가 어깨동무할 수 있지요. 태국 아이하고 칠레 아이가 어깨동무를 할 만해요. 핀란드 아이하고 베트남 아이가 얼마든지 어깨동무를 합니다.
책이나 읽지 뭐.
아니야, 요리를 하는 거야.
아니야, 편지를 쓸까?
아니야, 드럼 치자.
아니야, 영화 볼까?
어니야, 책 읽을까?
이건 아까 한 거 같지?
아휴, 아무것도 하기 싫어. 곰 보고 싶다. (11∼13쪽)
서로 마음으로 아낄 수 있다면 동무가 된다고 느껴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더라도 마음으로 아끼기에 동무이지 싶어요. 바로 맞닿은 옆집에 살더라도 마음이 안 맞으면 동무가 안 되어요. 이때에는 이웃조차 안 될 테지요.
비록 오늘날에는 시골이라는 터전에 아이들이 대단히 적거나 아예 없기까지 한 마을이 많습니다만, 시골 아이는 마음으로 만나는 동무를 사귈 수 있어요. 한국 시골에서 중국 시골 아이를 사귄다든지, 네팔 시골 아이를 사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를 넘어서는 동무 사이가 될 수 있어요.
아이하고 할머니가 동무처럼 지낸다든지, 아이하고 아저씨가 동무처럼 어울릴 수 있어요. 함께 놀고,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함께 쉬고, 함께 가을바람을 쐬고, 함께 별잔치를 누리고, 함께 마실을 다니고, 함께 잠자리에 들면서 동무가 됩니다.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곰을 찾아가는 거야.
분명 내가 필요할 거야.
낚시 하면 나잖아?
나처럼 훌륭한 친구가 또 어딨어?
혼자 낚시하면 얼마나 심심한데.
게다가 비까지 오잖아.
곰을 찾자. 곰을 찾자.
더 어두워지기 전에 곰을 찾자. (18쪽)
그림책 《곰아, 돌아와!》를 보면, 동무로 지내는 곰하고 오리라 하는데, 곰은 오리가 날마다 뻔질나게 찾아와서 살짝 귀찮다고 여겼대요. 그래서 곰은 오리를 한동안 안 만나고 싶어 말도 없이 혼자 먼 낚시마실을 떠났대요. 오리는 곰이 없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까마득했대요.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놀고 잘 지낼 수 있노라 씩씩한 모습을 보이려 했대요. 곰도 혼자서 얼마든지 먼 마실을 잘 다녀올 수 있으리라 여겼대요.
그러나 오리도 곰도 어느새 ‘빠진 무엇’을 느껴요. 더구나 곰은 혼자 먼 마실을 간 곳에서 허둥허둥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오리는 곰한테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기리라 여기면서 곰을 찾아서 밤길을 나서요.
곰하고 오리 사이에 맺고 푸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보면서 ‘동무란 언제나 마음으로 이어져서 서로 따사로이 아낄 수 있는 사이’라고 하는 대목을 곰곰이 되새깁니다. 시골에서 지내는 우리 집 아이들뿐 아니라, 숱한 아이가 복닥복닥하는 서울에서 사는 아이들도, 저마다 마음에 맞는 고운 동무를 사귈 수 있기를 바라요. 참말로 저마다 고운 동무를 하나씩 둘씩 사귀리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동무를 사귀지 않아도 되어요. 마음동무 하나면 돼요. 네가 나한테 마음동무가 되고, 나는 너한테 마음동무가 됩니다. 2017.10.3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