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질하는 글쓰기



  교정종이로 네 차례째 글손질을 한다. 교정종이가 나오기 앞서 숱하게 손질한 글인데, 막상 교정종이를 한 번 받고 두 번 세 번 받아서 다시 살피는 동안 더 손질할 곳을 찾아낸다. 교정종이로 오늘 글손질을 마쳐서 출판사에 보내더라도, 출판사에서 교정종이를 다시 보내 준다면, 그때에는 또 그때대로 새삼스레 손질할 곳을 찾아낼 만하리라 느낀다. 그렇다면 앞선 교정종이에서 놓친 곳이 많았다는 뜻일까? 놓친 곳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보다는 지난 교정종이를 살피고 나서 오늘 교정종이를 살피는 사이에 나 스스로 새롭게 배운 대목이 있다. 날마다 꾸준히 새로 배우는 살림이 있는 터라, 교정종이를 날마다 새로 받더라도 자꾸자꾸 손질할 곳을 찾아내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알맞게 끊고 책으로 묶어야지. 다만 책으로 나오고 나서도 한 달쯤 지나면 ‘그때 이 대목을 더 손질해 두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리라. 책으로 나오고 한 해쯤 뒤에는 ‘지난해에는 이 대목을 손질할 생각을 못했구나’ 하고 느낄 테고. 2017.10.1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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