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백- 白
백구두 → 흰구두
백장미 → 흰장미
백포도주 → 흰포도술
‘백(白)-’은 “‘흰’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고 해요. 그런데 사전에 ‘흰-’은 올림말로 안 나옵니다. 한자인 ‘백(白)-’은 ‘흰-’으로 고쳐쓰도록 이끌면서 ‘흰-’을 올림말로 제대로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그런데 조개 가운데 ‘백합(白蛤)’은 ‘마당조개’나 ‘무명조개’ 같은 이름이 따로 있으니 ‘흰조개’로 손질하지 않아도 됩니다. ‘백조(白鳥)’라는 새를 두고는 ‘고니·흰고니·까만고니’처럼 쓰면 됩니다. ‘흰-’처럼 ‘까만-’을 붙일 수 있으니, ‘흰오리·까만오리’나 ‘흰털·까만털’이나 ‘흰옷·검은옷’처럼 쓰면 되지요. 한겨레를 일컬을 적에는 ‘백의민족(白衣民族)’이 아닌 ‘흰옷겨레’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2017.10.4.물.ㅅㄴㄹ
백동전 다섯 개
→ 흰동전 다섯 닢
→ 하얀 동전 다섯 닢
→ 반짝이는 동전 다섯 닢
→ 하얗게 반짝이는 동전 다섯 닢
《나보다 작은 형》(임정진, 푸른숲, 2001) 33쪽
하루 종일 백사장에 있어도 놀거리는 무궁무진했다
→ 하루 내내 흰모래밭에 있어도 놀거리는 끝이 없었다
→ 온 하루를 모래밭에 있어도 놀거리는 아주 많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이두호, 행복한만화가게, 2006) 12쪽
영원할 것 같았던 조기, 명태, 백합이 사라졌다
→ 영원할 듯했던 조기, 명태, 마당조개가 사라졌다
→ 끝없을 듯했던 조기, 명태, 흰조개가 사라졌다
《바다맛 기행 2》(김준, 자연과생태, 2015) 4쪽
백사장을 맨발로 거닐며
→ 흰모래밭을 맨발로 거닐며
→ 하얀 모래밭을 맨발로 거닐며
《무등산》(문영기, 문학의전당, 2015) 15쪽
넓은 습지가 조성되면서 개구리와 백조, 캐나다두루미가 몰려들었다
→ 넓은 늪을 이루면서 개구리와 고니, 캐나다두루미가 몰려들었다
《늑대의 숨겨진 삶》(짐 더처·제이미 더처/전혜영 옮김, 글항아리, 2016) 21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