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9.13.


서울에서 두 군데 출판사에 들러 책을 산다. 서울서 진주로 가려는데, 진주에 닿아 만날 분한테 선물로 드리려고 책을 산다. 이 책 저 책 챙기다 보니 가방이 묵직하다. 시외버스가 이 짐을 잘 실어 주겠지. 19시 30분 진주 가는 시외버스표를 미리 끊고 고속버스역에 닿는다. 버스역 맞이방에서 기다리려다 보니 19시 5분 버스에 아직 자리가 있다. 어라? 삼십 분 더 일찍 갈 수 있나? 표파는곳에 여쭈니 자리가 있단다. 얼른 표를 바꾼다. 맨 앞자리를 얻어서 앉는다. 가방을 모두 풀어 내려놓고서 노래를 듣는다. 눈가리개를 하고서 한참 노래만 들으며 몸을 쉰 다음에 《시인의 마을》을 손에 쥔다. 나한테 “시인의 마을”이란 이름은 정태춘·박은옥 두분이 부른 노래에 붙은 이름인데, 이 이름으로 책이 한 권 태어났다. 시인이 사는 마을, 시인이 사랑하는 마을, 시인이 그리는 마을, 시인이 머물다 간 마을, 시인이 태어난 마을, 시인이 자란 마을, 시인이 그리는 이웃님이 살아가는 마을 …… 수많은 마을이 있다. 수많은 마을에는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 다르게 보금자리를 가꾸면서 삶을 짓는다. 이렇게 지은 삶에서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싹이 트고, 이 다른 이야기를 시인이 살며시 들여다보더니 살그마니 시 한 줄로 옮긴다. ‘시인마을’이란 시인이 살거나 좋아하는 마을일 수 있으면서, 시가 태어나는 마을이요 시가 샘솟는 마을이다. 시가 태어나고 시가 흐르며 누구나 시인이 되어 살아가는 마을이라면, 더없이 아름답고 평화로우리라. 마을은 시인마을 되고, 나라는 시인나라 되어, 이 지구라는 별이 시인별, 이른바 ‘노래별’로 거듭나기를 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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