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숲 하늘파란상상 10
이정덕.우지현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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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도 알고 보면 ‘숲’에서 태어났어요
― 내가 태어난 숲
 이정덕 바느질
 우지현 글·그림
 청어람주니어 펴냄, 2017.5.10. 12000원


  우리는 어디에서 태어났을까요? 우리가 태어난 곳은 어떤 삶이 흐르는 자리일까요? 요즈음 아이들한테 어디에서 태어났느냐라든지 어떤 삶이 흐르는 자리에서 태어났느냐고 묻는다면 하나같이 도시를 말하리라 느껴요. 시골에서 태어나는 아이도 드물게 있습니다만, 시골놀이를 누리면서 시골숲에서 뛰놀면서 자라는 아이는 그야말로 거의 자취를 감춥니다. 너도 나도 우리도 도시에 있는 병원에서 태어나고, 도시에 있는 아파트나 시멘트집에서 삶을 보내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를 더 물어보고 싶어요. 도시에서 태어났더라도 무엇을 먹느냐고 말이지요. 그런데 무엇을 먹느냐고 물을 적에도 공장에서 찍은 가공식품을 먹는다고 말할 아이나 어른이 무척 많으리라 느껴요. 손수 길러서 먹는 사람이 크게 줄었고, 이웃이 손수 기른 먹을거리를 장만해서 밥살림을 짓는 사람도 퍽 적어요.


데구루루 톡!
데굴데굴
나는 작은 나무 열매.
숲에서 태어났어요. (6쪽)


  도시살이를 떠올려 봅니다. 아무리 도시 한복판에서 살더라도 숨을 쉬어야 합니다. 숨을 안 쉬고는 못 삽니다. 공기청정기나 공기정화기를 돌리더라도, 지구라는 별에서 바람이 고루 불면서 흘러야 이런 기계를 쓸 수 있어요.

  번쩍번쩍 높은 건물이 솟더라도 물을 마시거나 써야 합니다. 100층이든 200층이든 물을 못 마시거나 못 쓴다면 못 살아요. 수도물이나 정수기가 있더라도, 지구라는 별에서 비가 고루 내리고 냇물이 고이 흐르면서 깊은 멧골에 있는 작은 샘에서 물줄기가 비롯해야 합니다.

  한국도 일본도 미국도 도시가 참으로 크다고 할 텐데, 아무리 도시가 커지더라도 시골이며 숲이 훨씬 넓게 있어야 사람이 살아갈 만하다고 할 수 있어요. 공장에서 가공식품을 찍더라도 시골이며 숲에서 ‘가공식품 원료가 될 풀·남새·열매’를 얻어야 하고요.

  그림책 《내가 태어난 숲》(청어람주니어,2017)을 읽으면서 바로 숲이란 무엇인가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오늘날 너무 많은 사람이 잊거나 잃고 만 숲이란 참말 무엇인가를 새롭게 되새깁니다.


느릿느릿 꼬물꼬물
살랑살랑 팔랑팔랑
내 친구들이에요.숲에서 태어났어요. (10쪽)


  2000년대에 서울에서 태어난 아이를 생각해 봅니다. 이 아이를 낳은 어버이도 서울에서 태어났을 수 있어요. 이 아이를 낳은 어버이를 낳은 어버이도 서울에서 태어났을 수 있고요. 이렇게 쉰 해나 백 해쯤 거슬러 올라가 봐요. 자, 백 해쯤 거슬러 올라간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백 해쯤 거슬러 올라간다면? 삼백 해나 오백 해쯤 거슬러 올라간다면?

  하늘을 찌르려는 높은 건물이 솟은 오늘날 서울이 아닌, 냇물이 맑고 모래밭이 고우며 나무가 우거진 ‘시골스러운 서울’이 얼마 앞서까지 있은 줄 떠올릴 수 있을까요? 따로 공원을 뚝딱거려야 이루는 ‘서울숲’이 아닌, 서울이라는 곳도 얼마 앞서까지는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숲인 줄 그릴 수 있을까요?

  나비가 숲에서 태어납니다. 다람쥐가 숲에서 태어납니다. 토끼가 숲에서 태어납니다. 범이며 여우이며 늑대도 숲에서 태어납니다. 지렁이랑 꾀꼬리랑 뱀이 숲에서 태어납니다. 그리고 사람도 먼먼 옛날부터 숲에서 태어나 숲을 가꾸고 숲을 사랑하면서 태어났어요.


숲에 있어요. 온갖 열매.
숲에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나무.
숲에 있어요. 수많은 꿈. (22쪽)


  숲이 사라지면서 나무를 얻을 수 없으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나무 없는 서울살이나 도시살이를 생각할 수 있을까요? 깨끗하며 눈부신 숲이 사라지면 싱그럽고 맑은 바람을 마시면서 몸을 건사할 수 있을까요?

  자가용을 모는 동안 바람이나 숲은 잊을 수 있어요. 아파트 승강기를 오르내리면서 햇볕이나 숲은 못 떠올릴 수 있어요. 텔레비전이나 손전화를 켜는 동안 빗물이나 숲은 등돌릴 수 있어요. 신문이나 책을 손에 쥐지만 정작 숲에서 자란 나무가 있기에 신문이나 책이 태어난다는 대목을 모를 수 있어요.

  그림책 《내가 태어난 숲》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여러 가지 손길로 들려줍니다. 사람을 비롯하여 모든 목숨이 숲에서 태어나서 어깨동무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머니 바느질땀으로 보여줍니다. 나무, 잎, 짐승, 열매, 꽃, 비, 냇물 모두 바느질로 한 땀 두 땀 기워서 그림을 빚었어요.

  손수 짓는 살림이 깃드는 숲이라고 할 만해요. 손수 아끼는 숨결이 스미는 숲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손수 어루만지다가 서로 두 손 맞잡는 숲이라고 할 테고요.

  우리가 태어난 고장은 저마다 달라요. 그렇지만 다 다른 고장에서 태어난 우리가 서로 따사로이 마주하는 이웃으로 살아가는 바탕에는 ‘고장은 달라고 숲은 같은’ 터전이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모래바람이 일면 한국에도 모래바람이 일듯, 중국에서 숲바람이 일면 한국에도 숲바람이 일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숲바람이 일면 일본이며 태평양이며 지구 곳곳에 숲바람이 나란히 입니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에서도 숲바람이 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삶터는 이런 도시 저런 도시가 아닌, 바로 숲이라는 대목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숲에서 어깨를 겯고, 숲에서 노래를 부르며, 숲에서 사랑을 속삭이기를 빕니다. 2017.9.1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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