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자전거 타며 읽은 책 2017.9.1.
8월하고 9월은 그저 달력 날짜로만 다를까? 그러나 달력을 안 보고 살더라도 바람결로 달이며 철이 달라지는 줄 느꼈다. 아이들을 이끌고 자전거를 달릴 적에도 바람맛이 다르다고 느꼈다. 오르막길에서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리기는 하지만, 이제 땡볕이 그다지 안 뜨겁다고 느끼는 철이로구나 싶다. 우리 집 아이들은 군내버스를 탈 적에는 창문을 열면서 바람을 맛보고, 자전거를 달리면서 온몸으로 바람을 쐬는데, 여느 때에는 집에서 언제나 바람을 마주하니까, 날이랑 철을 더 새롭게 맞아들이리라 느낀다. 자전거마실을 다녀오고서 마당에서 모깃불을 피우고 저녁을 짓고 씻고 한 뒤에 《조영권이 들려주는 참 쉬운 곤충 이야기》를 새삼스레 들추어 본다. 지난해에 나온 이 책을 가만히 되읽어 보니, 이 책에 깃든 이야기가 매우 훌륭하기는 하지만, 오늘날 어른이나 아이 모두 거의 도시에서 살기 때문에 이 책을 곁에 두고서 읽기는 어렵겠다고 느낀다. 참 그렇다. 도시에서 사는 어른이나 아이라면, 또 도시에서 아파트라는 집에서 사는 어른이나 아이라면, ‘곤충’이라고 하는 이웃을 살갗으로 만나기가 매우 어렵다. 아름다운 책을 아름답다고 느끼기 어려운 서울살림이요, 아름다운 벌레(곤충)를 아름다운 이웃으로 삼기가 만만하지 않은 도시살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가 짓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하기 일쑤인데, 개미가 팔뚝을 타고 오르든, 거미가 어깨에 내려앉든, 노린재나 잠자리가 손등에 앉아서 날개를 쉬든 참말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 아니라, 재미있다고 여긴다. 그래, 이 마음을, 손길을, 몸짓을, 언제나 고이 품으렴.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