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은 책 2017.9.7.


아침에 일찍 책숲집에 가 본다. 며칠 비가 제법 왔지만 이동안 빗물이 많이 새지는 않았다. 빗물을 밀걸레로 조금 닦은 뒤에 책꽂이를 옮긴다. 칸칸이 쌓을 책꽂이는 쌓고, 상자에 넣어 빼둘 책은 뺀다. 뒷판이 헐렁한 책꽂이는 못질을 하고, 그림책하고 사진책이 좀 돋보일 수 있도록 책꽂이를 영차영차 들어서 나른다. 집으로 돌아와서 밥을 지어 밥상을 차린다. 이러고서 알타리무를 손질해서 썬다.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은 저희도 칼을 쥐어 썰고 싶단다. 그러겠니? 나는 풀을 쑤면서 다른 양념 한 가지를 마련해 놓는다. 알타리무 썰기를 마무리하고, 굵은소금으로 재워 놓고는 느즈막하게 밥을 먹는다. 이러고서 《엄마, 오늘부터 일하러 갑니다!》를 읽는다. 열다섯 해 만에 바깥일을 하러 나갔다고 하는 일본 아주머니. 집에서는 집대로 집일을 하고, 밖에서는 밖대로 바깥일을 하는데, 두 아이하고 곁님은 집일을 거의 거들거나 맡을 줄을 모른단다. 세 사람이 스스로 나서는 적이 없단다. 얼마나 고단하면서 싫었을까. 어머니(또는 집일을 맡은 사람)가 집일을 안 가르치거나 안 시킨다고 하더라도 이렇게도 집일을 안 도울 수 있을까? 오늘날 한국도 그리 다르지는 않다. 다만 앞으로는 틀림없이 달라지리라고, 앞으로는 참말 바꿀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저녁에 책숲집에 한 번 더 가서 책꽂이를 또 나르고 책을 빼서 옮기는 일을 했더니 그야말로 등허리가 꽤 결린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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