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9.2.
순천에 있는 책방에 들러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을 장만한다. 진주에 가서 이 책을 장만하려고 생각했는데, 진주까지 안 가고 순천까지만 가도 장만할 수 있네. 이 책을 쓴 분은 진주에서 책방지기로 일한다. 그 책방에 가서 이 책을 사려고 생각했는데, 마침 순천에서 책을 보았기에 덜컥 샀다. 이제 가을로 접어들다 보니 저녁 일곱 시를 넘을 무렵에는 시외버스에서 불을 켜야 한다. 버스 일꾼이 어느 벗님하고 이십 분 남짓 전화를 하느라 사이에 말을 끊지 못하고 기다렸다. 드디어 이십 분 만에 벌교에서 버스가 한 차례 서는 터라 서둘러 말을 건다. “앉는 자리에서 책 볼 수 있도록 불을 켜 주셔요.” 순천마실을 함께한 작은아이는 내 어깨에 기대어 잔다. 한 손은 아이를 보듬고 다른 한 손으로 책을 펼친다. 이 책에 실은 이야기는 글쓴이 누리집에서 예전에 다 읽었지만, 책으로 묶을 적에는 다르기 마련이기에 일부러 종이책을 장만해서 새로 읽는다. 일본에서 만난 책 이야기도 책방 이야기도 사람 이야기도 맛깔스럽다. 그런데 오토바이를 타고서 일본에서 책방을 누빈 느낌이 나는 이야기가 눈에 잘 안 뜨인다. 책방마실을 틀림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했다는데, 오토바이를 타면서 겪거나 느끼거나 생각한 이야기가 많이 빠졌다. 어쩐지 아쉽다. 그냥 책방마실 이야기라면 책이름에 구태여 ‘오토바이로’를 넣을 까닭이 없을 텐데. 책하고 책방하고 사람을 만나려고 오토바이를 몰면서 길에서 바람을 마시거나 가르거나 맞은 이야기를 조금 더 종이책에 실어도 좋지 않을까? 아니 좀 넉넉히 실을 만하지 않을까? 사진에 파란 빛깔을 줄무늬처럼 입히거나 통째로 입힌 편집은 많이 거슬린다. 눈이 아프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