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7.6.


순천에 있는 마을책방 가운데 〈그냥과 보통〉이 있다. 언뜻 보면 그냥 지은 수수한 이름이지만, 이러한 이름을 책방에 붙일 수 있는 마음이 참으로 상냥하면서 멋스럽구나 하고 느낀다. 언제 이곳에 마실을 해 보나 하고 생각하다가 드디어 찾아갔고, 〈그냥과 보통〉을 가꾸는 두 책방지기 가운데 한 분이 책을 쓴 분인 줄 뒤늦게 안다. 아, 그런데 책방마실을 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누가 ‘그냥 씨’이고 누가 ‘보통 씨’인지 헷갈린다. 어쨌든 두 책방지기 가운데 한 분이 《한국 기독교 흑역사》라고 하는 책이름부터 세게 나가는 이야기를 풀어내셨다. 이 센 책을 고흥에서 광주로 달리는 시외버스에서 읽는다. 차분하면서 센 책이네 하고 느낀다. 꼼꼼하면서 센 책이고, 따스하면서 센 책이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짚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짚고, 되새겨야 할 일이기 때문에 되새긴다. 역사니까. 발자국이니까. 우리 모습이니까. 우리 얼굴이고, 우리가 앞으로는 새로운 걸음걸이로 다시 태어날 적에 아름다울 테니까. 모든 목숨이 고요한 어둠에서 태어나듯이, 모든 아픈 생채기를 새로운 빛으로 바꾸어 낼 슬기로운 손길이 나타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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