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글쓰기
한국에는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 매우 많다. 손재주 좋은 분들은 이것저것 대단히 멋지게 짜거나 엮거나 짓는다. 그림도 훌륭하게 그리고 만화도 훌륭하게 그린다. 피아노라든지 바이올린도 어마어마하구나 싶은 솜씨로 치거나 켜곤 한다. 이러면서 한 가지는 없기 일쑤라고 느낀다. 손재주에 담을 숨결이나 넋이나 이야기는 매우 모자라지 싶다. 얼마 앞서 나온 스머프 만화영화를 보니, 이 만화영화를 만든 사람들 이름으로 ‘한국 에니에미터’가 꽤 많이 흐른다. 일본에서든 미국에서든 ‘한국 에니메이터’가 얼마나 일을 살뜰히 잘 하는지를 다 알 뿐 아니라, 일도 꾸준히 맡기지 싶다. 그렇지만 한국사람 스스로 새로운 이야기나 줄거리를 짜내어 이를 만화로 짜내는 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맡겨진 일은 잘 해내고, 시키는 일도 훌륭히 해낸다. 그러나 남이 일을 맡기지 않거나 누구 일을 시키지 않을 적에, 스스로 일거리를 지어내어 즐거이 이 일을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구나 싶다. 손재주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을 맡기면 멋지게 해내지만, 머리가 모라자기 때문에 어떤 일을 스스로 생각하지는 못한다고 할까. 안 되는 노릇이라고 할까. 멋진 글을 쓰거나 훌륭한 글을 써야 하지 않는다. 그냥 글을 쓰면 된다. 수수하든 투박하든 다 좋으니, 스스로 살아가고 살아내며 살아갈 이야기를 글로 옮기면 된다. 베껴쓰기(필사) 바람이 부는 한국은 딱 이만 한 눈높이를 보여준다. 왜 베껴쓰기를 할까? 왜 다른 사람 글을 고스란히 옮기기만 해야 할까? 다른 사람이 써 놓은 글이 아니고는 배울 길이 없을까? 아무리 모자라거나 어설퍼 보이더라도 우리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 정갈한 글씨로 써서 되새기거나 돌아보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안 된다는 생각을 떨치면 다 된다. 새로운 글을 쓰기 어렵거나 새로운 만화를 그리고 어렵다는 생각, 이른바 ‘안 된다’는 생각은 이제 제발 집어치우자. 안 된다고 생각하니 안 될 뿐이다. 2017.7.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