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도서관학교 숲노래 2017.6.23.)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오늘은 도서관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아침 일찍 가서 풀을 베고 갈무리를 하고 싶었으나 어쩐지 스스로 풀이 죽어서 집에서 다른 일만 한참 보다가, 된장국을 끓이다가, 후박알을 훑다가, 이러면서 읍내 우체국에 나갈 짐을 꾸리다가,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제대로 쉬지도, 그렇다고 힘껏 일하지도 못하는 채 하루를 보냅니다. 왜 이렇게 스스로 풀이 죽었나 하고 돌아보니 무엇보다 도서관학교 일 때문입니다. 어쩌면 고흥이라는 고장이 저한테 안 맞았을 수 있고, 어쩌면 고흥이라는 고장이 나한테 여러모로 골머리를 썩이는 일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제 마음을 읽어야 할 테니, 저는 풀이 죽은 마음이 맞습니다. 일곱 해를 살아낸 고장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일 때문에 풀이 죽지 않습니다. 지난 일곱 해 동안 아끼면서 보듬고 살리려고 한 우리 집 나무 때문에 풀이 죽지 않습니다. 오늘 비로소 〈배를 엮다〉를 영화 아닌 만화영화로 보면서 생각합니다. 저는 사전 짓기를 제대로 하고픈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 일, 사전 짓기를 제대로 하고픈 길이 도서관학교 임대갱신을 놓고서 벌써 여러 달째 머리를 앓다 보니, 그만 오늘 하루뿐 아니라 이달 내내 스스로 바라는 글을 거의 못 썼어요. 올가을까지 마무리지을 생각이던 “ㅅ 사전” 글은 이달 들어 한 줄조차 못 썼습니다. 제가 우리 도서관학교에 붙인 이름은 ‘ㅍㄹㅅ’인데, 이는 “푸른숲”이자 “파란숨”이기도 하지만, “풀 + 라온 + 숲노래”이기도 합니다. 저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저를 안다고 여기는 사람도 아예 모르는 사람도 아마 잘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ㅍ’이라고 하는 ‘풀’을 떼놓고는 아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올해에 마음으로 품은 “ㅅ 사전”을 마무리지을 수 있다면, 아마 이다음으로는 “ㅍ 사전”을 쓰려고 하겠지요. 저는 사전 짓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보금자리에서 숲을 지으면서 살림을 짓는 길을 걸으려는 마음을 새삼스레 다집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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