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6.22.


마당 있는 집에서 살지 않고서는 마당 있는 집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헤아리기 어렵다고 본다. 나부터 그렇지. 아직 도시에 머물며 마당 없는 달삯방에서 지낼 적에는 집에만 있기 답답하다고 여겨 언제나 집 바깥으로 길을 나섰다. 집에 마당이 없으니 언제나 집 바깥을 한참 떠돌면서 책방마실만 했다. 이제 시골에서 마당 있는 집을 누리니, 나무 그늘에 평상을 옮기거나 자리를 깔면서 느긋하게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처마 밑에 평상을 두어 아이들하고 밥을 먹을 수 있다. 글종이를 챙겨서 평상에 모로 누워 글을 쓸 수 있다. 그림책 《진실을 보는 눈》을 펼친다. 이 그림책은 그림책이면서 사진책이다. 《진실을 보는 눈》은 사진가 도로시아 랭을 다룬다. 도로시아 랭이라는 사진가 한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사진 한 장을 찍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그린다. 도로시아 랭 그림책이라니! 이 얼마나 대단하면서 멋진가! 한국 어린이 가운데 사진가 도로시아 랭을 아는 이는 매우 드물리라. 어른 가운데에서도 드물 수 있다. 사진을 배운 사람은 이름을 들어 보았음직 하겠지. 이런 흐름에서 도로시아 랭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한국말로 옮기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손길이라고 느낀다. 따사로운 마음이 되어 나무 그늘 같은 손길로 사진을 찍은 사람이 바로 도로시아 랭이 아닐까? 나무 그늘에 앉아서 《진실을 보는 눈》을 찬찬히 읽고 되읽어 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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