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와 나 -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 루나와 숲을 지켜 낸 소녀의 우정 이야기 세상을 바꾼 소녀 1
제니 수 코스테키-쇼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43



나무와 숲을 돌보는 나무순이

― 루나와 나

 제니 수 코스테키-쇼 글·그림

 김희정 옮김

 청어람아이 펴냄, 2017.5.27. 12000원



  즈믄 해라는 나날을 살아온 나무한테 다가가서 몸을 가만히 대면서 안아 보았나요? 즈믄 해라는 나날을 살아낸 나무한테 귀를 살며시 대면서 나무줄기를 타고 흐르는 숨결을 들어 보았나요? 즈믄 해라는 나날을 살아가는 나무한테 가벼이 말을 여쭈고는 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보았나요?


  어느 고장에서는 즈믄살배기 나무 둘레에 울타리를 치는 바람에 가까이 다가가서 나무가 베푸는 숨소리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느 고장에서는 즈믄살배기 나무에 아무런 울타리를 안 치기에 품에 안아 보기도 하고 귀를 대며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꼭 즈믄살배기가 아니어도 어른 여러 사람이 두 팔을 벌려도 껴안을 수 없을 만큼 오랜 나날을 살아온 굵직한 나무가 있어요. 이런 나무한테 다가가 본다면, 이런 나무 밑에 서 본다면, 이런 나무가 떨군 가랑잎을 주워 본다면, 우리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하루가 될 만하지 싶습니다.



새로운 마을에 도착하면 줄리아는

언제나 종종걸음으로 가까운 숲을 향했어.

숲 여기저기를 탐험하려고 말이야.


숲에서 만나는 동물들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속삭이면

동물들은 곧 줄리아와 친구가 되었어.

한번은 나비 한 마리가 줄리아 손끝에 내려앉아

온종일 떠나지 않았어. (4∼5쪽)



  제니 수 코스테키-쇼 님이 빚은 그림책 《루나와 나》(청어람아이,2017)를 읽으면서 즈믄살배기 나무를 비롯한 수많은 아름드리나무를 떠올려 봅니다. 이 지구별에서 사람들한테 푸른 숨뿐 아니라 숱한 기쁨을 베푸는 온갖 나무를 그려 봅니다.


  우리 곁에는 나무가 있어서 우리는 저마다 즐겁게 살림을 지을 수 있습니다. 나무를 베어 집을 지어요. 나무를 베어 연장을 깎아요. 나무를 베어 배를 뭇고, 나무를 베어 책걸상을 짜지요.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삼고, 나무를 베어 연필이랑 종이를 얻을 뿐 아니라, 책을 묶어요. 나무를 베어 그릇을 삼고, 나무를 베어 수저로 삼지요.


  그림책 《루나와 나》는 우리가 나무를 여러모로 베어서 쓸 수밖에 없는 터전이기는 하지만, 이 나무를 너무 마구 베면서 숲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짚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나무를 많이 써야 하더라도 무턱대고 베기만 하면, 숲을 아주 망가뜨리듯이 베기만 한다면 정작 우리 삶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대목을 건드려요.



(삼나무) 루나는 속으로 생각했어.

‘나무타기를 좋아하니?

한 번만 해 보렴.

오, 제발!’


루나의

마음속 소리를 들은

버터플라이(줄리아)는

기뻐서 크게 외쳤어.

“좋아, 내가 갈게!” (10∼11쪽)



  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도 나무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이 아이들은 나무 한 그루를 지키는 길을 걸을 뿐 아니라, 우리 삶자리에 숲이 알맞으면서 아름답게 있도록 가꿀 줄 알아야 한다는 대목을 들려줄 수 있어요.


  나무하고뿐 아니라 돌이나 바위하고도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있어요. 구름이나 빗물하고도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있어요. 나비랑 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있어요. 풀벌레랑 고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있어요.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나무하고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아이들은 이웃한테 따사로이 마음을 나눌 줄 압니다. 구름이나 빗물하고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아이들은 아프거나 어려운 이웃하고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할 줄 압니다.


  우리는 어쩌면 풀벌레하고 속삭일 줄 모르는 탓에 이웃이 고달파도 등을 돌리지는 않을까요? 우리는 어쩌면 고래하고 노래할 줄 모르는 탓에 이웃이 괴로워도 제대로 손을 안 뻗지는 않을까요?



버터플라이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루나를 꾸미는 데

꼬박 하루를 보냈어.

포근한 진짜 집이 되게 말이야.


아침마다 버터플라이는 루나 머리 꼭대기에 맨발로 올라갔어.

거미처럼 착착 감기는 발걸음으로

키 큰 루나를 맘껏 오르락내리락했지. (25∼26쪽)



  그림책 《루나와 나》는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이라는 사람이 이태 즈음 나무에 오두막을 짓고 살면서 아름드리나무하고 아름드리숲을 지켜내는 길을 이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람한 나무에 오두막을 지었던 사람은 나무가 들려주는 목소리를 들었어요. 나무가 가르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어요. 나무가 수없는 나날을 살아오며 곁에 둔 뭇목숨하고 어우러지는 숲이 무엇인가 하고 알려주는 말을 곰곰이 되새겼어요.


  우리는 책을 읽어서 배우기도 하지만, 나무 곁에 서서 나무한테서 배울 수도 있어요. 우리는 학교를 다니며 배우기도 하지만, 숲에 깃들면서 숲이 베푸는 배움을 맞아들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새롭게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작은 들꽃이나 들풀한테서도 삶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제비나 참새나 딱새한테서도 배울 수 있고, 물까치나 직박구리한테서도 배울 수 있어요. 모시나 고들빼기한테서도 배울 수 있고, 거미나 사마귀한테서도 배울 수 있어요. 마음을 열기에 비로소 숲노래를 들어요. 마음을 활짝 열기에 참말로 숲바람을 마셔요.



버터플라이 마음으로 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네가 강해지고

태양을 향해 뻗어나갈수록

바람결 따라 몸을 맡기는 지혜를 잊지 마렴.

그리고 빗속에서

네가 꿈꾸고 춤출 때

나도 너와 함께할 거야,

바로 이 자리에서.’ (36쪽)



  예부터 한겨레는 나무로 집을 지었어요. 예부터 나무로 집을 짓던 한겨레는 삼백 해를 묵은 나무를 베어 집을 지으면, 이 나무를 벤 곳에 나무를 새로 심어서 삼백 해 동안 고이 자라도록 했어요. 마을에는 숲정이가 늘 푸르게 일렁이도록 돌보았어요. 멧자락에는 짙은 숲을 이루도록 보살폈어요.


  나무를 베는 만큼 나무가 새로 자라도록 헤아리던 옛사람이에요. 이와 달리 오늘날에는 나무가 새로 자라는 길을 좀처럼 헤아리지 않는 몸짓이에요. 나무를 너무 많이 베거나 뽑으면서 도시를 늘리고 공장하고 고속도로하고 골프장하고 큰 경기장을 짓는 바람에, 막상 이 나라에서 숲이 숲답기 어려워요. 아주 많은 나무를 다른 나라에서 사다가 써야 해요.


  나무를 베더라도 숲을 돌보는 길을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무를 베는 만큼 숲을 더욱 아끼는 마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루나와 나》에 나오는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은 나비가 손끝에 내려앉아서 떠나지 않을 만큼 숲사람으로 지냈기에 나비(버터플라이)라는 이름이 붙었대요.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도,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도, 나비순이나 나비돌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요. 나무순이나 나무돌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요. 나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이웃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기를 바라요. 2017.6.1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 붙임 . 이 그림책에는 "나무 위에" 집을 지었다고 여러 차례 나오지만, "나무 위"가 아니라 "나무에" 집을 지었다고 해야 올바릅니다. "나무 위"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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